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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반대했으면 국민연금 손실' 주장의 함정

합병 이후 주가 되레 하락…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도 문제

2017.06.28(Wed) 19:54:33

[비즈한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방이 거세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특검이 대립하는 쟁점은 2015년 7월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안에 반대하지 않고 찬성표를 던져 1388억 원의 손해를 입었는가 하는 것이다.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됐다면, 오히려 국민연금의 자산가치가 1조 원 이상 하락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양사 합병 발표 직후인 2015년 5월 2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각각 5만 5300원과 16만 3500원이었는데,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찬성 결정 직전인 7월 9일에 6만 3600원과 17만 4500원으로 상승해 양사의 국민연금 보유가치가 2조 370억 원에서 2조 2540억 원으로 2200억여 원 증가했다는 게 그 근거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42% 하락했으므로 찬성 결정이 타당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제31차 공판에서 홍완선 국민연금관리공단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으로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지분가치 증가분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은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식 23조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다른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또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같은 해 7월 3일 내놓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보고서 역시 두 회사의 합병 무산 시 삼성물산 주가가 단기간 22.6%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건 이 부회장의 청탁에 따른 청와대의 외압 때문이 아닌, 자산 증식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특검 주장에 대해 “합병 이전에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며 이 부회장의 승계와는 상관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금융업계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왜 찬성표를 던졌느냐’를 다투기 이전에 ‘반대표를 던져야 하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왜 제기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요구한 이유는 삼성물산 ​구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1 대 0.35) 때문이었다. 합병비율 결정 과정에 위법사항은 없었다고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합병비율을 두고 문제제기를 하며 ‘합병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된 ISS가 내놓은 합병 관련 보고서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단기간에 22%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하긴 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양사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합병 이후의 수익 전망이 ‘지나치게(hugely) 낙관적’이라고 지적하며 투자자들에게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의결권 자문시장 2위 업체인 미국의 글래스 루이스 역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결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이미 국민연금은 SK C&C와 SK(주)의 합병 당시 합병비율이 SK C&C의 대주주 최태원 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두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미래의 불확실한 자산가치 하락 우려에 합병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합병 찬성파’​의 설명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올라 국민연금의 지분가치가 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 주식은 2015년 6월 5일 종가 기준 19만 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반대 등 합병과 관련된 문제제기로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임시주총이 열린 7월 17일 17만 9000원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물산 주가는 8월 21일(종가 기준 13만 6500원)까지 한 달 동안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후 2년 동안 삼성물산 주식은 등락을 거듭하며 합병 전후 상승했던 가격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2년 사이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의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삼성그룹이나 금융업계에서 합병을 통해 예상한 성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물산은 28일 종가 기준 14만 4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곳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다. 변호인단의 준비나 출석한 증인들의 발언의 모든 초점이 이 부회장의 무죄 판결과 석방에 맞춰져 있다”며 “금융업계에서 나오는 주장들도 이재용 부회장 구하기 일환의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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