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승계는 국내 기업에 한 세트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 이와 같은 기업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일이 재벌개혁에 앞장서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탁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거대 대기업에 국한되어 적용되다 보니 대기업만큼 유명한 ‘중견기업’들에서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한 꼼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조그룹이다. 자산 규모 2조 원대의 사조그룹은 동원그룹과 함께 한국 원양업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원양어업협회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국내 원양어업의 15.2%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레저·축산까지 사업다각화를 진행해 2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은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과 아내 윤성애 씨,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 등 오너일가(특수관계인)가 지분의 20.77%를 보유하고 있다. 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사조화인코리아·사조바이오피드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사조산업은 다시 사조시스템즈의 지배를 받는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가 사조시스템즈다.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용역경비업·전산·용역서비스업 등을 주로 영위하는 비상장사로 주지홍 상무가 39.7%, 주진우 회장이 1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 회장 부자의 지분을 합하면 53.4%다. 이 외에 사조산업이 10.0%, 사조해표가 16.0%, 사조화인코리아가 5.2%, 취암장학재단이 4.6%, 자사주로 10.8%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에 가까운 사조시스템즈는 2016년 기준 자산규모가 1541억 원에 불과하다. 매출은 사조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의존한다. 지난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을 보면 사조산업 82억 원, 사조대림 42억 원, 사조해표 33억 원, 사조씨푸드 16억 원 등 총 237억 원이 내부거래였다. 이는 전체 매출 318억 원의 74%에 달한다. 2015년 내부거래는 전체 매출 157억 원 중 86억 원으로 54%를 차지했다.
사조그룹은 상장사를 거느렸음에도 오너일가가 강력한 지배력을 휘두르며 의사결정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조그룹의 중간지주사 격인 사조산업의 이사회는 7명의 등기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 4인 중에는 주 회장과 그 모친인 이일향 씨(87)가 포함돼 있다. 내부 견제를 위한 사외이사 자리에는 이명성 전 사조오양 대표, 사조산업 근무경력이 있는 박사천 이사 등이 올라 있다.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사조그룹 내부 출신이다. 그룹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에 오를 경우 이사회 본 기능이 퇴색되고 오너 일가를 위한 경영판단에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자리에 내부 출신 인사를 두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하이트진로, 미스터피자 등 중견기업에까지 사정칼날이 들이닥치자 식품업계에도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공정위 내부 기류가 전 정부에 비해 급격히 바뀌는 것도 여기에 한몫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는 이전 정부에서 기업의 편에 서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공정위가 기업 감시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조그룹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공정위 조사나 제재는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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