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구는 절대로 아름다운 별이 아니다.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결코 별이 아니라는 말이다. 별은 훨훨 타면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하는데 지구는 전혀 타고 있지 않다. 지구는 단지 아름다운 행성이다. 그것도 암석형 행성이다. 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란 바다와 흰 구름 그리고 초록색 숲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름답지 않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생명체도 지구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지구를 아름답게 만든 생명체인 인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거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천체들이 있다. 바로 수십억 년 동안 지구와 충돌한 혜성과 소행성이다. 지구 나이가 겨우 5000만 살이던 아가 지구 시절에 소행성 테이아(Theia)가 지구와 충돌했다. 테이아는 화성 크기였다. 그 충격으로 지구에서 파편들이 떨어져 나갔고 이 파편들이 모여서 달이 되었다. 만약에 테이아와 충돌하지 않았다면 지금 지구의 풍경은 어땠을까? 밀물과 썰물로 연출되는 아름다운 장면도 없었을 것이며, 달력이라는 개념은 생겨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테이아 충돌 이후 지구에는 크고 작은 소행성과 혜성의 폭격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구에 물과 탄화수소를 가져왔다. 물은 생명탄생의 근거지인 바다를 만들었고 탄화수소는 생명의 기본 재료가 되었다. 소행성과 혜성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소행성과 지구가 어떻게 그 많은 바닷물을 옮겨 왔어?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말이 된다. 지구에 바닷물이 많다는 것은 착각이다. 이런 착각에는 “지구는 70퍼센트가 바다입니다”라는 라디오 광고 같은 게 한몫했다. 광고는 틀렸다. 지구 반지름은 6400킬로미터인데 바다의 평균 깊이는 4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커다란 사과가 지구라면 사과 겉면의 빨간 색소층이 바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정도면 소행성과 혜성이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
지구와 부딪힌 소행성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금-지-화-목-토-천-해’라는 행성 궤도 사이에 소행성들이 있다. 태양계 모식도를 보면 화성과 목성 사이에 마치 은하수처럼 뿌연 것들이 펼쳐져 있다. 소행성대(Asteroid Belt)를 표현한 것이다. 소행성대는 너비 2억 킬로미터, 높이 1억 킬로미터 정도의 도넛 모양이다. 아쉽게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소행성대는 망원경이 아니라 산수로 발견했다. 18세기 말 독일의 물리학자 요한 티티우스(Johann Titius)는 행성 사이의 평균 거리에는 0.4+0.3×2^n(n=-∞, 0, 1, 2, 3, …)이라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수식에 따르면 화성과 목성 사이에도 행성이 있어야 했다. 과학자들이 그 자리에서 뭔가를 찾으려 애썼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자리에서 작은 행성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지름 200킬로미터 이상은 33개에 불과하지만 작은 소행성들까지 합하면 무려 35만 3926개(2013년 1월 30일 기준)나 된다.
소행성대의 소행성들은 원래 뭉쳐서 하나의 행성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거대한 목성 때문에 그 길을 가지 못했다. 목성의 인력의 영향으로 각 소행성의 궤도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커다란 행성으로 합쳐지지 못했다. 소행성대의 소행성의 운명은 그닥 화려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구에 부딪힌 수많은 소행성들은 소행성대의 소행성과는 상관이 없다. 이들은 근지구소행성(Near Earth Asteroid, NEA)이다. 태양계가 생성될 무렵에 함께 만들어졌다. 크기는 조약돌만큼 작은 것에서부터 수 킬로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일정한 주기로 지구에 접근한다. 가까이 스쳐지나갈 때는 지구의 인력에 의해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구를 키워나갔고 지구에 생명의 재료들을 공급했다.
자동차끼리 부딪혀도 그 충격이 어마어마한데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힌다면 그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6600만 년 전 공룡이 사라진 것도 소행성 충돌 때문이다, 지름 10킬로미터짜리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했다. 충돌 직후 열폭풍과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폭발했다. 지구 대기가 먼지로 가득 찼고 태양 빛을 가렸다. 식물이 죽었다. 식물이 죽자 초식동물이 사라지고 육식동물이 그 뒤를 이었다.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은 모두 멸종되었다.
참담하고 참혹한 다섯 번째 대멸종이었다. 당시 살고 있던 생명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들은 억울하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축복도 이런 축복이 없다. 거대한 파충류들이 사라지자 주먹만 한 크기의 야행성 동물이던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고 마침내 인류가 등장하게 되었다.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에는 바다가 생기고 생명이 등장했고 또 소행성의 충돌로 인류가 등장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소행성을 찬양하라! 소행성 만세!
이번 6월 30일은 제3회 ‘소행성의 날(Asteroid Day)’이다. 23개 나라에서 기념식을 연다. 하필 6월 30일을 소행성의 날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세기 최대 소행성 충돌 사건인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이 일어난 날이 1908년 6월 30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지구와 부딪힌 소행성의 지름은 40미터. (6600만 년 전에는 10킬로미터였다!) 2000제곱킬로미터 지역이 초토화되었다.
소행성의 날은 소행성 충돌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소행성 충돌을 고대하는 이들이 모이는 날은 아니고 소행성이 혹시 지구와 충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재난 예방책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만든 날이다.
지금까지의 소행성 충돌은 지구와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소행성은 지구에 오면 안 된다. 거대한 소행성이 또 다시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는 아름다움을 잃을 것이다. 지구가 다가 아니다. 우주도 더 이상 장엄하거나 아름답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인류가 존재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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