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벌게 된 음원 수익은 얼마일까요? 2012년 경향신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남경필 당시 의원에게 받은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수익은 36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큰돈이죠. 다만 역대 최고의 히트곡이 얻은 수익이라기는 아쉽습니다.
해외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었습니다. 음원 수익 비중이 점차 플랫폼 사업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해외에서도 가수의 음원 수익이 많이 줄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그만큼 음악을 싸게 즐길 수 있게 된 겁니다. 뮤지션들에게는 삶이 어려워진 거겠지요.
상황 개선을 위해 팝 뮤지션도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음원 시대에 팝스타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부 뮤지션은 스트리밍을 막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앨범 ‘1989’를 스트리밍 사이트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리밍을 막으니 팬들은 다운로드로 넘어갔습니다. 다운로드 수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지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셰이크 잇 오프(Shake It Off)’는 주간 다운로드 수치 54만 건으로 당시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델 또한 스트리밍은 ‘미리듣기’만 제공하고, 다운로드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공개했습니다. 역시 앨범 다운로드 및 구매 수치가 올랐습니다. 해외에서는 음원 전체 다운로드도 앨범 구매로 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기준으로 보면 2017년 2월 기준으로 아델의 최근 앨범 ‘25’는 무려 924만 장을 팔아 치웠습니다.
아델의 ‘웬 위 워 영(When We were Young)’. 아델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쉽게 들을 수 없다. 공식 유튜브 계정 정도다.
플랫폼과 독점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랭크 오션은 최근 앨범 ‘블론드(Blonde)’를 애플 뮤직에만 독점 공개했습니다. 덕분에 애플 뮤직은 ‘줄 세우기’ 현상으로 차트를 지배했습니다. 한 곳에 독점적으로 공개하며 애플과 좋은 조건으로 협상하니 뮤지션 입장에서 오히려 수입이 늘어납니다. 드레이크 또한 본인 앨범 ‘뷰(View)’를 애플 뮤직에 독점 선공개했습니다.
플랫폼을 뮤지션이 아예 사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이지는 스웨덴 음원 사이트(Aspiro)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14년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타이달(TIDAL)’을 설립했지요. 더 ‘공정한’ 수익 배분을 하고 싶다는 취지였습니다.
타이달의 강점은 음악계의 대부인 제이지의 인맥입니다. 이미 마돈나, 리한나, 니키 미나즈, 비욘세, 카니예 웨스트, 얼리샤 키스 등 초호화 스타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멤버를 모아 호화로운 론칭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후 타이달은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 등 제이지의 최측근 뮤지션의 앨범을 독점 공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니예 웨스트의 최근 앨범 ‘더 라이프 오브 파블로(The Life of Pablo)’를 공개한 이후 타이달의 접속자 수는 두 배가 되었습니다. 스타 효과는 확실한 셈이죠. 이 코너에서 소개한 비욘세의 신보 ‘더 레모네이드(The Lemonade)’ 또한 타이달에서 독점 공개되었습니다.
카니예 웨스트의 ‘페이머스(Famous)’.
타이달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애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기존 거대 플랫폼에 밀리는 게 사실인데요. 그럼에도 뮤지션에게 ‘독점 공개’라는 새로운 방식의 기회를 조금 넓혔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래퍼 릴 웨인(Lil Wayne) 등의 스타가 속속 타이달을 통해 신보를 독점 공개할 예정입니다.
역발상으로 음원을 무료로 풀어버리기도 합니다. 힙합계에서 신인들이 활용하는 믹스 테이프(Mix Tape)라는 방식이 좋은 예인데요. 과거에 래퍼들은 자기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서 거리에서 팔았습니다. 믹스 테이프로 좋은 반응을 얻어야 비로소 진짜 앨범을 낼 수 있었지요. 믹스 테이프로 인기를 얻으면 정규 앨범을 낼 기회가 주어집니다. 뮤지션의 ‘명성’을 기대하고, 핵심 콘텐츠를 무료로 풀어버리는 방식이지요. 이미 인터넷 전에도 ‘전략적인 무료화’는 있었던 셈입니다. 현재는 디지털 음원을 무료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믹스 테이프 시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믹스 테이프 제작에는 큰 자본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돈을 벌 거라는 기대가 적으니까요. 무료로 공개한 일부 음원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물론 실제로 작곡, 편곡된 오리지널 음악이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드레이크의 경우 2006년부터 3개의 믹스테이프를 공개했습니다. 우울한 감성,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 등 이미 드레이크의 음악이 이때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드레이크의 ‘휴스태틀랜타베이거스(Houstatlantavegas)’. 드레이크의 믹스테이프 ‘소 파 곤(So Far Gone)의 수록곡이다.
음악만이 수익화가 어려워진 건 아닙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대개 돈이 안 됩니다. 무료화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지혜롭게 좋은 사업모델을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강연 플랫폼 테드(TED)가 있습니다. 테드의 모든 강연 동영상은 무료입니다. 대신 강연을 통해 엄청난 스타를 만듭니다. 그 스타를 직접 만나려면 큰돈을 내고 오프라인 행사 티켓을 사야 하지요. 온라인 콘텐츠는 무료로 풀고, 핵심 오프라인 콘텐츠는 유료로 제공하는 프리미엄(Freemium) 전략으로 테드는 멋진 사업이 되었습니다.
비욘세의 ‘러브 드라우트(Love Drought)’. 비욘세의 신보는 타이달에 독점 공개되었다. 온라인에서는 타이달 외에는 뮤직비디오로만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뮤지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프라인 경험인 투어로 돈을 벌지요. 비욘세는 최근 낸 앨범 레모네이드를 남편이 소유한 타이달에만 올렸습니다. 핵심 음원은 유튜브에 올렸지요. 이후 방송 출연 없이 전국 투어 공연에만 집중합니다. 공연 사업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게 아티스트로서도 사업적으로도 최고의 선택이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 가수들이 행사와 콘서트로 돈을 버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투어 수입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이지는 타이달 론칭 파티에서 스트리밍 사업을 한 이유가 스타 뮤지션 때문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스타는 투어로 돈을 벌면 됩니다. 가수 외에 음반 산업에 종사하는 스태프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그는 말했지요.
디지털 시대에도 스타는 돈을 잘 법니다. 오히려 더 잘 벌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에 기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처우일 테지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역설을 고민하게 만드는 팝 가수의 음원 수익모델들이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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