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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21세기 자본론’ 찬반 논쟁 가열

‘소득 불균형 문제 심화’ 지적에 학계 엇갈린 평가

2014.06.10(Tue) 08:26:12

   


“역사적으로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담은 경제학 서적이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자들의 반대 의견도 많아 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신자본론’이란 책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20여 개국의 1700년 이후 소득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며 결국 자본을 소유하고 그 자본을 상속받는 부유층들이 점점 더 부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습 자본주의’로 후퇴 가능성

피케티는 주요 선진국의 경제는 연간 1~1.5% 성장하는 반면 자본수익률은 4~5%에 달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자본주의가 ‘세습 자본주의’로 후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가의 탐욕과 소득불균형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미국인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으며 100년이 넘는 하버드대 출판부 역사상 일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들도 피케티 박사와 그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최근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서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에서도 피케티를 초빙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득 재분배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글로벌 부유세’ 신설 주장

이 책에서 피케티는 세계적으로 ‘글로벌 부유세’를 신설해 부자들에게 누진적인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그는 부유층의 자산에 최고 10%의 글로벌 부유세를 매기고 고소득자에게 최고 80%의 누진세와 상속세를 중과하자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러한 피케티의 해결책을 두고 진보성향의 학자들과 보수 성향의 학자들이 대립하고 있다.

진보 학자들의 경우 역사와 통계를 이용해 소득 불평등의 과정을 분석한 피케티의 책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반대로 보수 학자들은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비판한다.

보수 성향의 마틴 펠드슈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에서 소득분배가 필요한 이유는 ‘가난함의 지속’을 해결해야 되기 때문이다. ‘가난의 지속’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높은 경제성장이다. 부자의 돈을 거의 몰수하다시피 하는 세금정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맨큐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도 “‘자본이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크다며 부의 세습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결론은 너무 광범위하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피케티의 주장이 억측이라고 비난했다.

초기 자본 가치 측정 방법 없어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도 피케티의 주장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순환 과정으로 대개 노동력을 착취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과정이다. 그러나 피케티는 자본을 개인ㆍ기업ㆍ정부가 보유한 자산 일체로 규정하며 그 자산이 사용되든 말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의 자본 개념에는 토지, 부동산, 지적재산권은 물론이고 개인의 예술 작품과 귀금속도 포함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수그의 설명에 따르면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란 피케티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자본수익률을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초기 자본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생산에 이용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얼마인지, 또는 그것이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는지와 무관하게 초기 자본데이비드 하비 교수는 “피케티가 모아 놓은 자료는 가치가 크지만 불평등을 해소할 치료법으로 그가 내놓은 방안은 순진하고 심지어 공상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 파이낸셜타임즈(FT) 경제 에디터 크리스 가일스는 지난달 24일~25일자 기사에서 피케티가 불평등 심화의 근거로 제시한 데이터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케티가 원본 자료를 스프레드시트에 잘못 입력하거나, 부정확한 수식을 사용했다. 일부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유리한 것들만 골라 적용했으며 원본자료 없이 가공된 것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이러한 지적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진보 성향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불평등 부정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가일스가 지적한 부분은 여러 종류의 자료를 인용해 진행되는 연구라면 있을 수 있는 데이터 조정”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예일대 교수도 FT에 기고문을 보내 “설령 피케티가 제시한 20세기 초 몇 년간의 데이터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 해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전체적인 추세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피케티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FT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구경모 기자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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