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동시다발적으로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시장에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쌍용자동차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가 삼분(三分)하던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6월 13일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한 글로벌 프미이어 행사를 통해 ‘코나(Kona)’를 발표하고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기아자동차도 6월 27일 ‘스토닉(Stonic)’ 미디어발표회를 갖고 사전예약에 돌입했다.
5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쌍용차 ‘티볼리(Tivoli)’는 4440대로 전체 국산 승용차 중 7위에 올라 있다. 르노삼성 ‘QM3(큐엠쓰리)’는 1440대로 25위, 쉐보레 ‘트랙스(Trax)’는 1150대로 28위다. 5월 판매로는 QM3가 앞서지만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트랙스가 앞선다. 코나와 스토닉의 출시로 자동차업계는 소형 SUV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쌍용자동차의 아성을 현대기아차가 무너뜨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급 성능으로, 기아차는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했다. 현대차 코나는 동급 소형 SUV에서 볼 수 없는 1.6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강력한 동력성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기아차 스토닉은 디젤 엔진 장착 소형 SUV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가격(최저가 1895만 원)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코나는 쉐보레 트랙스를, 스토닉은 쌍용차 티볼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소형 SUV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각 모델들의 특징들을 알아보자.
# 쌍용자동차 티볼리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을 자리매김하게 만든 선구자 격의 모델이다. 2015년 4만 5021대가 판매되며 쌍용차 전체 판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디젤 버전과 롱 보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까지 모든 라인업이 갖춰진 2016년에는 5만 6935대가 판매되며 그 해 국산 승용차 판매량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티볼리의 인기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나홀로족’ 트렌드와 멋진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의 상품성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 비결로 분석된다. 쉐보레 트랙스가 2년 앞선 2013년 2월 먼저 출시됐지만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던 점을 보면 티볼리만의 상품성이 한 몫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그 자체로 저력이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쌍용차에서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대응을 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쉐보레 트랙스
쉐보레 트랙스는 2013년 2월 국내 최초 출시된 소형 SUV다. 올해 5월 1150대가 팔려 국산 승용차 판매순위 28위로 시들지 않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 내에서는 같은 달 1270대가 팔려 27위를 기록한 크루즈와 비슷한 판매량이다.
소형 SUV 시장이 5파전으로 커지는 데 대해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것은 쉐보레 트랙스다. 쉐보레는 현대차 코나 글로벌 프리미어 전날인 6월 12일 ‘2018 더 뉴 트랙스’를 발표했다. 가솔린 수동 모델을 신규 투입해 1695만 원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비슷한 가격대인 쌍용차 티볼리도 가솔린 수동 모델이 1651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티볼리는 1.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이고 트랙스는 1.4 가솔린 터보다. 가솔린 모델에 한해 트랙스는 가격과 성능에서 티볼리보다 우위에 있는 셈이다.
# 르노삼성 QM3
르노삼성 QM3는 2013년 12월 출시된 국내 두 번째 소형 SUV다. 경쟁사에 비해 라인업과 판매량에서 열세인 르노삼성은 국내에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대신 스페인에서 생산된 QM3를 유럽 현지가격보다 저렴하게 한국에 내놓아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실질적으로는 수입차이지만 르노삼성 브랜드를 달고 판매돼 국산차로 취급되며, 판매순위도 국산차로 분류된다. 해외생산 제품이다 보니 국내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유럽식 스타일링을 지향하는 르노삼성 특유의 디자인이 인기 비결이다. 현대기아차의 신모델과 비교해 보더라도 소형 SUV 중에서는 가장 긴 휠베이스(2605mm)를 지녔다. 그러나 탑승 시 체감하는 실내공간은 현대기아차 신모델에 비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1.5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된 단일 모델의 3가지 트림과 스페셜 트림 2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해외생산이다 보니 다양한 주문사항을 반영하지 못해 선택사양이 단조로운 점은 단점이다.
# 현대자동차 코나
현대차는 경차를 만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기아차에 비해 인건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경우도 경차인 모닝은 외주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기아차가 2016년 4월 하이브리드카 니로를 내놓으며 소형 SUV 시장에 한쪽 발을 담근 이후 1년 넘게 현대차는 소형 SUV 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형 SUV로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6월 발표된 코나는 소형 SUV 치고는 높은 성능과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다. 엔트리 가격은 1895만 원으로 경쟁 모델 대비 200만 원이나 높다. 소형 SUV의 장점인 운전의 용이성, 높은 연비를 원하면서도 가속성능, 다목적 활용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노리고 있다. 소형 SUV 내에서는 프리미엄급 제품이다. 이런 점에서 소형 SUV의 소비자들이 코나의 손을 들어줄 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현대차도 국내 시장의 한계를 감안해 미국과 유럽에서 연내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 기아자동차 스토닉
현대차 코나 때문인지 기아차 스토닉은 소리·소문 없이 시장에 등장했다. 신차발표회에 잘 등장하지 않는 정의선 부회장까지 나서 코나의 글로벌 프리미어를 한 것에 비하면, 기자들을 남양연구소로 불러 제한적인 환경에서 스토닉 신차 발표를 한 기아차로선 다소 섭섭할 수도 있다.
코나가 프리미엄급 상품성으로 승부를 건다면 스토닉은 가격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판매량이 높은 디젤 버전으로 단순하게 라인업을 갖췄고, 디젤 버전으로는 소형 SUV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코나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휠베이스는 20mm 작다.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출력은 코나보다 30마력 낮다. 대신 연비는 좋다. 제원, 출시 방식 등을 보면 철저히 코나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판매량도 그림자에 그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 기아자동차 니로
기아자동차 스토닉의 출시로 니로(Niro)의 포지션은 애매해졌다. 코나, 스토닉이 나오기 전까지 소형 SUV 시장 ‘4파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소형 SUV로 묶기에는 애매했었다. 하이브리드카라는 점, 휠베이스가 2700mm로 상위 모델인 기아차 스포티지(2670mm)보다 길었다는 점, 가격도 2350만 원(하이브리드카 세제혜택 적용 후)으로 높은 점이 이유다. 하이브리드카 취등록세 감면과 높은 연비를 고려하면 선택 가능한 소형 SUV의 범위 안에 있었다.
니로는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고, 5월 판매량에서는 QM3, 트랙스를 앞선다. 자사에서 스토닉이 소형 SUV의 대표주자로 나온 만큼 판매량 간섭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종합하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 5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소형 SUV는 보다 뛰어난 성능, 보다 다양한 편의사양, 보다 저렴한 가격이 반영된 모델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형 SUV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판매량이 많은 준중형, 중형, 준대형 세단 및 중대형 SUV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독과점시장이 해소되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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