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월 31일부터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전 세계 최초로 수도권 지역에서 UHD(Ultra High Definition) 본방송을 시작했다. 2001년 디지털방송이 시작된 지 16년 만에 도입된 새로운 방송서비스다.
7월 예정된 지상파 UHD 방송 2단계 허가가 이뤄지면 12월부터 광역시권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지역에서도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 외 시·군 지역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따라서 2021년부터는 전국에서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UHD 방송은 기존 고화질(HD, 픽셀 1920×1080) 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800만 화소의 화질(픽셀 3840×2160)과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 TV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IP(Internet Protocol) 기반의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가전업계는 UHD TV의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UHD TV는 지상파 UHD 방송을 구현할 수 없는 DVB-T2(유럽식) 방식으로 신호를 변환해주는 컨버터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컨버터를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상파 UHD 표준인 ATSC 3.0(미국식) 방식의 UHD TV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존 UHD TV의 판매량이 100만 대로 추산되는 반면 현재까지 컨버터는 200여 대만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HD TV를 보유한 100만 가구 중에서 200대만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UHD TV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출시일자를 확인해야 한다. 올해 2월 이후 출시된 UHD TV를 구매한 경우에만 컨버터 설치 없이도 UHD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IPTV, 케이블, 위성방송 등의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경우에는 무관하다.
국내 가전 3사(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는 올 초부터 지상파 UHD 방송 구현을 위한 UHD TV 라인업을 구축했다. UHD TV 기종별 비율을 보면 LG전자가 75%(33/44종), 삼성전자가 54.9%(56/102), 동부대우전자가 30%(3/9)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0인치 이상의 초대형 UHD TV 기종을 확대할 계획인 반면, 동부대우전자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본 후에 UHD TV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벌써부터 UHD TV의 판매량이 급증할 거라 진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시장 반응을 지켜본 후 UHD TV 기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TV 시장에 진출했을 때부터 중저가형 TV 수요를 겨냥했기 때문에 UHD TV 선두권인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이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소기업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적용한 중저가형 UHD TV를 잇따라 출시하는 등 가성비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패널은 TV 가격의 60~80%를 차지하는 고가의 부품이며, 화질과 디스플레이의 수명을 좌우한다.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한 중소기업 UHD TV는 모넥스 55인치(48만 8000원), 아도니스 55인치(49만 9000원), 카레나 65인치(73만 9000원), 제노스 65인치(83만 9000원), BNB 65인치(80만 원) 등이 있다. LG디스플레이를 적용한 UHD TV는 와사비망고 55인치(51만 9000원), 프리토스 55인치(45만 8900원), 티비퀸 65인치(82만 8000원), 두왑 65인치(102만 9000원), 벡셀 65인치(139만 원) 등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UHD TV에 비해 2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 가격이다.
가성비가 좋은 50인치 이상의 중소기업 UHD TV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5월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중소기업의 65인치 커버드 UHD TV를 105만 원에 구매한 김경호 씨(26)는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을 돌아다니면서 꼼꼼하게 사양을 비교해봤지만 중소기업 TV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 정품 패널이 적용된 데다 2년 무상보증 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고 해 믿고 샀다”며 “지상파 UHD 방송을 고화질로 시청하고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중소기업의 고품질 중저가형 UHD TV 출시에 대해 염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40인치 이하 TV 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40인치 이하 TV 매출도 줄어들었다.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면서도 “중소기업 TV의 한계는 프리미엄 마케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형 TV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패널을 적용한 점만 내세우고, 패널의 등급을 알리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패널의 등급은 A, B, C로 각 3등급씩 모두 9등급로 구분된다.
‘비즈한국’이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중소기업 TV의 사양을 분석해본 결과, 패널의 등급을 밝힌 업체는 18개 업체 가운데 6개에 불과했다. A급 패널을 적용했음을 밝힌 6개 업체조차도 A급 내의 세분 등급은 밝히지 않고 있었다.
나머지 12개 업체는 패널의 등급 대신 패널의 종류나 애매모호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정품 패널’, ‘프리미엄 패널’, ‘차세대 PVA 패널’, ‘광시야각 패널’, ‘IPS 셀’, ‘LED 패널’, ‘논글레어’, ‘LG IPS GENUINE 패널’, ‘IPS LED 백라이트’ 등의 문구가 대표적이다.
TV에 A급 패널을 적용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량 화소가 10개 미만이면 모두 정상”이라며 “사람의 시각으로는 분간이 어렵고, UHD 화질을 구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등급별로 판매가가 크게 차이난다. 중소기업이 저가의 패널을 사다 쓰기 때문에 그만큼 판매가도 저렴한 것”이라며 “중소기업 TV를 구매하기 전에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패널의 등급을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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