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늘(8일) 페라리 국내 수입사인 포르자 모터스 코리아(FMK)는 서울 양재동 공영주차장에 마련한 야외무대에서 페라리의 플래그십 모델 ‘812 슈퍼패스트(812 Superfast)’의 국내 ‘출시’ 행사를 가졌다. 보도자료에는 ‘출시’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 판매는 내년 상반기부터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5억 원 전후로 예상된다. 실상은 생산량이 많지 않은 차종이라 홍보용으로 배정된 한 대의 차량으로 전 세계를 돌며 ‘국내(domestic) 프리미어’를 진행하는 것이다.
‘출시’가 의미가 없는 이유는, 이 차는 주문 단계에서 가죽 색상, 스티치 색상, 우드·카본파이버·케블라 등의 소재 등 인테리어를 구매고객 취향에 맞춰 ‘커스텀 메이드’ 주문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전액 선불 결제를 해야만 살 수 있다. 따라서 출시라기보다는 ‘코리아 프리미어’ 행사가 적당한 용어로 보인다.
812 슈퍼패스트는 페라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라 페라리’ 등 상위 모델이 있지만, 한정판으로만 만들어지고 가격도 20억 원에 육박하는 레어 아이템이다. 단종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생산·판매하는 양산차 중 최고가 모델은 812 슈퍼패스트다.
슈퍼카 중의 슈퍼카이므로 굳이 이 차가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대신 맞수로 꼽히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비교하면 이 차의 특성이 와 닿을 것이다.
812 슈퍼패스트는 페라리 ‘599 GTB’, ‘F12 베를리네타’의 계보를 잇는다. 이들의 특징은 프런트 미드십, 후륜구동이다. 반면 아벤타도르는 엔진이 운전석 뒤에 있는 미드십, 사륜구동이다. 페라리도 ‘488 GTB’와 같은 미드십 모델이 있지만, 플래그십으로는 프런트 엔진 방식을 선택했다. 후드가 길고 엔진을 운전석 가까이 바짝 뒤로 당겨 미드십 효과를 내다보니 프런트 미드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본질은 FR(프런트 엔진, 리어 드라이빙)이다.
812 슈퍼패스트와 아벤타도르는 공통적으로 12기통의 6리터 이상 배기량을 지닌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미세하게 다르지만, 제로백(0→100km/h 가속시간)도 2.9초로 동일하다.
스포츠카 중에선 하위 브랜드인 포르쉐는 최신 모델에 자연흡기를 버리고 터보흡기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맞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자연흡기를 고집한다. 람보르기니는 아벤타도르와 하위 모델인 ‘우라칸’의 두 모델만 생산하지만, 페라리는 비교적 차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터보흡기 엔진을 적용한 차들도 있다. 그러나 최고급 플래그십은 자연흡기다.
터보흡기는 동일한 출력을 내면서도 엔진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차량 경량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속 시 터빈의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가속과 감속이 예리하지 못하다. 또한 코맹맹이 소리 같은 엔진 사운드도 감성을 죽이는 요소다.
812 슈퍼패스트와 아벤타도르의 본질적 차이는 엔진의 위치, 구동바퀴에 있다. 아벤타도르처럼 엔진이 운전석 뒤에 있는 미드십은 무게중심이 네 바퀴 사이에 위치해 밸런스가 좋다. 또한 아벤타도르는 812 슈퍼패스트보다 전고가 140mm 더 낮다. 미드십, 저중심에 사륜구동이므로 납작 엎드린 자세로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므로 코너링은 확실하다.
반면 812 슈퍼패스트는 FR의 특성을 극대화했다. 사륜구동을 적용하면 접지력이 더 뛰어나겠지만, 후륜구동을 적용해 흔히 ‘드리프팅’으로 불리는 오버 스티어링에 최적화했다. 아벤타도르처럼 바닥에 착 감기는 것도 테크놀로지이지만, 후륜이 슬쩍 미끄러지는 드리프팅의 매력은 고성능 차를 운전하는 재미 중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차량 무게도 사륜구동을 적용한 아벤타도르가 1820kg으로 812 슈퍼패스트의 1525kg보다 약 300kg 더 무겁다. 아벤타도르는 후드가 짧아 전방충돌 시의 안전을 위해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수지강화탄소섬유) 튜브로 탑승공간을 둘러싸야 해서 제작비용이 상승한다. 812 슈퍼패스트는 일반적인 승용차의 모노코크 보디를 적용하되 소재를 알루미늄으로 했다. 812 슈퍼패스트의 국내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작인 F12 베를리네타는 5억 원, 아벤타도르는 5억 7500만 원이다.
이 두 차량을 나누는 또 하나의 차이는 다운포스다. 아벤타도르는 납작해서 공기저항을 거의 안 받는 디자인이다. 812 슈퍼패스트는 후드가 길어 다운포스를 받기에 적당하다.
다운포스를 위해 공기와 접촉하는 면을 늘리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극대화했다. F12 베를리네타의 후드에는 공간이 비어 있는 ‘에어로 브리지’가 있는데, 812 슈퍼패스트는 그 정도로 공간을 비우진 않았으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디자인이 곳곳에 적용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812 슈퍼패스트와 아벤타도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차들이다. 다만 지향하는 성격이 조금 다른데, 아벤타도르는 무지막지한 힘을 테크놀로지의 힘으로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차라면, 812 슈퍼패스트는 컨트롤되지 않는 힘을 이용해 운전의 재미를 즐기는 감성 충만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우직한 황소의 람보르기니,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의 페라리. 두 차량은 각 회사의 엠블럼에 딱 맞는 성격을 추구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핫클릭]
·
iOS11에서 발견한 아이폰8 강력한 힌트 4가지
·
'탑 사태'로 살펴본 연예인 마약 수사의 비밀
·
'애플이 변했다' 작심하고 쏟아낸 WWDC 2017
·
[인터뷰] "영어로 인생 고칠 수 있다" 김민식 MBC PD
·
[홍춘욱 경제팩트] 재개발을 해도 집이 부족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