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에서 남성 근로자가 월급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 근로자는 73만 7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공개한 ‘여성경제활동지수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36.7%(2015년 기준)로 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헝가리(3.8%)에 비해 9.7배 높은 수준이다.
‘비즈한국’은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고용 인원이 가장 많은 30대 기업 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1분기 보고서 자료를 입력한 25개 기업에 대한 남녀 고용 실태를 분석했다(관련 기사
일자리위원회 발표 ‘비정규직 비율 톱3’ 기업은?). 1분기 보고서 자료를 입력하지 않은 삼성디스플레이, 홈플러스, 농협은행,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학교법인인 연세대학교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장 먼저 25개 기업의 여성 고용 실태부터 살펴봤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25개 기업에서 종사한 근로자는 모두 56만 5294명이다. 이 중 여성 근로자는 14만 1796명으로 4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용률이 가장 적은 기업은 현대제철(2.7%)이었다. 다음으로 기아자동차(3%), 대우조선해양(3.5%), 삼성중공업(4.6%), 현대자동차(5%), 포스코(5.2%), 현대중공업·대림산업(5.7%), GS건설(6.2%), 현대건설(9.5%)이 그 뒤를 이었다. 여성 근로자가 10명 중 1명 미만 수준인 셈이다. 철강, 조선, 자동차, 건설 업종의 경우 공장 및 현장직 근로자가 많은 관계로 여성 고용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성 고용률이 10~20% 사이인 기업은 SK건설(13.3%), LG전자(15.2%), KT(17.3%), 삼성물산(20.7%), 삼성SDS(23.7%), 삼성전자(25.1%), LG디스플레이(26.1%)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41.4%), 대한항공(42.2%), 신한은행(44.1%), 국민은행(48.5%)까지 모두 21개 기업이 남성 고용률이 높았다.
여성 근로자가 남성 근로자보다 많은 기업은 롯데쇼핑(68.9%), 이마트(65.2%), 하나은행(58.3%), 우리은행(51%)으로 4개 기업에 불과했다. 영업 및 상담 직원이 대다수인 서비스 업종의 경우 남녀 고용 비율이 비슷하거나 여성 근로자가 더 많은 편이다.
이번에는 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과 비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을 계산해봤다. 정규직 내 여성이 절반 이상 차지한 기업은 롯데쇼핑(67.6%), 이마트(65%), 하나은행(58.6%)에 불과했다.
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이 10% 미만인 기업은 현대제철(2.3%), 기아자동차(3%), 대우조선해양(3.1%), 현대중공업(3.7%), 삼성중공업(4.3%), 현대자동차(4.9%), 포스코(5%), 대림산업(5.8%), 현대건설(6.1%), GS건설(6.4%)로 모두 10개 기업이었다. 철강, 조선, 자동차, 건설 업종이 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도 낮은 편이었다.
이 외에 SK건설(11.1%), LG전자(14.6%), KT(16.8%), 삼성물산(22.2%), 삼성SDS(23.8%), 삼성전자(25.2%), LG디스플레이(26%), 대한항공(40.6%), SK하이닉스(41.4%), 신한은행(45.4%), 국민은행(47.8%), 우리은행(49.9%)이 정규직 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에서도 롯데쇼핑(87.9%)과 이마트(87.6%)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우리은행(73%), 대한항공(60.8%), LG전자(59.8%), 국민은행(58.3%), 대우조선해양(52%), 하나은행(51%), LG디스플레이(50.3%) 순이다. 나머지 16개 기업은 비정규직 내 여성 근로자가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정규직 3.1%, 비정규직 52%), 대한항공(정규직 40.6%, 비정규직 60.8%), 우리은행(정규직 49.9%, 비정규직 73%), LG전자(정규직 14.6%, 비정규직 59.8%)다. 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이 낮으면서 비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대다수의 여성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사무보조로 일하는 비정규직 사원이 많은 편”이라고,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성 승무원이 많은 데다, 2년의 인턴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내 여성 고용률이 높게 나온 것 같다. 인턴 기간을 거친 후 대다수 정규직으로 채용된다”고 해명했다.
25개 기업 중에서 남녀 임금 격차가 없는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1월부터 3월까지 근로자가 받은 1인 평균 급여액을 성별로 구분해본 결과, 신한은행이 가장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에서 남성 근로자가 받은 평균 급여는 4100만 원, 여성 근로자가 받은 평균 급여는 2200만 원이다. 남성 근로자가 여성 근로자보다 평균 1900만 원이나 더 많은 급여를 받은 것이다.
신한은행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남녀 임금 격차가 컸다. 남성 근로자가 3700만 원, 여성 근로자가 2300만 원의 급여를 받아 1400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어 SK하이닉스·하나은행(1200만 원), 삼성물산·국민은행(1000만 원), LG디스플레이(900만 원), LG전자(700만 원), 포스코·삼성전자·현대제철(600만원),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대우조선해양·이마트(500만 원), KT(200만 원) 순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업 임원 대다수가 남성들이고, 그들의 연봉이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남성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대다수 대기업의 경우 연봉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실제적으로 남녀 임금 격차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24개 기업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가 남성들보다 근속 연수가 짧았다. 남녀 평균 근속 연수의 차이를 계산해보니, 대우조선해양의 남성 근로자가 17.1년, 여성 근로자가 6.7년으로 10.4년 차이를 보여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남성 20년, 여성 9.8년으로 10.2년의 차이로 2위에 올랐으며, 국민은행(9.1년)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현대중공업(6.7년), 현대자동차(6.4년), 우리은행(5.7년), 하나은행(5년), 신한은행(4.5년), 기아자동차(4.1년), LG전자(3.4년), 삼성물산(2.7년), KT(2.6년), 이마트(2.2년), 삼성전자(2.1년), LG디스플레이(1.8년), 현대제철(1.3년) 등이다. GS건설의 전력 사업 부문과 현대건설의 지원조직 사업 부문에는 평균 근속 연수가 여성이 남성보다 더 길었고,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는 더 짧았다.
남녀 근속 연수 편차가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여성 근로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며 “상대적으로 여성 근로자의 근속 연수가 짧은 건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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