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미국의 정책금리가 기존 0.75~1.00%에서 1.00~1.25%로 인상되었건만, 오히려 시장금리는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에는 2.20%에 거래되었지만, 회의 이후에는 오히려 2.15%까지 떨어졌다. 5년 만기 금리도 마찬가지로, 회의 이전 1.77%에서 회의 이후에는 1.74%까지 하락했다.
정책금리가 인상되었음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채권시장이 ‘단일한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발간된 흥미로운 책 ‘글로벌 투자전쟁’에서 영주 닐슨 성균관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2007~2009년 부동산시장과 글로벌 은행에 위기가 왔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최대한 인하함으로써 돈을 빌리는 비용을 낮췄다. 미국의 경우 0~0.25%의 정책금리를 2015년 12월 초까지 유지하다 인상한 바 있다. (중략)
미국 연준이 정하는 정책금리는 은행 간에, 담보 없이, 하룻밤 사이에 자금을 빌리는 이자율이다. 이 이자율이 오르면 가장 먼저 3개월, 6개월 만기 미국 정부채가 영향을 받는다. (중략) 그런데 2년, 5년, 10년, 30년 만기 채권은 좀 다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그 기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단기를 대표하는 기준 이자율이 변동한다고 이를 장기 채권 투자에 곧바로 반영하지 않는다. –본문 71쪽
앞의 그래프가 정확하게 이런 현상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 왜 장기 채권 시장은 연준이 결정한 정책금리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잦을까? 영주 닐슨 교수는 장기채권 시장 참가자들의 미래 경제에 대한 기대에 주목하라고 이야기한다.
투자자들의 경제 예측은 장기 채권의 이자율에 영향을 준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쳐 중앙은행이 다시 정책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많은 투자자가 생각한다면, 장기 채권 이자율은 절대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본문 72쪽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 재무부 장관 래리 서머스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칼럼 ‘5 reasons why the Fed may be making a mistake’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물가 상승률 목표(연 2% 상승)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의 지적은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 나타난 기이한 현상, 다시 말해 정책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 장기금리가 하락한 것을 잘 설명해준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그 결과 경기가 다시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면 시장금리는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 시장금리 하락은 우리 경제에는 두려운 일이다. 미국 등 선진국 수요가 늘어날 때 수출이 잘 돌아가는 한국 같은 공업국 입장에서, 미국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정책금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장금리의 변화에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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