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예인, 셀럽들에게 가장 큰 유혹은 뭘까요? 아마 사업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동엽, 정형돈 등 특급 셀럽들은 사업실패로 큰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유재석 씨는 아예 사업에 관심을 끊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도 연예인은 끊임없이 사업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연예인이 갖는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끊임없이 셀럽에게 제안을 넣고, 셀럽 또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는 건 아닐까 싶네요.
오늘은 셀럽을 활용해 성장한 거대 커머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스트리트웨어 매거진 겸 커머스 ‘하입비스트’입니다.
스니커즈를 주로 다루는 취미 블로그로 시작한 ‘하입비스트’는 2016년 홍콩 주식시장 데뷔 흥행작으로 꼽히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올 4월 기준으로 기업 가치는 2억 7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어떻게 운동화 블로그가 이렇게 거대한 사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요?
시작은 창업자였습니다. 하입비스트의 창업자 ‘케빈 마’는 운동화 덕후(마니아)였습니다. 은행에 다니며 취미 삼아 블로그 글을 조금씩 포스팅했지요.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블로그에 연동된 구글 광고로 얻은 수익은 은행 수익을 돌파했습니다.
하입비스트의 래퍼 김아일 라이브 콘텐츠.
케빈 마는 본격적으로 전업 블로거 생활을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블로그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하입비스트에서 소개한 운동화’라는 이유로 운동화를 사기 시작한 거죠.
하입비스트의 큰 성공에는 힙합 문화의 성장이 있었습니다. 힙합 음악은 1980년대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다 1990년대부터 대중문화를 점령하기 시작했는데요, 힙합 문화는 음악뿐만 아니라 의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트리트웨어가 대중문화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죠.
이런 변화에 기성 패션 언론은 둔감했습니다. 명품이나 수트 디자인에 열중했지요.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했던 케빈 마조차도 유럽, 일본 잡지를 뒤져서 정보를 구했습니다. 덕분에 스트리트 패션 디지털 매거진을 표방한 하입비스트는 홍콩의 블루 오션을 빠르게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하입비스트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의 본고장 실리콘 밸리의 기업도 아닐 뿐더러, 힙합의 본고장 미국의 기업도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때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준 건 다름 아닌 미국 래퍼들이었습니다.
홍콩에서 꾸준히 영어 콘텐츠를 쌓던 하입비스트에 은인이 등장합니다. 미국 래퍼 루페 피아스코입니다. 제이지가 발굴한 래퍼였던 그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와 대중적인 히트곡으로 미국을 호령하던 스타였습니다.
그는 하입비스트에 푹 빠진 팬이기도 했는데요. 하입비스트 사이트를 이해한 루페 피아스코는 이를 바탕으로 하입비스트를 전 세계 힙합 팬들에게 알렸습니다. 루페 피아스코는 대표적인 힙합 스타인 ‘카니예 웨스트’에게 하입비스트를 소개했죠.
카니예 웨스트는 본인의 블로그, 트위터 등에 하입비스트를 언급했습니다. 덕분에 하입비스트는 전 세계 힙합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죠. 심지어 카니예 웨스트는 하입비스트를 본인의 노래 가사에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까지 해주면서 하입비스트를 알린 대표적인 스타가 되었죠.
하입비스트의 카니예 웨스트 인터뷰.
하입비스트가 한국에서 알려지게 된 계기도 셀럽의 힘이 컸습니다. 2014년, 한국 연예지가 대거 하입비스트를 다루었는데요. 2014년 첫 호에 지드래곤을 표지모델로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힙합 문화와 패션을 선도하는 인물인 지드래곤을 선정함으로써 지드래곤은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한국 대중이 하입비스트를 접할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하입비스트는 올해 한국에까지 진출했습니다. 세계 시장 정복에서 연예인의 힘을 알게 되어서였을까요? 하입비스트는 한국에서도 인플루언서의 힘을 활용해서 마케팅 중입니다. 하입비스트 한국판에는 최자부터 서사무엘까지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본인의 음악, 패션, 그리고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가 핵심 콘텐츠지요. 알앤비 아티스트 서사무엘이 본인의 패션을 논합니다.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래퍼 최자가 맛집을 소개하기도 하지요. 힙합 문화의 영웅인 래퍼, 알랜비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로 본인의 스트리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입비스트는 광고와 커머스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미디어의 수입모델이죠. 힙합 뮤지션을 다룬 콘텐츠는 힙합 스트리트웨어를 살 의향이 있는 타깃 고객을 모으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하입비스트는 빠르게 핵심 스트리트웨어 업체가 될 수 있었지요.
하입비스트의 창립자 케빈 마는 본인의 서비스가 인플루언서 덕분에 성공한 면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는데요, 셀럽뿐만 아니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향력만을 가지고 실제로 좋지 않은 서비스를 팔다 보면 오히려 진정성이 없어져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말도 함께 말이죠.
관심이 곧 돈인 시대입니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온갖 서비스와 제품이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관심이 없다면 구매는 아예 일어날 수 없겠지요. 그래서 가장 쉽게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셀럽의 힘이 더 커지는 거겠지요. 셀럽과 사업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스트리트웨어 매거진, 하입비스트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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