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커플이 사귀다 헤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어느 날 돌이켜보니 둘이 만나 좋았던 일보다 힘들었던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애를 하면 좋은 일이 더 많아요. 맛난 것도 같이 먹고, 재미난 것도 같이 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얼굴만 봐도 좋고, 손만 잡아도 좋고,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좋은데, 왜 이런 좋은 추억은 다 사라지고 나쁜 기억만 남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부정성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달콤했던 순간보다 상처받고 아팠던 순간, 좋았던 일보다 잊고 싶은 힘든 일이 더 생생한 이 슬픈 현상은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욱 큰 가중치를 주는 것이다. 비단 연애뿐 아니라 물건 살 때,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장점 7가지보다 단점 3가지가 더 크게 들어온다. 부정성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이 자신이 얻을 이익(긍정적인 것)보다 손해(부정적인 것)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생존을 위한 오랜 습성이라고도 한다.
좋은 일은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할 필요가 없지만, 나쁜 일은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감히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중에서
연애 심리학을 다루는 블로그로 유명한 작가가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겪는 다양한 심리학적 요인을 이야기합니다. 기억의 부정적 효과를 읽으며 문득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원시인을 떠올렸습니다.
수십만 년 동안 수렵채취 활동으로 식량을 구했던 원시인에게 먹을 것은 늘 부족했지요. 그렇기에 음식이 생기면 일단 배터지게 먹습니다. 다음 사냥이 언제 성공할지 모르니까요. 배가 부르면 꼼짝도 않고 지냅니다.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야 하니까요. 대식가에 게으름뱅이가 되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생존 전략이었어요. 이제는 농업 및 냉장 기술이 발달해 식량이 풍부합니다. 이런 시대에 대식가에 게으름뱅이로 살면 원시인의 평균 수명만큼만 살다 갑니다. 비만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을 피해야 현대인의 기대수명을 채울 수 있어요.
원시시대에는 도처에 위험이 있었어요. 숲을 걷다 사슴을 만난 원시인이 활을 쏘아 사슴을 잡습니다. 온 가족이 고기를 배불리 먹은 것은 긍정적 기억이지요. 하지만 그 사슴의 뿔에 받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면 이건 부정적 기억입니다. 사슴을 보면, 군침을 흘리는 것보다 몸을 사리는 편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긍정적 기억보다 부정적 기억이 중요했던 거지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사냥감을 나눠줬는데, 다음에 자신이 따온 열매를 주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기억해둬야 합니다. 식량이 귀한 시절이니까요.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판이 퍼지면 음식을 얻어먹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마음 속 원시인은 타인의 부정적 평가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이제는 굶어죽기 쉽지 않아요. 길을 가다 맹수의 먹잇감이 될 일도 없고요. 게다가 사람에 대한 온갖 평가가 인터넷 댓글이나 SNS를 타고 퍼져나갑니다. 이런 시대에 부정적 기억이나 평판에 너무 집착하면, 삶이 필요 이상으로 고달파집니다. 익명의 악플에 일일이 대응하고, 친구가 한 말에 일일이 상처받을 필요가 없어요.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성경 말씀이 있어요. ‘범사에 감사하라.’ 지금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지 우리는 자꾸 잊고 삽니다. 연애를 잘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작은 일에 감사하는 습관입니다.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그동안 나와 함께 나눈 즐거운 추억이 얼마나 많은지 자꾸 곱씹어 봐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누리는 게 얼마나 많은지 자꾸 돌이켜봐야 합니다. 수십만 년 동안 두려움에 떨며 살아온 원시인의 마음가짐에서 달아나야 합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며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문명인이 되는 길 아닐까요?
*필자 김민식은 SF 애호가 겸 번역가, 시트콤 덕후 겸 연출가, 드라마 마니아 겸 감독. 현재는 책벌레 겸 작가, 놀이를 직업으로 만드는 사람, 독서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김민식 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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