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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갑질' 도산 청과업체, 합의 후 자진 파기 속사정

김 씨 “본질 외면한 채 합의 과정도 갑질”…롯데 “합의할 때는 언제고”

2017.05.30(Tue) 22:17:52

[비즈한국] 롯데슈퍼로부터 ‘갑질’을 당해 도산했고 롯데슈퍼의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법정공방을 벌이던 옛 청과 협력업체 대표가 올해 1월 롯데슈퍼와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롯데슈퍼, 청과 협력업체와 민형사 공방전).

 

그러나 협력업체 대표 김정균 씨는 롯데슈퍼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합의 과정에서도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이 달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롯데슈퍼는 “김 씨가 합의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문제를 다시 거론하겠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슈퍼 한 매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비즈한국DB

 

롯데슈퍼는 합의 직후 김 씨에게 8000만 원을 지급했다. 롯데슈퍼와 김 씨 간 합의서에는 “김 씨가 제 3자에게 합의 사실을 누설하지 않고 롯데슈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등을 취하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면 김 씨는 롯데슈퍼로부터 지급받은 돈을 위약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그런데 그는 정식으로 이의 제기를 하면서 롯데슈퍼와 자진해 합의 파기를 택했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그가 이런 결정을 해야 했을까. 

 

김 씨는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성선청과로,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보성청과로 롯데슈퍼(전신 CS유통 포함)에 청과를 납품했다. 유통업체가 지정한 매장에 청과를 납품하면 판매 대금 15% 공제 후 김 씨가 지급받는 수수료 매장 형태였다. 당시 김 씨는 개인 사정으로 지인 송 아무개 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했다. CS유통을 2012년 1월 롯데쇼핑이 인수하면서 김 씨는 롯데슈퍼와 자연스럽게 거래하게 됐다. 

 

하지만 김 씨가 적자에 시달리면서 2013년 9월 거래를 중단하려는 과정에서 롯데슈퍼가 약정 수수료 15%가 아닌 최고 25%를 일방적으로 차감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가 롯데슈퍼에 항의하자 롯데슈퍼는 그에게 새로운 업체 설립을 통해 납품하도록 해주고 납품단가 지정방식으로 거래조건을 개선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성선청과를 폐업했고 보성청과를 통해 2014년부터 롯데슈퍼에 납품했다.

 

그는 “전직 롯데슈퍼 매장 간부들이 내가 납품한 물품에 대해 매장 손실을 메우는데 썼다고 확인해 줬다. 약정 수수료 이상을 마음대로 차감하면서도 롯데슈퍼는 나와 일절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 도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보성청과 때도 판매는 부진했고 적자는 이어졌다. 일련의 상황으로 정확한 손실 규모 산출조차 불가능하지만 롯데슈퍼와 거래로 최소 5억 원 이상 손실을 본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성토했다.

 

그가 2015년 문제를 제기하자 같은 해 8월 롯데슈퍼 담당 임원은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약정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최고 25% 가까이 차감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2139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확인서를 써줬다. 롯데슈퍼가 일부 문제를 시인했지만 김 씨가 당한 피해액을 이 금액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김 씨는 같은 해 롯데슈퍼와 거래를 청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롯데슈퍼가 위조를 통해 급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약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변론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 분쟁조정 과정에서 롯데슈퍼는 성선청과와 25% 수수료로 계약한 2013년 3월 29일자 특정매입거래계약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그는 이 계약서에 대해 자신과 명의자인 성선청과 명의자 송 씨가 본 적도 날인한 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명의자 송 씨의 인감도장과 롯데슈퍼 측이 제공한 계약서상 송 씨의 인감은 글자체와 모양이 전혀 달랐다.  

 

공정위가 결론을 못 내리자 김 씨는 2015년 11월 롯데슈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롯데슈퍼는 전신인 CS유통이 성선청과와 2009년 3월 13일 맺은 상품공급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문제는 사업자명이 ‘성선청과’가 아니라 ‘성성청과’로 기재돼 있고 사업자 등록번호도  ‘107-91-0XXXX’이 맞는데  ‘107-81-3XXXX’로 틀리다는 것. 

 

김 씨가 지난해 5월 소진세 롯데슈퍼 총괄사장 등을 사문서 위조 혐의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슈퍼는 그에게 5000만 원을 줄 테니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하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민사소송 1심에서 법원은 앞서 롯데슈퍼가 일부 책임을 인정한 부분 등과 관련해 김 씨에게 2000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그에게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그가 제기한 형사소송 건에서 검찰은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그는 즉시 항소했지만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던 터라 올해 1월말 롯데슈퍼가 제시한 합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합의서 내용과 관련해 롯데슈퍼 측과 어떠한 사전 협의 과정도 없어 일방적으로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사무실 이전 등으로 계약서를 분실했는데, 롯데 측도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없다고 하던 2009년 상품공급거래계약서마저 법원에 증거자료라며 제출하는 식이었다”며 “롯데 같은 대기업이 아무나 문제를 제기한다고 돈을 주고 합의를 요청하지 않는다. 내 주장이 틀렸다면 롯데슈퍼가 벌써 명예훼손과 소송을 제기하고도 남았다”고 밝혔다. 

 

장고 끝에 그는 이 달 청와대에 롯데슈퍼의 갑질 문제를 탄원했다. 그는 “합의를 파기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지만 묵과할 수 없었다. 모든 각오가 돼 있다. 곧 정부 주무부처에서 정식 조사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슈퍼와 김정균 씨의 합의서 내용. 사진=김정균 씨 제공

 

롯대슈퍼는 김 씨가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대기업의 갑질 건에 대한 처벌 강화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서 유탄을 맞게 되진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김 씨가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당사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을 다했다. 당사는 일방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합의 당시에는 문제 제기 않다가 이제와 딴 소리를 하고 있다”며 “그는 당사가 5억 원 이상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확한 피해액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사는 그의 주장대로 사문서를 위조한 적도 없다. 많은 협력업체들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실무자가 김 씨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도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더니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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