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둔 당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들은 ‘대한민국과의 계약’을 체결한다며 광고를 냈다. 후보들은 대한민국과의 계약으로 ①대한민국 모두를 위한 갑을개혁 ②상속자의 나라에서 혁신가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일자리규제개혁 ③청년의 주거독립과 재정독립을 위한 청년독립 ④40대 50대의 새로운 인생도전을 돕는4050자유학기제 ⑤‘임신에서 입학까지’ 엄마의 일과 자립을 도와주는 마더센터 설립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약에 서명한 후보들은 이 5가지를 2017년 5월 31일까지 이행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형태로 반납하겠다고 공언했다. 광고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대표로 서명한 이 계약서를 ‘1년동안 보관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비 반납을 약속한 56명의 후보 중 대표로 서명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을 포함해 32명의 의원이 당선됐다.
약속했던 기한까지 1주일이 남았지만 계약을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6년 5월 30일 당시 새누리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청년기본법’ 외 4가지 계약과 관련된 법안 발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약했던 의원들이 당선되고 난 뒤 1년이 흐르고 상황도 크게 변했다.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에 남았지만 바른정당으로 당을 옮긴 의원도 있어 법안 발의에 힘을 합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물리적인 시간도 5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법안 발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으로 약속대로라면 세비 반납을 해야한다. 약속한 의원들이 모두 반납한다면 40억 원이 넘는 큰 돈이다. 하지만 의원, 당 모두 약속 이행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당과 의원 각자가 서로에게 책임 전가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해당 약속을 파악하고는 있으나 따로 이행을 위해 당 차원에서 들이는 노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의원 각자가 계약한 만큼 지키려고 한다면 의원 개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계약을 체결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약속 이행을 위해 어떠한 실행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의원 개인이 먼저 무엇을 실천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당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명에 참여한 바른정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 시절 낸 광고이고 이미 당도 달라졌다. 계약에 참여한 의원 숫자가 훨씬 많은 자유한국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도 아닌 우리가 지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역시 서명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한 의원실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토로했다. 그는 “당 정책국에서 서명에 참여한 의원을 대상으로 세비 반납할 의사가 있는지 취합할 계획이 있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취합하진 않았고, 1주일 남은 현재 아무 진척도 없다. 솔직히 당 차원에서 세비 반납을 강제하기도 힘들고 세비 반납할 의원도 없어 아무도 반납 안하고 끝날 것 같다.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진짜 세비 반납을 한다면 이미 어떤 결과가 나왔으리라 본다”고 귀띔했다.
결국 ‘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공약이 지켜지지 않아 빈공약이 되더라도 약속한 후보가 받는 불이익은 크게 없을 전망이다. 광고했던 계약이 일종의 ‘선언’ 효력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계약을 기억한다는 윤여훈(27) 씨는 “세비 반납은 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본 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회복하고 뛰는 국회’로 거듭나겠다던 약속은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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