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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남자가이드] '다들 발리, 발리 하는' 그 발리에서 생긴 일 ①

다양한 매력을 지닌 카멜레온 같은 섬…꾸따부터 가보면

2017.07.04(Tue) 07:34:29

[비즈한국] 굳이 패셔니스타나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 하지만 약간의 투자로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은근히 센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바로 당신을 위한 가이드.

 

쉐라톤 꾸따 호텔. 사진=장예찬 제공


왜들 그렇게 발리, 발리 하는 걸까.

 

세기의 커플이라 할 수 있는 김태희와 비는 신혼여행지로 발리를 선택했다. 얼마 전에는 송혜교와 송중기가 발리에서 같은 시기에 여행을 즐겼다는 제보를 기반으로 열애설이 퍼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비키니 모델들은 발리로 화보 촬영을 떠난다. 사실 발리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늘 새로운 유행을 갈구하는 한국인들이 이토록 오래 발리를 사랑하는 이유, 대체 무엇일까?

 

처음 발리를 찾은 건 2013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발리는 신혼여행지로만 널리 알려져 있었다. 딱히 발리에 대해 뭘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휴양지들이 좀 지겨워졌다. 그래서 새롭게 찾은 여행지가 발리였고, 알고 보니 호주와 유럽의 서퍼(Surfer)들을 비롯해 젊은 예술가와 IT 스타트업계 인사까지 그야말로 힙(Hip)한 사람들은 다 모이는 섬이라는 걸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첫 번째 여행 이후 발리와의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1년에 한 번은 꼭 발리를 여행하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20개국 이상을 여행했지만, 한 번 가본 곳을 또 방문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왕이면 새로운 여행지가 더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리는 예외다. 매년 방문하지만 질리기는커녕 얼른 다시 돌아오고 싶어진다. 

 

매번 비슷비슷한 휴가와 여행지에 식상함을 느낀 보통 남자들에게도 발리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친구끼리, 또는 여자친구와 함께라도 좋다. 보라카이나 세부, 요즘 뜨는 다낭이 그냥 커피라면 발리는 T.O.P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발리의 매력을 하나만 꼽으라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발리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카멜레온 같은 섬이기 때문이다. 

 

꾸따 골목의 펍. 사진=장예찬 제공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취향을 갖고 있다. 여행에서도 다르지 않다. 럭셔리한 휴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시끌벅적한 배낭여행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여름휴가의 하루 예산으로 100만 원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아끼고 아껴 10만 원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여행자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얀색 요트가 떠다니는 유럽의 럭셔리한 휴양지는 저예산의 배낭여행자를 만족시킬 수 없고, 흥청망청 밤을 새는 카오산로드는 조용하고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발리에서는 어떤 취향을 가진 여행자도 만족할 수 있다. 제주도의 2.7배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는 발리는 하나의 섬이라기보다는 독립적인 국가에 가깝고, 지역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가성비가 중요한 여행자라면, 게다가 낮에는 서핑을 배우고 밤에는 골목골목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면 꾸따(Kuta)가 제격이다.

 

꾸따 비치는 발리를 대표하는 여행지다. 발리에 왔다면, 특히 꾸따에서는 무조건 서핑에 도전해야 한다. 운동신경이 떨어져도 걱정할 필요 없다. 수영을 못 해도 괜찮다. 꾸따의 파도는 당신을 서핑 보드 위에 우뚝 세워 인생샷을 찍게 해줄 것이다.

 

로컬 서핑숍 마이서프. 사진=장예찬 제공


발리에도 한국인 강사들이 운영하는 서핑숍이 있다. 수강료가 비싼 편이지만 한국어로 기초강습을 받을 수 있고, 샤워실 등 시설이 쾌적하다. 서핑 캠프와 게스트하우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도 있다. 송정과 양양에도 지점을 둔 바루서프(Barusurf)의 본점이 발리 꾸따에 위치하고 있다.

 

모래사장 위 파라솔을 꽂아두고 영업하는 로컬 서핑숍도 이용해 볼 만하다. 별다른 시설은 없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일대일 밀착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 서핑 커뮤니티에서 검증된 숍을 찾는 게 좋다. 꾸따 메인 비치에서 조금 떨어진 파드마 비치에 있는 ‘마이서프’는 한국 서퍼와 로컬 서퍼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선셋 타임이 지나가면 꾸따는 파티 스폿으로 변한다. 꾸따 비치에서 가장 번화한 르기안 거리까지 골목골목마다 크고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 펍과 바가 즐비하다. 메인 로드인 르기안에 들어서면 쿵쾅거리는 음악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레게부터 힙합, EDM, 라이브 밴드 등 장르도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남아의 퇴폐적인 클럽 거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배낭여행자와 서퍼들이 주로 모인 공간이기에 물가가 그리 비싸지 않고, 술에 취해 흥청망청 놀면서도 지킬 건 지키는 편이다. 태국이나 필리핀에서처럼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어린 현지 여자를 끼고 노는 추잡한 광경은 발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꾸따에서는 우리 돈 4000원이면 한 접시 가득 차려진 발리니스 나시 짬뿌르와 BBQ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2000원짜리 빈땅 맥주로 무한정 늘어질 수도 있다.

 

꾸따에서의 서핑. 사진=장예찬 제공


굳이 값비싼 호텔에 묵지 않아도 된다. 1박에 5만 원이면 작지만 깔끔한 루프톱 바와 수영장이 있는 베스트웨스턴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꾸따 비치가 한눈에 보이는 풀만이나 쉐라톤 꾸따를, 가성비를 추구한다면 르기안과 꾸따 비치 중간에 위치한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을 추천한다. 어느 호텔을 선택하든 지불한 가격보다 훨씬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꾸따도 좋은데 조금 더 트렌디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스미냑(Seminyak)이 있다.

 

‘휴양지=바닷가’라는 공식이 지겹다면? 밀림 한가운데서 예술의 정취를 느끼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우붓(Ubud)이 정답이다.

 

파도가 몰아치는 서퍼들의 바다 대신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를 보고 싶다면? 럭셔리한 요트를 타고 렘봉안 섬으로 놀러 가면 된다.

 

벌써 발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얼른 비행기 티켓부터 사는 게 현명할지 모른다. 스미냑과 우붓에 대해 이야기할 다음 회를 읽으면, 미리미리 비행기 표를 사지 않은 자신을 탓하게 될지도 모르기에.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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