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순환출자로 이뤄졌던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최종 관문에 다다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규발행되는 현대로보틱스 주식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으로 받는 현물출자 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기존 법인을 현대로보틱스(지주회사), 현대중공업(존속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4월 1일 인적분할, 5월 10일 신규·변경상장이 이뤄졌다.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는 7월 12일부터 31일까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보유한 일반주주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으며 신주는 8월 11일 최종 상장된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유상증자 완료 후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은 현재 10.15%에서 26.1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이사장이 가진 현대중공업(존속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납부하고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받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후 정 이사장의 지분율은 일반주주들의 공모 현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증권사들의 분석은 일반주주들의 공모 참여가 물량의 100%에 이를 것을 가정한 것이다.
옛 현대중공업이 분할된 신생 4개사들은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상호 13.4%의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가 있으면 분할된 회사들은 기존 자사주 지분만큼 상호 지배력이 생긴다. 이 때문에 재벌들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력을 늘리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를 금지하려는 법안이 다수 국회에 상정돼 있다.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법안들은 ‘반재벌법’으로 불리는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작업을 서두르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자사주의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옛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현대중공업(존속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또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현대일렉트릭 자사주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존속법인) 주식을 현물납부하고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자회사가 지주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지만, 향후 소액주주들에게 팔거나 블록딜을 통해 매각하면 된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현대로보틱스는 자회사 지분율을 기존 13.37%에서 27.65%로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지주사의 자회사 요건인 상장사 20%(비상장사는 40%)를 충족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기존법인) 지분 10.15%를 가졌던 정몽준 이사장은 4월 1일 인적분할 때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존속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동일하게 10.15%씩 보유하게 됐다. 정 이사장은 본인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존속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현물로 납부하고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정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26.19%(예상치)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기존보다 약 2.6배로 지배력이 커지는 셈이다.
이번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에서는 국민연금과 KCC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로보틱스 지분 9.30%를, KCC는 7.01%를 보유했다. 이들 또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지배력이 약 2.6배로 커지게 된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이론상으로 국민연금은 현대로보틱스 지분 21%, KCC는 18.2%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10% 룰’에 묶여 증자 참여 가능 물량이 제한적이다. 정몽준 이사장의 작은아버지 정상영 명예회장이 대주주인 KCC는 현대로보틱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과 KCC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유상증자 후 현대로보틱스 최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 26.19%, 국민연금 9.30%, KCC 7.01%가 된다. 이 경우 정 이사장이 자녀들에게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증여하고 50%에 가까운 증여세를 납부하더라도 자녀들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13%가 넘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정 이사장은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있어 특정인에게 주식을 상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일하게 경영참여를 하고 있는 장남 정기선 전무의 현대로보틱스 주식 보유량은 460주로 0%에 가깝다. 따라서 4남매가 공동의 결정권을 가지는 방향으로 후계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이미 현대로보틱스 지분 9.30%를 보유해 ‘10% 룰’ 한도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몽준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에 눈감아주는 셈이 되어 국민적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는 10% 룰이 걸림돌이다. 10% 룰 한도까지 남은 0.70% 지분만큼이라도 참여해 논란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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