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부품을 재활용해서 만든 ‘갤럭시노트 팬에디션(FE)’를 국내 출시했다. 40만 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갤럭시노트FE’의 출고가는 69만 9600원.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7와 동일한 디자인과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S펜을 선호하는 노트 사용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아예 다른 부품으로 바꿔 발화에 대한 염려도 크게 덜었다. 하지만 ‘갤럭시S8’이 출시된 지 두 달이 넘었고, ‘갤럭시노트8’ 발표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덜컥 구매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를 위해 갤럭시노트FE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 5가지와 사도 좋은 이유 5가지를 따져봤다.
① 단통법
통신비 기본료 인하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인 보조금 상한제 폐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때는 조기 폐지까지도 검토됐지만 현재 장관 청문회 등 다른 일정으로 인해 임시 국회에서 통과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보조금 상한제는 한시 조항으로 원래 예정대로 9월 30일 자동 폐지될 예정이다.
즉, 약 석 달만 참으면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금과 장려금을 받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굳이 지난해 나온 구형을 제값을 다 주고 사기는 여러모로 아깝다.
② AP
갤럭시노트FE에는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7의 두뇌인 스냅드래곤 820에서 소폭 업그레이드 된 스냅드래곤 821(국내판 엑시노스 8890)이 사용됐다. LG ‘G6’에도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물론 갤럭시S8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35에 비해 성능이 크게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초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 LG G6가 부진한 요인이 스냅드래곤 82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썩 흡족하지도 않다.
아울러 AP는 단순히 구동 성능뿐 아니라 각종 신기술이 함께 집약돼 있다. 스냅드래곤 821을 사용한다는 것은 급속 충전 기술인 퀵차지 4.0와 25% 낮은 전력소모, 기가비트급 LTE 등도 함께 포기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미 성능은 차고 넘치지만 구형은 구형일 뿐이다.
③ 배터리
배터리 발화 사고가 재현될 걱정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S8을 통해 갤럭시노트7의 과오가 단지 큰 실수였다는 것을 입증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를 위해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었다. 기존 3500mAh에서 3200mAh로 약 8.57% 감소한 것. 전력을 더 적게 소모하는 갤럭시S8 플러스(3500mAh)와 비교하면 크기는 비슷하지만 사용시간이 약 1시간 이상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배터리 사용시간은 출시 이후에나 알 수 있지만, 배터리 용량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④ 빅스비
갤럭시노트FE에는 갤럭시S8의 최신 기능 중 하나인 음성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가 탑재됐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빅스비를 불러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버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갤럭시노트FE에서 사용 가능한 빅스비 기능은 사용자가 관심 가질 법한 각종 정보를 알아서 보여주는 ‘빅스비 홈’과 할일 관리 앱인 ‘리마인더’뿐이다. 하지만 둘 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빅스비 홈’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일 뿐이며, ‘리마인더’는 음성으로 일정을 저장하지 못하는 이상 단순 스케줄 앱에 불과하다.
⑤ 갤럭시노트8 & 갤럭시S8
갤럭시노트FE를 사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갤럭시S8이다. 현재 갤럭시S8은 시중에서 20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불법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S펜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당연히 갤럭시S8을 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합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무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갤럭시노트8의 조기 등판설도 갤럭시노트 FE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시점으로 보면 갤럭시노트8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도 맞물린다. 상한제 폐지 이후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가를 모두 지불하고 초도 물량을 예약 구매한 소비자들이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모두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vs 갤럭시노트FE를 사도 좋을 5가지 이유
부품을 재활용해 뒤늦게 출시된 갤럭시노트FE에 단점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의외로 장점도 있다. 지금부터 갤럭시노트FE를 사도 좋은 5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① 홈 버튼
갤럭시노트FE는 물리 홈 버튼이 있는 삼성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갤럭시S8에 탑재된 18.5 대 9 화면 비율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홈 버튼은 언제 어디서나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간단히 초기 화면으로 돌아 올 수 있어 편리하다. 또, 물리 홈 버튼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장착된다. 하지만 물리 홈 버튼이 삭제된 갤럭시S8 사용자 대부분은 후면 지문인식 센서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한다. 각종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면 갤럭시노트FE를 기다리는 ‘팬’은 바로 물리 홈 버튼 팬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② 희소성
그동안 삼성전자는 발화 사고를 일으킨 갤럭시노트7 회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발화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들은 좀처럼 환불을 거부했다. 급기야 삼성전자가 강제 업데이트를 통해 충전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초강수까지 둬야 할 정도였다.
이처럼 환불을 거부한 소비자들의 심리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배터리 발화 가능성을 제외한 갤럭시노트7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았던 측면과, 판매 중단 및 전량 회수 과정에서 희소성과 소장 가치가 높아진 측면이다. 갤럭시노트FE 역시 40만대 한정 출시될 뿐 아니라 갤럭시노트8 출시가 그리 멀지 않아 시장에서 오래 팔릴 제품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스마트폰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희소성은 충분해 보인다.
③ 친환경
우리나라에서 리퍼폰은 ‘하자있는 제품의 땡처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제조 과정을 감안하면 반드시 이를 중고제품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이상이 없는 부품을 모아 새 제품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재조립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갤럭시노트FE는 회수한 중고 제품이 아닌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완벽한 리퍼폰으로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희토류가 사용되는 스마트폰 특성상 부품을 재활용 하는 것은 환경 보호 측면에서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가 ‘화형식’ 대신 부품 재활용을 선택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며, 이를 구매하는 것 역시 작게나마 환경 보호를 실천한 행위로 볼 수 있다.
④ S펜 플러스
갤럭시노트FE에는 새로운 액세서리 ‘S펜 플러스’가 깜짝 추가됐다. ‘S펜 플러스’는 일반 필기구와 비슷한 크기로 제작돼 쥐기 편리하고, 일반 볼펜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필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크기가 크기 때문에 일반 S펜처럼 스마트폰 내부 수납은 어렵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30일까지 이벤트 참여 고객 전원에게 ‘S펜 플러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다 준다는 이야기다.
⑤ 공짜폰
단통법 개정을 앞두고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는 요즘, 갤럭시노트FE의 출고가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물론 공식 대리점을 통한 예약 구매는 정해진 가격을 전부 지불해야 하지만, 일부 스마트폰 판매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20만 원대를 암시하는 할인 정보가 돌고 있다. 심지어 한 스마트폰 판매점 관계자는 “출시 후 머지않아 공짜폰으로 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귀띔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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