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태백산에서 만난 태백바람꽃이다. 뒤로 활짝 젖혀진 하얀 꽃받침에 꽃술이 많은 이 꽃은 배드민턴 경기에 사용하는 셔틀콕을 생각나게 하는 모양새이다. 태백바람꽃을 보니 이제 봄도 다 지나가나 보다.
5월의 신록이 6월의 녹음으로 짙어져 가는 계절이다. 이 땅에 봄은 바람꽃에서 시작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풍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이 어느 산들꽃보다 꽃을 일찍 피워 이 땅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 노릇을 한다. 그 후로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이 피고 나면 홀아비바람꽃, 들바람꽃에 이어 태백바람꽃이 핀다. 바람꽃류 중 마지막으로 피는 종은 한여름 7~8월에 피는 고산지대 꽃으로 설악산 공룡능선에 많이 피는 ‘바람꽃’인데 바람꽃류 중 가장 키가 크다.
태백바람꽃이 필 때쯤이면 한창 피어나던 봄꽃들이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다투어 피어나던 봄꽃들이 한숨 돌리듯 주춤한다. 녹음이 짙어가는 6월은 계절상으로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짙어진 녹음 아래 그늘에서는 산들꽃이 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다. 또 장마철에 꽃을 피워봐야 빗속에 벌, 나비의 활동도 어려울 때라서 지혜로운 산들꽃은 이 시기를 피하는 듯싶다.
많은 바람꽃 중에서 태백바람꽃은 높은 산에 자라므로 만나기 어려운 바람꽃에 속한다. 태백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태백’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아직 공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종이다. 회리바람꽃과 들바람꽃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변이종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태백산 밖의 지역, 백두산과 강원도 청태산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06년에 발간된 식물분류학회지에서는 태백바람꽃은 유사종 간의 교배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며 독립된 종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술한다.
태백바람꽃은 잎 모양이 회리바람꽃과 들바람꽃을 닮았으며 꽃 모양은 이들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다.
꽃받침이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들바람꽃처럼 하얀색으로 변해가며 뒤로 발라당 젖혀진다. 뒤로 활짝 젖혀진 5~6장의 꽃받침이 크고 하얗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 모습은 회리바람꽃과 비슷하다. 태백바람꽃의 암술과 수술의 성근 모습은 들바람꽃을 닮았다. 반면에 태백바람꽃은 젖혀진 꽃받침의 끝부분이 뾰족하며 한 개의 꽃을 피우는데, 회리바람꽃은 젖혀진 꽃받침이 매우 짧고 연녹색이며 두세 개의 꽃을 피운다. 들바람꽃은 하얀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지 않으며 끝부분이 둥글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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