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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좁쌀 닮은 꽃에서 항암효과가… '참좁쌀풀'

참좁쌀풀(앵초과, 학명 Lysimachia coreana Nakai)

2017.07.19(Wed) 16:28:26

[비즈한국] 가뭄 끝에 내린 비가 산과 들을 적신다. 메마른 땅이 푸근하게 풀어지며 풀뿌리를 안아주는가 보다. 초목의 잎과 줄기에 팽팽한 기운이 감돈다. 시들시들 늘어진 이파리와 줄기들이 어느새 바짝 힘을 주고 곧추선다. 생기 돋아나는 산들꽃을 보고 있자니 함께 힘이 솟는다. 

 

자연의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려운 고비를 견디고 나면 반드시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믿고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 사는 길이 아닌가 싶다. 자연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하여 극한의 끝까지 무정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대자대비한 자연이라 말하는가 보다. 

 

비 갠 후의 산천은 갓 태어난 새 세상처럼 맑고 힘차고 아름답다. 온갖 풀과 나무들의 이파리에 수정처럼 맑은 물방울이 햇살 아래 보석처럼 빛난다. 들이켜는 맑은 공기도 맛이 다르다. 온 세상이 다 상큼하고 싱그럽게 느껴진다. 많은 비가 내리리라 예측 못하고 시작한 산행 중에 소낙비를 흠뻑 맞았다. 산행 초입부터 온통 비를 맞아 옷은 젖었지만, 한바탕 빗줄기 내리쏟고 나서 햇살이 밝게 나니 오히려 기분은 더 상쾌했다. 이러할 때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초목이 있으랴마는 고운 색깔의 꽃을 피우고 있으면 더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한바탕 빗줄기가 쏟아진 뒤 갓 세수하고 나온 듯한 청초한 참좁쌀풀을 만났다.


싱그러운 향기가 뿜어나는 파란 풀숲 더미에서 꼿꼿하고 힘차게 서 있는 풀꽃을 만났다. 노란 꽃망울이 주렁주렁 매달려 눈길을 끈다. 샛노란 꽃을 피운 참좁쌀풀이다. 갓 세수하고 나온 듯한 청초한 꽃차례에 생기가 돈다.

 

참좁쌀풀은 경기 이북 강원 지역 깊은 산에 주로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전체에 거의 털이 없어 매끈한 모습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자생지가 제한되어 있고 개체 수가 많지 않아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니다. 노란 꽃 안쪽에 붉은 마음인 양 선명하게 둘러 있는 붉은 색 테두리가 한층 더 눈길을 끈다. 참좁쌀풀의 특징이기도 하다. 참좁쌀풀의 꽃말은 ‘항상 기억하세요’, ‘동심’이라고 한다. 

 

잎은 줄기 아래쪽에서는 어긋나지만, 중간 이상에서는 마주나거나 3~4장씩 돌려난다. 짧은 잎자루가 있으며 잎몸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이다. 잎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은 둥글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6~8월경 줄기 윗부분의 가지 끝에서 원추화서를 이루고 피거나 잎겨드랑이에서 피며 노란색을 띤다.

 

참좁쌀풀 이름은 꽃이나 열매 모양에서 유래한 듯싶다.


비슷한 종으로 좁쌀풀이 있다. 좁쌀풀은 참좁쌀풀과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두루 분포하며 꽃 안쪽에 붉은색 무늬가 없어 전체가 노란색이다. 참좁쌀풀은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경기 이북, 강원 지방에만 자라며 꽃 가운데 붉은색 무늬가 선명하다. 또 참좁쌀풀은 자생지가 제한되어 있고 개체 수가 적어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니며 꽃잎이 뾰족한 모양이다. 그러나 좁쌀풀은 전국에 자생하며 꽃잎이 둥근 모양이라 서로 구분된다.

 

꽃 이름은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좁쌀 비슷한 모양만 보고서도 쌀이 생각나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혹자는 주렁주렁 매달린 꽃 모양이 좁쌀처럼 생긴 데서 이름이 연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꽃이 지고 나서 맺힌 열매 모습이 더 좁쌀처럼 생겼다. 아마 열매 모습에서 연유된 이름이 아닌가 싶다. 

 

주로 관상용으로 심으며 어린 순은 먹기도 한다. 고혈압, 불면증, 설사, 위염, 위궤양, 인후염과 치질에 약효가 있어 한약재로 사용했다. 최근 좁쌀풀류 식물에서 종양 세포를 억제하는 사포닌의 화합물이 밝혀졌다고 한다. 약용으로 사용 확대가 기대되는 식물이기도 하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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