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드라마 PD로 일하면서 후배들이 만든 드라마도 열심히 봅니다. 후배들의 취향을 파악해두는 것도 선배의 일이거든요.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갸우뚱 할 때가 있어요. ‘어라? 저 친구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던가? 사회고발을 다루는 장르물 스타일인줄 알았더니?’ 쉴 때는 TV보다 페이스북을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선 PD로서 젊은 시청자들의 트렌드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요. 페이스북을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만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그러다 후배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면서 ‘역시!’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아요.
후배의 진짜 취향은 드라마보다 페이스북에서 나오더라고요. 드라마는 아마 국장이 시키는 작품이나 부장이 밀어주는 작품을 할 거예요. 페이스북에 올리는 만화나 미드평을 보면 솔직한 취향이 드러납니다. 밤샘 편집 끝에 새벽에 주조정실에 테이프를 입고하러 온 조연출의 지친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이는데요, 페이스북을 보면 그 지친 모습 뒤로 뜨거운 가슴을 지닌 덕후가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친구, 이 악물고 견디고 있구나. 언젠가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낼 기회만 기다리고 있구나.’
팟캐스트 ‘페리스 쇼’를 운영하는 팀 페리스는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을 만나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대가들의 성공 비법을 모아 낸 책이 ‘타이탄의 도구들’입니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자기계발 도구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사업가, 예술가,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마크 앤드리슨은 현대 인터넷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인데요. 지금은 벤처 캐피털 회사를 운영하는 기술 투자자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업의 성공 원칙은 간단합니다. 똑똑하고 실력을 갖춘 인재가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이지요. 그럼 똑똑한 사람을 어디서 찾을까요?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답니다. 그들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패티를 굽거나, 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하거나, 사무실에서 워드 프로세서 작업을 하고 있겠지요.
“그들이 낮에 무슨 일을 하는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회사에서 퇴근해 무엇을 하느냐다. 우리는 그들의 낮 시간에는 관심 없다. 십중팔구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집중하는 건 그들의 취미가 무엇이냐다. 밤 시간과 주말에 그들이 매달려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추적 관찰해 정보를 얻는다. 뭔가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우리에게 엄청난 돈을 벌어다줄 사람이다.”
저는 1인 기업 ‘주식회사 김민식’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입니다. 제게는 김민식이라는 이름의 많은 직원이 있어요. 그중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는 김민식도 있고,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는 김민식도 있고, 휴가를 즐기고 여행을 다니는 김민식도 있어요. 항상 큰소리치는 건 돈을 버는 김민식입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소중한 직원은 잘 노는 김민식이에요. 그에게 ‘주식회사 김민식’의 미래가 달려 있거든요.
대학 시절, ‘전공 공부하는 김민식’보다 ‘영어 소설 읽는 김민식’이 일과 중 더 많은 시간을 썼어요. ‘전공 공부하는 김민식’이 ‘영어 소설만 읽는 김민식’더러 잔소리도 했어요. ‘너 때문에 주식회사 김민식 망하는 거 아냐?’
세월이 흐르고 보니 ‘주식회사 김민식’의 R&D 담당자는 ‘노는 인간 김민식’입니다. 공대생 김민식을 밀어내고 번역가 김민식이 나오고, 영업사원 김민식 대신 예능 PD 김민식이 나온 것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았던 ‘노는 인간’ 김민식 덕분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취미 삼아 즐긴 책벌레 김민식 덕분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작가 김민식도 만들어졌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김민식보다 ‘노는 인간’ 김민식에 주목합니다. ‘주식회사 김민식’의 미래는 노는 인간 김민식의 손에 달려 있어요. 그런 점에서 오늘도 저는 ‘노는 인간 김민식’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김민식 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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