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거짓말이 일상다반사가 된다. 고객을 기만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 가족에게 ‘오늘은 한 고객에게 덤터기를 씌워 매상을 올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지 않겠나. 매번 진심으로 고객을 대했지만 판매하는 입장에서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
국내 최초의 가전 양판점인 전자랜드에서 소비자에게 사은품을 증정할 경우 다른 소비자가 그 가격을 메우는 ‘선출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사은품 선출고란 판매가와 할인가를 이용한 일종의 ‘가격 장난’이다. 사은품이 나가면 매장 내에서 직원들 간에 이를 공유하고, 다음 소비자에게 사은품 가격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한 전자랜드 지점에서 일하다 최근 퇴직한 판매직원 A 씨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진짜 가격을 알 수 없고, 우리는 이를 십분 활용했다”며 전자랜드 판매 시스템을 비판했다.
전자랜드는 동일한 제품에도 출하가와 표시판가, 상담가, 판매기준가가 구별돼 있다. A 씨가 공개한 직원용 시스템에서는 한 가전제품이 출하가와 표시판가가 11만 2000원, 상담가와 판매기준가가 6만 2000원으로 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제품일지라도 어떤 소비자는 최대 11만 2000원에, 다른 이는 최소 6만 2000원에 구매할 수도 있는 셈이다. 결국 매장에 표시된 표시판가는 평균 판매 가격에서 15%가량을 더한 금액이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그는 “만약 한 고객이 냉장고를 구매하며 할인을 최대로 적용받은 뒤 사은품까지 가져가면, 이 정보를 매장 내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한한 뒤 다음 구매 고객 가운데 ‘호갱’은 할인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적은 금액만 할인을 받고 앞서 사은품으로 나간 제품까지 구매한 것으로 표시된다”며 “할인 못 받은 고객 입장에서는 사은품 가격을 떠맡고, 매장에서는 선출고 된 사은품을 다음 고객이 구매한 것으로 적용해 가격을 메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매장 직원들의 그룹채팅방에서는 이들이 각자의 선출고 현황을 공유하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출고로 지급되는 사은품은 선풍기, 헤어 드라이어, 전자파리채 등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었으며, 직원들은 각자 자신이 선출고한 사은품과 처리 상황을 알리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가전제품 양판점에서 ‘주세요 고객’은 가장 선호하는 소비자 상이다. 직원의 안내나 설명을 듣지 않고 혼자 매장을 둘러보다 “(물건을) 주세요”만 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추가할인을 전혀 받지 못하고 매장에 적힌 판매가로 비싼 값에 제품을 구매한다.
그는 “주로 혼자 매장을 방문하는 중년 남성분들이나 젊은 학생들 가운데 ‘주세요’ 고객이 많다. 이런 고객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직원이 물건을 가져다주며 판매수익을 챙기게 된다”며 “드물긴 하지만 ‘주세요 고객’은 최대 할인가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가격을 내기도 한다. 매장 전체로 봤을 때는 이들이 앞선 고객이 받은 사은품 가격까지 해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랜드 홍보 관계자는 ‘사은품 선출고’와 관련해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사은품은 말 그대로 사은품으로 드리는 것인데, 그것을 다른 고객이 구매한 것으로 하는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한 동일 제품의 가격이 네 가지로 구별된 것에 대해서는 “제품을 제조해 출하한 가격과 표시판가, 프로모션이 적용된 할인가가 각각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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