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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법조인 법무장관, 검찰 내부 "아프지만 개혁 피할 수 없어"

형법학자 박상기 교수 지명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 확인’

2017.06.28(Wed) 08:24:01

[비즈한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인 법무 검찰 개혁을 반드시 실현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박상기 연세대 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는데, 박 교수는 2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식과 원칙에 부합하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상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겸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청문회 준비사무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 무안 출신의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인은 아니지만, 활발히 법조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독일 괴팅겐대학교 법학부에서 형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형사법에 정통한 박 교수는 지난 2011년에는 한국범죄방지재단 제4회 범죄 관련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고시 출신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것은 60여 년만(1950년 김준연 언론인 출신 법무부 장관)인데, 검찰 내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강한 검찰 개혁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안경환 후보자가 낙마하는 과정에서, 비 국회의원 출신이나 비 공무원 출신은 검증해야 할 게 많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다시 비법조인 출신 교수를 장관 후보자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우리(법조)의 ‘논리’가 아니라 일반 시민의 논리로 우리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사시 출신 국회의원 몇몇이 후보로 거론됐음에도 다시 비법조인을 선택한 것을 확인하고 큰 변화는 피할 수 없겠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실제 박 후보자는 검찰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언론 기고문에서 “정의로운 검찰이란 무슨 의미일까, 왜 검찰에게 정의를 구하려고 하는가, 검찰에 정의를 기대하는 것은 그 임무 때문일 것이다.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수사를 지휘하고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범죄자를 기소하여 처벌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출발”이라고 검찰의 역할을 정의했다.

 

그는 이어 “사회 정의를 확립하는데 가장 적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검사는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국민에 대한 책무도 무겁다. 하지만 권력에 맞서는 검찰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소신 있는 검찰총장 몇 사람만 존재해도 국민을 위한 검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며 검찰 개혁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교수 출신이라 업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앞선 검찰 관계자는 “안경환 전 후보자와 달리 형법학을 전공했고 우리나라의 법학과 실무에 가장 토대가 된 독일법 전문가이지 않느냐, 여러 사회단체 활동 과정에서 검찰을 접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법무부를 장악하는 게 빠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천명하는 만큼, 검찰 내에서는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상황. 부장검사급 검찰 관계자는 “사실 직책 규정에도 없는 검사장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검찰의 꽃’이라고 부르고, 차관급 대우를 받으려 했던 것은 우리 검찰 조직의 잘못된 엘리트 의식이 얼마만큼 만연했는지를 부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의 시선에서 잘못됐다고 하는 부분은 손을 보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많고, 때문에 아프지만 이번 검찰 개혁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검찰의 행보가 기존과 다르지 않다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결국 정권의 첫 기업 수사는 정권의 코드에 맞춘 ‘미스터피자 갑질 수사’였고, 정치인 수사는 선거 과정에서 맞붙었던 국민의당 증거조작 사건이지 않느냐”며 “승리한 정권에 입맛에 맞춰 수사 대상을 고르는 것만큼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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