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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사 빠진 3파전, SK증권 인수전 흥행의 조건

숏리스트 3곳 인수 의지 큰 반면 규모 작고 SK그룹 회사채 걸림돌

2017.06.30(Fri) 17:54:14

[비즈한국]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SK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을 비롯해 금융사·사모펀드 운용사 등 10여 곳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흥행 기대감이 높아졌다.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자​)가 공개되며 열기가 이어질 지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SK증권 건물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SK그룹은 SK증권 매각을 결정했다.SK(주)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당사가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 매각을 위해 매각주간사를 선정했다”며 “향후 매각절차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SK(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0.04%(3213만 8701주) 규모로, 매각주간사는 삼정KPMG가 선정됐다.

 

이번 매각 추진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른 조치다. SK증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SK C&C가 지난 2015년 SK(주)​와 합병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금융사 주식 소유 금지 규정에 따라 유예기간이었던 오는 8월까지 SK증권 지분 전량을 처분해야 했다.

 

SK증권은 SK그룹 내 유일한 금융계열사다. 매각이 완료되면 SK증권은 25년 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된다.

 

당초 SK그룹은 물밑에서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공개 매각으로 전환했다. SK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흥행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SK증권이 막대한 자본 출연 없이 인수할 수 있는 ‘알짜 증권사’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일반 고객들에게 인지도가 낮다. SK그룹에서 증권사를 운영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채권자본(DCM) 부문에서는 업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SK증권의 시가총액은 5154억 원이다. 매각대상은 지분 10.04%로 약 515억 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인수가가 60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1분기 기준 4233억 원이다. 따라서 600억 원 규모의 자금으로 자기자본 4000억 원의 증권사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에 금융사나 기업, 사모펀드(PEF) 운용사 10여 곳이 인수의사를 밝히거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후 지난 29일 후보군이 압축되며 윤곽이 드러났다.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SK증권 숏리스트로 케이프투자증권과 호반건설,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 파트너스 등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LIG투자증권에서 사명을 바꾼 케이프투자증권은 초반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앞서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증권사에 관심을 보였다.

 

큐캐피탈 파트너스 역시 과거 리딩투자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큐캐피탈 파트너스 측은 SK증권를 인수했을 때 PEF와 채권 부문의 경쟁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숏리스트 중 이색적인 곳은 시공능력평가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금융투자업 진출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기술금융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SK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건설사가 증권업에 뛰어드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기존에 거론되던 대형 금융사들은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인수전 흥행에 우려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처음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 업계에서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순위나 규모, 인지도 면에서 이미 증권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 금융사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증권사를 원했던 기업들만 참여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SK증권이 주관한 회사채 발행이 상당 부분 SK 계열사라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에서 분리되면 SK 계열사 물량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편 SK그룹 측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8월 초까지 지분 매각을 완료하기 위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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