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신만의 음악색을 유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대중을 노린 ‘히트공식’에 맞춰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요? 물론 정답은 없을 겁니다. 대중이 외면하는데 자기 음악색만을 고집한다면 대중음악가로서 자격이 없는 거지요. 그렇다고 히트공식에 맞춰 찍어내듯 음악을 만든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 중간을 잘 맞춰야 의미가 있을 겁니다.
더 위켄드는 인디 시절 가장 어둡고, 강렬한 음악을 하던 아티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개성 있는 음악가였죠. 그런 그가 지금은 자신의 색깔을 언뜻 드러내면서도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팝스타로 성장했습니다. 더 위켄드의 변신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더 위켄드는 에티오피아 이민자 출신 캐나다인입니다. 위켄드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족을 떠납니다. 위켄드 또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마약에 빠지는 등 어두운 학창 시절을 보내지요.
계기가 찾아옵니다. 2010년, 20세의 위켄드는 다크 알앤비를 연구 중이던 프로듀서 제레미 로즈를 만납니다. 그는 위켄드에게 3개의 곡을 줍니다. 본인을 작곡가로 표시한다면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허락과 함께요. 위켄드는 제레미 로즈의 비트에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붙여 유튜브에 올립니다.
더 위켄드의 ‘왓 유 니드 (What You Need)’. 위켄드가 처음으로 유튜브에 올렸던 곡들 중 하나다. 이들 곡은 새롭고 어두운 느낌으로 큰 화제가 되며 위켄드를 널리 알렸다.
지상 최고의 히트 래퍼 드레이크가 위켄드를 주목합니다. 그는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위켄드를 소개합니다. 단숨에 위켄드는 최고의 신인이 되었습니다. 드레이크는 위켄드를 만났고 둘은 금방 친해졌습니다. 위켄드는 드레이크의 2집 ‘테이크 케어(Take Care)’에서 무려 5곡에 참여하며 드레이크를 보좌했습니다.
드레이크의 ‘크루 러브(Crew Love)’. 드레이크 2집 앨범의 수록곡이다. 위켄드는 작곡에 참여하고, 피처링을 하는 등 다방면에서 드레이크를 도와 드레이크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를 한껏 풍성하게 만들었다.
위켄드는 이후 3개의 믹스테이프를 발매합니다. ‘하우스 오브 벌룬(House Of Balloon)’, ‘써스데이(Thursday)’, 그리고 ‘에코즈 오브 사일런스(Echoes of Silence)’입니다. 모두 위켄드 특유의 어두운 알앤비를 잘 드러낸 음반이었습니다. 웬만한 정규 앨범보다도 밀도 있고,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믹스테이프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위켄드의 ‘위키드 게임즈(Wicked Games)’. 인디 시절 곡을 모아 발매한 앨범 트릴로지의 타이틀곡이다.
2012년 9월, 위켄드는 에이미 와인하우스, 제임스 블레이크 등을 제작한 리퍼블릭 레코즈와 계약합니다. 그간 3개의 믹스테이프를 모아 리마스터링한 앨범 ‘트릴로지(Trilogy)’도 제작하지요. 이후 유럽과 캐나다 투어를 도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토론토를 떠나본 적 없던 인디 뮤지션이 드디어 주류가 된 겁니다.
위켄드의 인디 시절 곡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어두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불안함과 어둠이 가득하지요. 여기에 일렉트로닉, 인디 록 등 기존 알앤비에서 잘 쓰지 않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자신만의 정서를 정립한 채로, 다양한 장르를 받아들이며 확장한 특유의 음악입니다.
위켄드가 리메이크한 ‘더티 다이애나(Dirty Diana)’.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보컬에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이 돋보인다.
자신만의 어두운 정서가 있는 만큼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위켄드였는데요. 하지만 그에게는 강력한 대중성 무기가 있었습니다. 보컬입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하이톤에 화려한 보컬을 구사합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미구엘(Miguel) 등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뮤지션에 비해 대중성이 부족한 마니아 취향의 음악을 하는 듯했던 그지만, 화려한 보컬 덕분에 대중성을 추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러브 미 하더(Love Me Harder)’. 약간 어두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기존 위켄드의 곡보다 대중적이다. 훌륭한 보컬을 바탕으로 위켄드는 팝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기 시작한다.
위켄드는 화려한 가창력으로 대중적인 곡도 훌륭하게 소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소속사의 슈퍼 신인 디바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러브 미 하더(Love Me Harder)’가 대표적입니다. 기존 위켄드의 곡에 비해 대중적 팝에 가까운 이 곡은 빌보드 7위까지 오릅니다. 위켄드는 대중적인 팝 싱어로서도 자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토론토에서만 살았던 그는 대형 뮤지션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장소를 경험합니다. 이 경험은 그에게 큰 영향을 남깁니다. 오버 시절 처음으로 만든 앨범 ‘키스랜드(Kissland)’는 본인이 가본 곳 중 가장 멀고, 가장 자신의 고향과 다른 일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앨범이라고 합니다. 어두운 단 하나의 확실한 사운드를 가졌던 위켄드는 점차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가기 시작합니다.
2집 ‘뷰티 비하인드 매드니스(Beauty Behind the Madness)’에서 그는 기존의 어두운 음악을 구사하는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팝 프로듀서와 함께하기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되 대중적인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백 스트리트 보이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팝스타를 프로듀싱했던 맥스 마틴과 함께한 ‘캔트 필 마이 페이스(Can’t Feel My Face)’가 대표적입니다. 더 위켄드는 이 곡과 ‘더 힐즈(The Hills)’ 두 곡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며 팝 음악을 점령해버립니다.
위켄드의 ‘캔트 필 마이 페이스(Can’t Feel My Face)’. 어두운 위켄드 특유의 분위기로 시작한다. 댄서블한 팝음악 또한 강렬하다. 자신만의 어두운 스타일과 대중적인 팝음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이 곡은 빌보드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고 그는 최고의 팝스타로 발돋움한다.
3집 ‘스타보이(Starboy)’에선 더욱 적극적으로 팝 음악을 받아들입니다. 프로듀서들은 위켄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토대로 자신의 음악을 추가해 알앤비의 시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3집은 특히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참여가 두드러지는데요. 다프트 펑크가 프로듀싱한 스타보이(Starboy)는 다시 한 번 빌보드 1위에 오릅니다.
3집 활동 시절 그는 자신만의 특징이었던 치렁치렁한 장발 머리를 자르고 짧은 머리를 시작합니다. 인디 시절의 어둡고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단정한 팝 스타일을 가겠다는 그의 각오를 보여주는 변신이겠지요. 3집은 다른 어떤 앨범보다 프로듀서들의 대중적인 팝 어프로치를 받아들인 음악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다프트 펑크와 함께한 위켄드의 ‘아이 필 잇 커밍(I Feel It Coming)’. 인디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밝은 팝 음악이다. 지금의 위켄드는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는 팝 스타다.
대중음악은 대중을 위한 음악입니다. 당연히 대중의 반응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자신만의 색깔 없이 유행만을 추구하면 음악을 오래 할 수 없겠지요.
위켄드는 점차 옅어지고는 있지만 자신만의 어두움을 적극적으로 보여눕니다. 그의 최대 히트곡은 팝적인 어프로치도 있지만 어두운 위켄드만의 특징이 들어간 곡들이었습니다. 밝고 긍정적인 음악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에 대중성을 첨가한 곡들이란 거지요.
점차 위켄드가 자신만의 색깔을 줄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와 비례해 대중성은 늘어났지만 말이죠. 이제 위켄드가 자신의 늘어난 대중적 파워를 가지고 오랜 기간 기억될 개성을 발휘할지, 아니면 더욱 대중적인 음악을 할지 기대됩니다. 최고의 작품은 대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대중적 힘을 가질 때 완성되었으니까요.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등의 알앤비 스타들이 잠적에 가까운 활동을 하고, 많은 신예 알앤비 스타들이 송-래퍼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요즘 알앤비 스타의 자리를 차지한 위켄드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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