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3년 김종신 전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직원들까지 줄줄이 사법처리되며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받아 왔다. 감사원과 검찰 등 사정기관의 칼날이 지나간 다음에는 낙하산 인사로 재차 홍역을 앓았다. 그럼에도 최근 납품비리가 불거져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조 아무개 전 한수원 감사위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전 감사위원장은 2015년 10월~2016년 7월 모 사단법인 사무총장 등으로부터 한수원이 발주한 50억 원 상당의 모의제어반 납품을 수의계약으로 하는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감사위원장은 이 사무총장에게 5억여 원을 요구하고, 경영컨설팅 형식의 계약을 맺어 11차례에 걸쳐 4600만 원 상당을 수수했는데 국회의원 출마자금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감사위원장의 뇌물수수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공기업인 한수원에서 납품업체 관련 비리가 계속 터져왔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비상장회사다.
조 전 감사위원장은 한수원 경영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는데, 한수원의 일개 납품계약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내부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수원에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각종 발주와 계약 과정에서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조 전 위원장이 퇴사한 지 오래돼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모의제어반은 기술력이 필요해 일개 단체에서 만들기 힘들다. 발주 시 투명하게 계약관계를 오픈하고 있고 이사회에서 계약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사단법인 관계자는 “모의제어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수원과 얽힌 사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 전 감사위원장은 2014년 한수원 사외이사로 임명될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민병두 의원이 발행한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있는 조 전 감사위원장은 15~17대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대외협력특보를 지냈다. 국회 한 보좌관은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보면 사람 마음이 한 자리씩 챙겨줄 수밖에 없다”며 “또 한 자리를 꿰차면 욕심을 내 부정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전직 한수원 과장이 2011년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업자와 공모해 1000만 원 상당의 부품을 빼돌리고 다시 이를 납품받는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한수원에서는 지난 10년간 실무진부터 사장, 사외이사까지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비리가 터져왔다. 한 공기업 출신 인사는 “소위 주인 없는 공기업들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돈을 남겨 먹는 일이 다반사다”라며 “내부에서 감시가 안 된다고 보고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워낙 거래 계약이 많지만 투명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한수원은 공기업이 따라야 하는 절차와 규정에 맞춰 경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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