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는 유럽 기준으로 ‘B 세그먼트 SUV’로 분류된다. 국내에는 티볼리(쌍용자동차), 트랙스(한국GM), QM3(르노삼성)가 경쟁 모델이다. 현대차는 “이 시장은 2010년 48만 5000여 대에서 2016년 463만 7000여 대로 6년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연 평균 성장률은 45.6%로 모든 차급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은 시장이다”라고 출시 배경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올 4월 8일 오픈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세 번째 신차발표회다.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일렉시티(시내버스)의 공개행사가 이 장소에서 열렸다. 이전에는 서울시내 특급호텔 또는 행사 전용 공간에서 신차를 발표했지만,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행사를 하면서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평소에는 유료로 관람객들에게 개방된다.
‘월드 프리미어’는 이 차종을 전 세계에 최초로 공개한다는 뜻이다. 영국, 미국 등 해외 언론사에서 온 기자들도 행사에 참가했고, 행사는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생김으로써 월드 프리미어 행사까지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우선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을 맡은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스타일링 담당인 이상엽 상무가 디자인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동커볼케 전무는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디자인을 담당했고, 이 상무는 벤틀리 디자인을 담당했었다.
코나의 디자인은 최근 현대차가 i30, 그랜저 등 신차에 적용하는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했다. 전후면 펜더에 볼륨감을 준 디자인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투싼과 유사했다. 어떻게 보든 ‘현대차’임을 알 수 있다. 기존 현대차 디자인과 다른 점은 헤드램프를 아주 가늘게 디자인해 한국에서는 생소한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LED는 손가락 마디만 한 사이즈로도 충분히 밝으므로 기존의 구형 램프 스타일을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이 스타일은 이미 지프 체로키, 시트로엥 C4 칵투스 등 해외 브랜드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트렌드라 새롭지는 않았다.
질의응답 시간에 “코나의 디자인이 향후 현대차 디자인에 적용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동커볼케 전무는 “이 디자인은 코나에게만 어울리는 고유의 디자인이다. 다른 차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차 측은 개발단계에서 “소형 SUV지만 미국, 한국, 유럽 등 각 나라 충돌테스트 최고 등급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 때문에 비교적 후드가 긴 스타일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모델인 티볼리(쌍용자동차), 트랙스(한국GM), QM3(르노삼성)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후드가 길다 보니 ‘소형’ SUV처럼 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
실물 코나가 최초로 무대에 등장할 때 이 차를 몰고 온 운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었다. 청바지와 컨버스화, 핀 마이크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켰다. 탈모와 탈색이 겹친 짧은 머리칼은 말년의 잡스와 꽤 비슷했다. 잡스의 아이콘인 검은 터틀넥이 아닌 ‘코나’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만이 잡스의 무대와 다른 점이었다.
국내 프리미어인 경우 디자인, 파워트레인, 마케팅 담당 임원이 별도의 순서를 갖고 프레젠테이션에 나서지만, 이날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동커볼케 전무, 이상엽 상무, 정의선 부회장이 모든 발표를 도맡았다. 디자인 파트 외는 모두 정 부회장이 10분에 걸쳐 한꺼번에 설명했다.
성능은 꽤 신경 쓴 듯하다. 가솔린 버전은 1.6리터 터보엔진 하나만 적용했고, 디젤 버전은 1.6리터가 적용됐다. 변속기는 동일하게 7단 듀얼클러치 미션(DCT)이 적용됐다. 준중형 승용차 아반떼의 경우 기본 모델은 1.6리터 자연흡기, 고성능 버전인 아반떼 스포츠에 1.6리터 터보엔진이 적용됐다. SUV이므로 무게를 감안해 1.6리터 자연흡기를 적용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럼에도 연비는 가솔린 터보엔진 12.8km/l, 디젤 엔진 16.8km/l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경쟁차보다 10~15% 우위’라고 설명했다.
‘작은 차는 사고 시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전에도 공을 들였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국, 유럽, 한국 등 각국 안전기준 중 최고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현대차는 판단한다. 사고를 막기 위해 전방 충돌장치 보조(FCA), 차선유지 보조(LKA), 운전자 부주의 경고(DAW), 후측방 충돌 경고(BCW), 후방 교차충돌 경고(RCCW) 등이 대거 적용됐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정락 부사장은 “현대차는 소형 SUV 시장 진입이 늦었기 때문에 확실한 임팩트를 주려면 압도적인 사양이 필요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한편 정의선 부회장은 “코나를 시작으로 A 세그먼트 SUV에서부터 E 세그먼트인 싼타페보다도 큰 SUV도 내놓을 계획이다. SUV 풀 라인업을 갖춰 SUV의 모든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직접 질의응답에 참여해서인지 현대차의 향후 전략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영국 ‘오토 익스프레스’의 기자는 “근래 자동차업계에 인수합병(M&A)이 많은데, 현대차는 스포츠카 브랜드를 인수해 브랜드를 강화할 계획이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정 부회장은 “다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계획은 없다. 우리는 차보다는 ICT에 관심이 많다. 시스코, 바이두, 우버와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챗봇 서비스를 코나에 첫 적용해 7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한편 코나는 현대차의 첫 순수전기차(EV) SUV로 개발될 예정인데,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주행거리는 390km가 목표라고 정락 부사장은 밝혔다. 또한 현대차는 순수전기차(EV),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총망라해 2020년까지 총 31차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하는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도 말했다.
코나의 가격은 스마트 1895만~1925만 원 , 모던 2095만~2125만 원, 모던 팝/테크/아트 2225만~2255만 원, 프리미엄 2424만~2455만 원의 범위 내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B 세그먼트면 사이즈는 현대차 액센트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C 세그먼트인 아반떼와 비슷하다. 이는 다른 SUV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올해 2만 6000대, 내년부터는 연간 4만 5000대를 판매 목표라고 밝혔다.
언론 브리핑이 끝난 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실내 곳곳에 전시된 코나를 직접 만져보고 시트에 앉아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언론시승행사는 6월 말 따로 가질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소혜가 출연하는 홍보 동영상이 촬영되고 있었다. 4층 식당에서 점심식사가 제공됐는데, 코나가 이름을 따온 하와이 섬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현지인처럼 보이는 악단이 하와이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만의 장소에서 행사가 열리다 보니 특급호텔과 달리 공간 전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향후에는 고객이 차량을 인수하는 출고장 같은 곳에서 프리미엄급 체험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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