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환경부 장관으로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를 내정하면서 이전 보수정부가 세운 주요 환경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원자력 발전소 폐기 등 굵직한 사업이 걸려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환경부 장관의 개혁 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즈한국’이 김 후보자가 지난 2015년 ‘더 미래 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변화하게 될 환경정책에 대해 짚어봤다.
# 4대강, 전체 보 개방과 추가 댐 건설 불필요 강조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재앙적 실패’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2006년 판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행 하천법상 물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20년간의 계획을 수립하고, 5년마다 계획을 수정·보완한다. 노무현 정부 때 보완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댐, 제방 등 구조물을 통한 홍수 대책이 아닌 홍수량 할당제, 홍수터 복원 등 비구조물적 홍수 대책을 제시한다. 또 그동안 용수수요가 과다 추정되었음을 지적하며 추가적인 댐 건설이 불필요함을 강조한다.
댐을 홍수의 근본적 대책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는 보고서의 입장대로 김 후보자는 4대강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지시한 데 이어 1일부터는 보문 6개가 완전 개방됐다. 이렇게 4대강 사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큰 만큼 감사 결과에 따라 김 후보자가 나머지 10개의 보도 추가 개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보 개방으로 인한 용수 공급 부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당장 다가오는 여름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앞으로의 정책 진행에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석탄화력발전소도 ‘순차적 폐쇄’ 주장
김 후보자는 에너지 문제에 있어 그동안 부가적인 해결책 정도로 제시되었던 재생에너지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대기업 중심 재생에너지 확대 제도를 비판하고 소규모 생산자를 지원해 일자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벌써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 파는 소규모 사업자를 위해 공용 전력망의 접속용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김 후보자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원전 문제에 있어 김 후보자는 반원전세력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서는 원자력 정책은 폐기되어야 하지만 반원전 세력이 파편화되어 있어 원전 유지세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얼마 전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 완전 폐쇄 결정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비난이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전만을 강조한 대응으로는 원전 폐기 정책을 강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원전이 폐쇄되어도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김 후보자의 원전 폐기 정책은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는 보고서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재의 모든 에너지 생산을 일시에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원전 폐기에 따른 비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증축해 원전이 폐쇄되어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소 폐기 및 신축 제재는 원전 정책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보고서를 통해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목하고 이 역시 장기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석탄화력발전소 운행 제재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 관련 기관 통합해 대통령 직속 격상 요구
한편 해당 보고서가 2년 전에 작성되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환경정책 방향과 거의 일치하는 가운데 행정 개편까지도 보고서에 언급된 대로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총리실 산하의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합해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후보자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 보완, 조정,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특정 사업을 시행하는 녹색성장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하위에 위치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
[김민식 인생독서] 재벌 2세보다 재벌 1세가 낫다
· [왱알앵알]
'유럽-남미-한국 축구문화의 융합' U-20 월드컵 결승전 직관기
·
안경환 법무장관 지명, 검찰 내부 '그래도 총장은…'
·
'돈봉투 만찬' 감찰, 검찰 내부 "성공적 길들이기"
·
문재인 정부 기재부가 '경제사령탑'에서 밀리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