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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싼 한국 특급호텔, 중국·일본엔 있다?

해외 포털로 검색하면 10% 저렴…“면세 쇼핑 가능한 외국인이 우선순위”

2017.06.09(Fri) 09:16:57

[비즈한국] 국내 기업들의 자국 소비자 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역차별 받는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호텔·여행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1년간 묵은 피로를 씻고,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여행지 찾기에 분주하다.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의 휴양지는 벌써 예약이 꽉 찬 곳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에게 있어 최고의 휴양지는 역시 제주도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만 이동하면 뜨거운 태양과 옥석 바다, 맛있는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제주롯데호텔 전경. 사진=제주롯데호텔 홈페이지


문제는 가격.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지금은 한산해졌다지만 지난 3~4년간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제주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숙박시설이 그렇다. 성수기에 리조트 호텔에서 하루 묵으려면 50만 원은 지출해야 한다. 오키나와나 괌·발리보다도 비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국내 관광객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과 중국 여행 사이트에서 비교해보면 가격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 인터넷 포털의 호텔 최저가 검색을 보면 제주롯데호텔의 경우 휴가 최성수기인 7월 29일~8월 4일(6박 7일) 일정이 6일 기준 300만 원대 후반이다. 객실 타입은 슈피리어룸으로 2인 조식을 포함한 가격이다. 

 

예약 사이트마다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가 382만 원, 부킹닷컴 393만 원, 호텔엔조이 462만 원 등이다. 1박에 63만~77만 원꼴. 하나투어 등 기존의 여행업체들은 같은 조건의 객실을 400만 원대에 팔고 있다.

 

이에 바이두 등 중국 포털을 통해 호텔스닷컴을 접속해 가격을 검색하면 같은 조건의 숙박 가격은 1박에 3156위안, 6박에 1만 8936위안이다. 6일 환율(1위안=165.06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12만 5576원이다. 한국보다 70만 원 저렴하다. 중국은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를 혼합한 환율제를 쓰기 때문에 위안화 변동폭은 그리 크지 않다. 

 

제주신라호텔도 마찬가지다. 제주롯데호텔과 같은 일정으로 중국 사이트를 통해 호텔스닷컴을 통하면 2만 4108위안(약 397만 원)이다. 국내 포털의 최저가 검색으로 제시되는 국내 여행사들의 가격은 412만~440만 원이다. 중국 가격이 더 저렴하다.

 

서울·부산 등 국내 주요 관광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웨스틴조선 등 서울의 특급호텔들의 가격은 중국 가격이 한국보다 10%가량 저렴하다. 사전 예약 등의 조건에 따라 10~15%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여행사도 있다. 일본의 경우도 중국보다는 비싸지만 한국보다 저렴하게 국내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분명 내국인 소비자에게 나쁜 조건이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들의 면세점 쇼핑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왜 그럴까.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호텔과 여행사 측에서 외국인에게 큰 폭의 프로모션을 내걸고 있어서다. 중국·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여행을 올 경우 면세점 등지에서 지출을 많이 한다. 여행사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쓴 돈의 8%가량의 수수료를 면세점으로부터 받는다. 손실을 각오하고서라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객실을 싸게 팔고 있는 이유다. 

 

또 단체 예약에 대비해 해외관광객이 묵을 객실은 20~30개씩 미리 예약을 받아둔다. 이 때문에 장기간 묵어도 매일매일 숙박비용이 똑같다. 그러나 국내 관광객의 경우 따로 뭉텅이 예약을 잡아놓지 않기 때문에 비는 객실의 유무에 따라 그날그날 가격이 달라진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사람은 면세 쇼핑을 할 수 없지만 중국인들은 대규모 쇼핑관광을 다닐 수 있다. 예약에서 우선순위”라며 “지난해부터 면세점이 많이 생겨 면세점의 수수료 정책도 다양해지고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경제주체라면 낮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용을 찾기 마련이다. 싼 값에 좋은 제품을 쓸 수 있다면 국경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중국·일본 사이트에서 국내 여행을 예약할 수 있을까. 해외직구처럼 말이다. 가능하다. 아메리카익스프레스나 JCB·마스터·비자 등 국제 카드만 있으면 숙소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단 일부 여행 사이트에서는 한국 카드번호이거나 접속 IP가 한국일 경우 예약이 안 되기도 한다. 또한 실제 결제 단계에서 위안화 표시 가격이 원화로 전환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곳도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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