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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마니아급 기자, 문재인 커피 '콜브이과 4321'를 맛보다

'문 블렌딩' 유명세…취향 따라 선호도 다르겠지만 품질은 우수한 편

2017.05.31(Wed) 15:34:31

[비즈한국] 커피 업계가 ‘문재인커피’로 떠들썩하다. 미담으로 남을 뻔한 이른바 문재인커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명세와 인기에 힘입어 소규모 커피점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어떤 맛일까. 커피 마니아를 자처하는 기자가 문재인커피를 마셔봤다. 

 

클럽에스프레소에서 판매하는 ‘문 블렌드’. 사진=우종국 기자

 

# 커피 맛을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글쓴이는 15년차 기자, 40대 초반으로 10년여 전부터 사무실에서 직접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다양한 원두를 접하던 중 최근에는 거의 S 브랜드의 원두만 소비하고 있다. 

 

누구나 잠깐의 호기심으로 커피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매일 아침과 오후에 커피메이커를 통해 추출된 커피를 동료들과 나눠 마시는 행위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커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일이다. 커피를 마시기 전의 행위는 설렘이지만, 커피를 내린 후 뒤처리는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커피’는 대선일인 5월 9일 밤 11시 13분 마은식 클럽에스프레소 대표가 올린 글 때문에 알려졌다. 사진=마은식 페이스북 캡처


# 판매자의 태도에서 품질을 추측하다

 

‘문재인커피’는 대선일인 5월 9일 밤 11시 13분 마은식 클럽에스프레소 대표가 올린 글 때문에 알려졌다. 단골인 문 대통령이 평소 ‘콜롬비아 4, 브라질 3, 이디오피아(에티오피아) 2, 과테말라 1’의 비율로 블렌딩한 원두를 자주 사 갔다는 내용이었다. 이 비율은 곧 ‘콜브이과 4321’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클럽에스프레소는 청와대 뒤쪽으로 차를 타고 5분이면 도착하는 부암동에 위치한 커피점이다. 마 대표의 페이스북을 보면 커피와 관련된 사진도 많지만, 대부분의 글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것이거나 일상에 관련된 글들이 많다. 커피만을 홍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종종 올리는 커피점 사진을 보면 나이가 좀 있는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다. 마 대표나 문 대통령 정도 나이대의 취향이다. 

 

문 블렌드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동료가 재빨리 ‘문 블렌드’ 원두를 사 와 맛 감별을 의뢰했다. 마 대표는 ‘안티 문’ 세력들이 “대통령을 돈벌이에 이용한다”고 공격하자 “언론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응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인터뷰)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 한 거고, 일본 언론은 대통령을 해외에 알리고 싶어서 응했다”고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수요가 많아 ‘문 블렌드’라는 품명의 커피를 팔고 있다. 

 

# 개성 강하지 않은 대중적인 맛

 

문 블렌드의 색상은 주황색에 가까운 황토색이다. 미디엄 로스팅보다도 더 연하게 볶은 커피다. 외관상으로는 다크 로스팅 위주의 S 브랜드보다는 폴 바셋, 테라로사처럼 스페셜티 커피를 표방하는 원두에 가깝다. 이런 커피의 특징은 내려진 커피보다 원두 자체의 향이 더 좋다는 점이다. 

 

최고급 루왁커피를 내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커피를 내리고 시음을 해 보았다. 저가형 커피 맛은 아니었다. 저가형 커피는 풍미가 없고 바디감만 있는 쓴 액체일 뿐이다. 문 블렌드는 개성이 강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마실 만한 대중적인 맛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을 듯했다. 

 

마니아급에 들어서면 커피 맛에 대한 선호는 극과 극이다. 사과가 품종별로 맛의 차이가 있더라도 당도가 높으면 모두 맛있다고 인정되는 반면, 커피는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문 블렌드 스타일의 원두를 선호하는 이들은 S 브랜드의 다크 로스팅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종종 말한다. “강배전(다크 로스팅)은 신선한 커피의 풍미를 살리지 못해 싼 원두에 주로 쓰인다”는 주장이다. 반면 S 브랜드 마니아들은 S 브랜드의 세계적으로 검증된 맛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클럽에스프레소 대표가 페이스북에 커피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면 원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인다. 장삿속으로 싸구려 원두를 사용한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음 결과와 제조자의 마인드로 미뤄보아, 문 블렌드는 괜찮은 품질의 원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음 결과와 제조자의 마인드로 미뤄보아, 문 블렌드는 괜찮은 품질의 원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 콜브이과 4321이 모두 문 블렌드일까

 

다만 블렌딩 비율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콜브이과 4321에 대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방식’이라는 의견과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의견이 대립된다. 그러나 이런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 블렌딩이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맛을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분야라는 얘기다. 

 

주의할 점은 콜브이과 4321의 비율을 지킨다고 해서 ‘문 블렌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에티오피아산 원두에는 ‘예가체페’도 있고 ‘시다모’도 있다. 예가체페에서도 등급에 따라 맛과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의 원두도 마찬가지다. 어떤 원두를 사용했는지는 클럽에스프레소만의 영업비밀일 것이다. 또는 동일한 원산지라 하더라도 그때그때 매입하는 원두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블렌딩 비율보다는 블렌딩에 사용된 원두의 품질과 적정한 로스팅이 더 중요하다. 저가형 원두로 콜브이과 4321의 비율을 흉내 낸다고 문 대통령이 마시던 커피와 동일한 커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문 대통령의 팬덤 현상으로서 문 블렌드가 소비되는 것이기에, 어떤 등급의 원두를 쓰든 콜브이과 4321의 비율로 ‘문 블렌드’를 만들고, 그것을 마시며 문 대통령과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소비자가 판단할 영역이다. 커피마니아에게는 ‘커피’가 중요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문 블렌드’라는 이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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