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갤럭시S8’의 핵심 액세서리로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삼성 덱스’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출시 석 달이 지났지만 출시 직후 지적받은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전체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덱스 최적화 앱 부족, 간헐적인 블루투스 마우스 끊김 현상 등은 여전하다.
삼성 덱스는 초창기 갤럭시S8 및 갤럭시S8 플러스 초기 판매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특히 갤럭시S8 플러스 128GB 모델 예약 구매 시 사은품으로 제공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덱스를 받기 위해 일부러 가장 비싼 모델을 선택했을 정도. 하지만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으면서 덱스 사용을 포기한 대다수 사용자들이 중고 매물로 내놓고 있다.
# 전체보기 안 되는 진짜 이유
삼성 덱스는 갤럭시S8을 큰 모니터에 연결하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마치 데스크톱 PC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액세서리다. 하지만 모니터에 연결한다고 해도 대다수 앱에서 창 크기를 늘리거나 전체화면 보기가 지원되지 않아 작은 화면으로밖에 볼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이 끊임없이 지적됐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는 덱스가 가진 문제라기보다 앱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덱스에서 각종 앱의 전체화면을 가능하도록 하는 앱 ‘덱스맥스’를 개발한 김무궁 마스마스스튜디오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앱 개발자가 ‘리사이즈(Resize)’를 허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만약 리사이즈를 허용할 경우 자칫 메뉴와 같은 유저 인터페이스(UI) 배치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를 강제적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 다른 개발자가 만든 앱을 갤럭시S8이 자의적으로 리사이즈를 허용하도록 변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앱의 성격에 따라서는 리사이즈 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많은 앱에서 덱스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필수 앱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원금을 지불하거나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그외의 앱은 덱스 사용자를 최대한 늘려 개발자들이 스스로 덱스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UI 등의 문제가 없고 최신 안드로이드OS 기반으로 제작된 앱이라면, 단순히 코드 한 줄을 넣는 것만으로 덱스를 지원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덱스 생태계 확장의지 있나
삼성전자가 과연 덱스의 생태계 확대에 의지가 있을까. 출시 석 달이 지난 지금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FE’가 덱스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덱스는 안드로이드 7.0 누가(Nouget)에서 새로 추가된 프리폼(Freeform) 기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바꿔 말하면 안드로이드 7.0 누가가 설치돼 있고 USB-C을 지원하면 덱스와 기술적으로 연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LG ‘G6’와 같은 타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7.0 누가가 설치돼 있고 관련 소프트웨어만 추가하면 덱스를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타사 스마트폰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갤럭시노트FE에서는 덱스를 지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AP 등 성능에 차이가 있어 덱스를 불가피하게 지원하지 않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FE 간의 성능 차이는 20~30%에 불과하며, 덱스를 구동하는 데는 그리 강력한 성능이 필요 없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결정적으로 갤럭시S8에는 영상을 외부로 출력하는 ‘DP alt’ 기술이 탑재된 반면, 갤럭시노트FE에는 빠져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가 15만 9000원으로 책정된 덱스의 비싼 가격도 생태계 확장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덱스는 닌텐도의 최신 콘솔기기 ‘스위치’의 거치용 도크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외 커뮤니티에는 닌텐도 스위치용 호환 도크에 들어간 회로와 덱스의 회로가 동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동일한 회로라는 이야기다. 스위치의 호환 도크 가격은 5만~6만 원에 불과하다.
# 첫 삼성 액세서리는 ‘시제품’ 오명…언제까지 갈까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덱스에서 ‘다우오피스’가 공식 지원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갤럭시S8과 덱스를 함께 구매하는 고객에게 다우오피스 1개월 무료이용권을 증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우오피스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갤럭시 앱스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없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그룹웨어 앱이기 때문이다. 다우기술에 문의 결과 다우오피스는 가장 저렴한 가입 상품이 2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월 4만 원짜리 ‘클라우드 서비스형’이라고 안내했다. 비용은 그렇다 쳐도 개인 사용자가 사용하기에는 적당치 않다.
다우기술 측은 “특별히 다우오피스에 덱스를 위한 많은 기능이 추가된 것은 아니다”며 “신청하면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주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 석 달간 삼성전자가 덱스 사용자를 겨냥한 행보는 이것이 전부다. 업데이트도 단 한 차례만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이 아니다 보니, 개인 사용자는 업데이트가 있었는지조차 눈치 채기 어렵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덱스를 단순히 갤럭시S8 판매 촉진용 액세서리 정도로 만든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덱스 사용자는 “기어VR이나 VR360 처럼 새로운 갤럭시 폰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새 액세서리가 나오면 과거 제품을 산 사람들은 마치 베타테스터가 된 느낌을 받는다”며 “매번 초기 제품은 급하게 내놓고 나중에 업그레이드를 이어가면 누가 삼성 초기 액세서리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무궁 대표 역시 “덱스맥스가 징검다리가 되어 덱스 사용자가 더 많아지면 덱스를 지원하는 앱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 세계 각국에서 덱스맥스가 다운로드 되는 것을 보면 잠재력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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