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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2017] 스마트폰 시대, 소니·MS·닌텐도 해법은 달랐다

PSP3 발표 불발…X박스 원X 공개…스위치 신작 쏟아져

2017.06.14(Wed) 13:58:31

[비즈한국]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 2017이 1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했다.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3사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게임업체가 저마다 신작 게임을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기대작들이 대거 출품돼 전 세계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도쿄게임쇼, 게임스컴과 더불어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E3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게임쇼로 인정받는다. 도쿄게임쇼는 철저히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춰져 있는 데다 닌텐도가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약점.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은 규모에 비해 발표되는 신작이 적다.

 

​E3 개막 전날 주요 게임사들은 자체 컨퍼런스를 열고 행사기간 전시할 게임을 최초로 공개한다. 올해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할 신작 게임이 적잖았다. 기존 인기 게임의 후속작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전통적인 콘솔게임 시장은 수년 전부터 큰 도전에 직면했다.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인해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그럼에도 게임기기 구매에 따른 적잖은 초기 비용과 개당 5만 원이 훌쩍 넘는 게임 타이틀을 팔아야 하는 상황. 소니·MS·닌텐도 3사의 최신 전략을 E3 2017을 통해 엿봤다.

 

# 소니 PSP3는 없다…VR에 ‘올인’

 

올해 행사를 앞두고 일부에서는 소니가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PSP3(가칭)를 출시할 것이라는 루머가 흘러나왔다. 시기상 나올 때가 되기도 했고, 전작인 ‘PS비타’에 대한 소니의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소니는 1시간 남짓한 발표시간 동안 끝내 PSP3를 발표되지 않았다.

 

발표 행사가 끝나고 나자 전 세계 주요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소니가 앞으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탄식마저 나왔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게임 역사상 휴대용 게임기의 위치는 확고하다. 죽어가는 닌텐도를 살린 것이 바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세계 최초 카트리지 교환식 휴대용게임기 ‘게임보이’다. 소니 역시 ‘PSP’로 오랫동안 재미를 봤다.

 

소니는 MS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것은 물론, 가상현실 장치 PS VR까지 흥행하며 전 세계 콘솔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소니 미디어 컨퍼런스 영상 캡처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휴대용 게임기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자존심 강한 닌텐도마저 지난 2015년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소니 입장에서는 별도로 휴대용 게임기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 이는 히라이 카즈오 소니 CEO의 경영 전략인 ‘집중과 선택’과도 부합된다. 

 

대신 소니는 스마트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인 가상현실(VR)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PS VR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시중에서 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을 정도. 결국 소니는 올해 E3에서 PSP3 대신 VR 게임을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 출시된 VR 게임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 미소녀 개인과외 시뮬레이션 ‘섬머레슨’을 필두로 게임 분야에서 VR이 가진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스포츠, 롤플레잉 등 다양한 장르에서 VR화 도전이 이어졌다. RPG 장르의 ‘엘더스크롤5 VR’과 낚시 게임 ‘파이널판타지15 몬스터 오브 더 딥’, 스포츠 게임 ‘스파크’ 등이 차례대로 발표됐다. 당분간 이 같은 경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MS “하드웨어 성능으로 승부”

 

MS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일단 콘솔 시장에서 라이벌 소니를 따라잡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 게다가 MS는 아직까지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한 적이 없다.

 

올해 MS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는 코드명 ‘스콜피온’으로 알려진 ‘X박스 원 X’ 다. 기존 X박스 원에서 크기를 줄이고 성능은 더욱 향상시킨 제품이다. MS는 가장 진보한 콘솔용 프로세서 ‘스콜피온’이 탑재되고, 수냉식 쿨러와 효과적인 전력관리로 인해 안정적인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4K UHD 블루레이를 지원하고, HDR,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등 지금까지 나온 콘솔형 게임기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X박스 원 X는 지금까지 나온 콘솔 게임기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흥행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사진=MS 컨퍼런스 영상 캡처

 

다만 ‘X박스 원 X 인핸스드(Xboxone X Enhenced)’ 기능에 대한 논란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능은 같은 X박스 원 게임이라 하더라도 X박스 원X에서 구동할 때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훨씬 뛰어난 품질의 그래픽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존 X박스 원 사용자들이 새로 기기를 사야 할 정도로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X박스 원X의 가격은 499달러(56만 3000원)로 책정됐다.

 

독점작 경쟁도 뜨거웠다. 각각 플레이스테이션4와 X박스 원을 생산하는 소니와 MS는 얼마나 많은 독점작을 확보하느냐가 게임기 판매량으로 직결된다. 지금까지 독점작 경쟁은 소니의 완승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MS는 올해 발표한 42개 게임 중 22개가 독점작임을 강조했다. 전통적인 독점작 ‘포르자 모터 스포츠7’을 비롯해 ‘메트로 엑소더스’, ‘배틀그라운드’, ‘딥록갤락틱’ 등 수많은 게임이 차례대로 공개됐다. 한국 게임사가 만든 온라인게임 ‘검은사막’도 X박스 원 전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다만 대부분 독점작이 기존 유명 대작의 후속작이 아닌 신작이라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게이머들은 완전 신작보다 후속작에 좀 더 열광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승기를 잡은 소니는 독점작을 강조하기보다 후속작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해 이와 대조를 이뤘다.

 

# 닌텐도 “스마트폰과는 차원 다른 재미 선사할 것”

 

스마트폰 시대, 휴대용 게임기를 놓고 소니와 닌텐도의 결론은 달랐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게임개발부문 대표는 과거 “아무리 스마트폰이 발달해도 기존 콘솔형 게임기가 주는 재미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며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출시한 ‘스위치’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스위치’는 도킹 스테이션에 거치해서 TV와 연결해 보다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을 발휘할 수 있고, 분리해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게임기다.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스위치’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뜨겁다. 약점은 단 한 가지. 아직까지 즐길 만한 게임이 적다는 것. 스위치와 함께 출시한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하나만으로도 게이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충분했지만, 이제는 보충이 필요하다.

 

닌텐도는 지난 수십 년간 새로운 하드웨어를 판매할 때 마리오를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닌텐도 미디어 컨퍼런스 영상 캡처

 

E3 2017 개막과 동시에 열린 발표 행사에서 닌텐도는 스위치 신작 정보를 대거 공개했다. 닌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 마리오가 등장하는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를 비롯해 ‘커비 바이 닌텐도 스위치’, ‘폿켄 토너먼트 DX’, ‘메트로이드4 프라임’, ‘요시 포 닌텐도 스위치’, ‘파이어 엠블렌 무쌍’ 등이 차례대로 소개됐다.

 

닌텐도는 종종 애플과 비견된다.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직하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업 전략이 닮아서다. 닌텐도가 가진 강점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스위치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공략한다. 다만 아쉬운 한 가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출시 국가 확대 계획은 이번 행사에서도 빠졌다는 점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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