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내가 정식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면 어땠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운계약서를 통해 부동산 취득세를 덜 냈을 것이다. 내가 주도한 게 아니고 당시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결코 옳은 일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이자, 역대 최초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4년 7월,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칼럼 내용이다. 인사청문회와 관련,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던 안 후보는 ‘여러 차례 음주운전을 했지만 운 좋게 걸리지 않았다’며 음주운전 사실까지 고백했는데,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도덕성이 그 어느 부처보다 중요한 곳”이라며 청문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자가 장관 유력 후보라는 것은 사실 1주일 전부터 돌았던 얘기 아닙니까?” 부장검사급 검찰 관계자의 평가다. 그는 “안 후보자가 명예교수인 만큼 연배가 좀 있는 편이 아니냐. 한창 논문을 많이 썼을 시절 자의든 타의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이나 대필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부분들이 청문회에서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 안 후보자 역시 앞선 칼럼에서 언급했던 상황. 안 후보자는 “(논문의) 자기 표절? 알 수 없는 일이다. …논지를 확장시키기 위해, 또는 형식도, 매체도, 독자도 다른 경우에는 오히려 권장되던 행위였다”라고 적은 바 있다. 때문에 다운계약서와 음주운전 외에도 논문이 적지 않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검찰 내에서는 청와대의 안 후보자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안 후보자를 놓고 청와대에서 분명히 청문회를 대비해 검증을 철저히 했을 텐데, 그럼에도 안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안 후보자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그는 “앞선 정권의 적폐에 관여한 부분이 있다면 청산되는 게 맞지만 개혁의 과정과 속도에 다소 거친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선 정권의 지시였든,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든, 수사를 잘못한 게 있다면 감찰과 진상 조사를 통해 징계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정식 절차 없이 좌천인사를 하지 않았냐”면서도 “장관과 총장이 임명되면 이러지 않겠지만 동요가 크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청와대도 이런 검찰 내부 우려를 감안한 듯 검찰총장 인선은 과정을 다져가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오늘 오후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 천거 공고’를 냈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이미 ‘검찰총장도 추려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하마평이 나올 때 검찰총장 후보도 여럿 나왔는데, 며칠 전부터 ‘현역에서는 문무일 부산고검장, 전직으로는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이라며 “안 후보자처럼 큰 문제가 없다면 두 명 중 한 사람이 총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 다 검찰 내 ‘신망’이 두텁다는 것이 특징. 검찰 개혁의 칼날을 뽑아든 청와대가 ‘파격과 신중’의 수를 번갈아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부장검사급 관계자는 “문무일 검사장도 그렇고 소 전 고검장도 그렇고 검찰 내 신망이 두터워 검찰 내부 동요를 잘 다듬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번 정권이 검찰 인사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것은 검찰 개혁과 수사를 이끌 검찰총장 자리에 적합한 사람들을 잘 추렸다는 점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무일 검사장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것이 ‘약점’으로 거론되지만 검찰 내에서는 ‘오히려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려진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때 수사를 했음에도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라며 “당시 기소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모두 재판에서 무죄가 나지 않았나. ‘정권의 지시로 억지로 수사를 했지만 무죄가 났을 만큼 터무니없는 수사였다’는 평이 나오며 오히려 유리하게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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