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드라마 PD라는 직업상 드라마를 많이 봅니다. 한국의 연속극을 보면 재벌 2세의 며느리는 하나같이 불행한 삶을 삽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도, 부잣집에 시집을 가면 고단한 삶이 이어집니다. “니 주제에 어찌 감히!” “너희 집안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더냐? 수준하고는, 쯧쯧.” 이렇게 온갖 수모를 다 겪어요.
평균 수명이 60이던 시절에는 시집살이도 할 만했어요. 요즘은 돈이 많을수록 더 오래 삽니다. 수명이 늘어났기에 노후가 불안한 부모님들이 돈을 거머쥐고 내놓지 않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경제력을 장악한 채 늙어갑니다. 재벌 가문에 시집 가면 시부모 눈치를 살피며 삽니다. 유산 상속에서 밀려날까 봐 형제간의 경쟁도 치열해요. 그러다 부모님이 나이 90에 돌아가시면 자식과 며느리가 벌써 60이에요. 그 나이에는 돈이 있어도 즐겁지 않아요. 여행을 가면 효도 관광이고, 놀아봤자 주책이라는 소리만 들어요. ‘아, 젊을 때 그냥 내 인생을 사는 건데!’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어요.
‘부의 추월차선’(엠제이 드마코 지음, 신소영 옮김, 토트)을 보면, ‘휠체어 탄 백만장자는 부럽지 않다. 젊은 나이에 일과 돈에서 해방되어 인생을 즐겨라’는 말이 나옵니다. 인생에는 세 가지 길이 있대요. 인도, 부의 서행차선, 부의 추월차선.
부자가 되려고 ‘부의 서행차선’으로 옮겨 타는 이도 있습니다. 부자처럼 쓰는 대신 가난하게 사는 거지요. 카드 사용이나 대출 대신 저축과 적금을 합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 언젠가 부자가 되는 날이 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함정입니다. 나이 70에 휠체어 탄 부자가 되는 길이지요.
‘부의 추월차선’은 부자가 되는 빠른 길입니다. 노동을 임금으로 꼬박꼬박 바꾸는 것이 서행차선이라면, 별도의 노동 투입 없이 추가 소득을 올리는 것이 부의 추월차선이랍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임대 소득이나, 창업을 통한 경영 수익 창출, 콘텐츠 창작을 통한 인세 수입 등 부가수입을 발생시켜야 한다고 말하네요.
부자처럼 소비하려면 우선 부자처럼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거꾸로 밟는다. 즉 소비를 우선시하면서 생산은 하지 않는다. 생산자는 부자가 되고 소비자는 가난해진다. 팀을 이적해 우선 생산자가 되고 다음으로 소비자가 되어라. 부가 당신에게 저절로 끌려오게 하라. -본문 154쪽
모든 경제활동은 소비자와 생산자로 나뉩니다. 미디어에도 소비자와 생산자가 있어요. 돈은 생산자가 법니다. 예전에는 네트워크를 독점한 매스미디어가 콘텐츠 생산을 통한 수입을 독점했지요. 이제는 소셜미디어의 시대, 누구나 미디어 생산자가 될 수 있어요.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부를 향한 여정에 있어 길이란 과연 무엇일까? 서행차선 여행자에게는 직업(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영업직, 미용사, 기장 등)이 바로 길이다. 반면 추월차선 여행자라면 비즈니스(인터넷 기업, 부동산 투자, 글쓰기, 발명)가 길이 된다. -본문 261쪽
노동 시간을 임금으로 교환하며 사는 직장인에 만족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계발하여 전문가나 사업가가 되라고 이야기합니다. 부의 추월차선을 타는 일이 쉽지는 않아도 적어도 인도를 걷지는 말아야겠어요. 부자가 아닌데 부자처럼 보이려고 부자처럼 소비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여자 후배들을 만나면 ‘신랑감으로는 재벌 2세보다 재벌 1세가 낫다’고 말합니다. 재벌 1세를 만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가난하지만 야망이 있고, 근면 성실한 남자를 만나, 그가 자신의 가치를 계발하고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아니, 이젠 자신이 직접 창작자나 여성 기업가의 꿈을 키우면 됩니다. 제겐 딸이 둘 있는데요, 그 아이들이 부잣집에 시집 가서 시부모 눈치 보며 살기보다, 창작이나 창업을 통해 자기만의 성공 신화를 써나가길 희망합니다. 재벌 2세가 되기는 글렀으니, 유명 작가의 아빠로 늙어가기를!
*필자 김민식은 SF 애호가 겸 번역가, 시트콤 덕후 겸 연출가, 드라마 마니아 겸 감독. 현재는 책벌레 겸 작가, 놀이를 직업으로 만드는 사람, 독서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김민식 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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