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4세 아동이 덜 익힌 고기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아 신장의 90%가 손실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햄버거를 끊어야겠다’ ‘앞으로 외식을 줄이고 아이들 간식은 집에서 만들어 먹여야겠다’ ‘다른 음식을 사 먹기도 불안하다’ 등 맥도날드에서 시작된 햄버거 거부 반응이 다른 패스트푸드는 물론이고 외식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소위 ‘맘스파워’가 자영업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예쁜 디자인으로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블루독, 알로봇, 풀라비, 밍크뮤 등 영유아복 브랜드는 알고 보니 최순실 씨의 제부 즉, 여동생 최순천 씨의 남편 회사 제품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부들의 공분을 샀고, 결국 맘카페에서 대규모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주부들의 미운털이 박혀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중심에 놓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대한 불매운동은 주부들 사이에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부 강민영 씨(35)는 “정신없이 살다보면 한 번씩 잊을 때가 있는데 맘 카페에 들어가면 관련 글이 올라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며 “한국에서 철수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할 것”이라고 분명한 뜻을 밝혔다.
부산에서 거주하는 주부 장은진 씨(40)는 “그 회사 제품 때문에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졌는데 아무런 처벌도 없고 멀쩡히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패키지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할인판매나 다양한 판촉행사에 넘어가서도 안 된다”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들의 분노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현재 옥시 제품을 퇴출한 상태다. 그러나 옥시 측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여파로 인해 단종된 브랜드 제품에 이은 추가 단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해 물의를 빚었던 몽고간장은 주부들의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결국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마산에 거주하는 주부 금옥희 씨(57)는 “지역 브랜드이고 맛도 있어서 다른 브랜드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꾸준히 사용해왔는데 회장의 갑질에 정이 다 떨어져 다른 간장으로 바꿔버렸다”며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정직하고 깨끗하게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리점주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유·치즈·분유 등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남양유업, 최근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문제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호식이두마리치킨 등도 아이를 둔 주부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이들에게 역풍을 맞으면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렀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선량한 자영업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수제햄버거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대기업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3년째 자부심을 가지고 정직하게 운영하면서 단골도 생기고 이제 자리를 잡아가나 싶었는데 이번 사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문제의 증상이 소고기 패티에만 생기는 병이 아니라고 하는데 햄버거병이라는 명칭까지 생기면서 정직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불똥이 튀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프랜차이즈 창업 전문가는 “여성, 그중에서도 특히 주부들은 작은 것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번 눈 밖에 나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엄마들과 이런 의견을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며 “또 가족의 건강과 연관되는 안전·위생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런 부분에 신경 쓰고 있음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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