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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한 번 해볼까' 하는 당신 앞에 펼쳐질 현실

빚 내서 하지 마라, 커피·샌드위치·스테이크 피하라, 성실해야 단골 생긴다

2017.05.26(Fri) 10:41:02

서울시는 22일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해 합법 영업공간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 반포한강공원 풍경.  사진=서울밤도깨비야시장 홈페이지

 

[비즈한국] 푸드트럭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서울 시내 5개 장소(여의도한강시민공원, 반포한강공원, 청계천, 청계천광장, 동대문DDP)에서 열리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가보면 푸드트럭 앞에 늘어선 긴 줄을 쉽게 볼 수 있고, 창업 비용도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드트럭 한 번 해볼까”라고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22일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해 합법 영업공간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5월 현재 225대의 푸드트럭을 올해 말까지 537대, 내년 말까지 800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영업공간과 축제행사 참여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푸드트럭 활성화로 청년 실업률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푸드트럭의 사업적 전망은 어떨까. 일반 직장에 비해 돈도 많이 벌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는 것일까. ‘비즈한국’이 푸드트럭의 현주소를 오목조목 따져봤다. 

 

# 가장 큰 고민은 영업장소의 부족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영업장소 부족이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서울시가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개최하는 한시적 행사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여의도벚꽃축제, 청계천연등축제 등 일부 행사를 제외하면 평일 및 겨울(11월~익년 2월)에 푸드트럭 영업장소가 상당 부분 제한된다. 평일 및 겨울에 시민들의 유입이 높은 서울시내 5개 장소에서 영업할 경우 식품위생법 및 무신고영업으로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과 서울시조례에 근거해 13개 시설에서만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9일 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을 푸드트럭 합법 영업공간으로 확보한 데 이어 향후 문화비축기지(6월), 서울창업허브(6월), 새활용플라자(9월), 서울식물원(내년 5월) 등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나, 시민들의 유입이 적어 푸드트럭 운영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푸드트럭은 현재(5월 24일 기준) 353대다. 이중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푸드트럭은 150대에 불과하다. 푸드트럭 5대 중 3대는 시민들의 유입이 적은 구청이나 고속도로 졸음쉼터 등에서 영업 중이라는 얘기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푸드트럭 운영자 A 씨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참가업체로 선정되지 않으면 불법 노점을 하거나 영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가 푸드트럭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긴 했으나, 서울밤도깨비야시장처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푸드트럭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영업장소 부족, 높은 폐업률, 낮은 매출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리는 여의도한강시민공원 풍경.  사진=서울밤도깨비야시장 홈페이지

 

# 높은 폐업률과 낮은 매출


서울시에 따르면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시에 등록된 푸드트럭은 537대, 폐업한 푸드트럭은 184대다. 폐업률을 계산해보면 34.3%로, 푸드트럭 3대 중 1대꼴로 폐업을 하는 셈이다. 자영업자 창업 3년 이내 평균 폐업률이 30%대이니, 푸드트럭 폐업 실태도 비슷하다는 얘기가 된다. 

 

토요일을 제외하고 주6일 동대문야시장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B 씨도 폐업을 고심했던 적이 있다. 지난해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참가할 때만 해도 월 평균 매출이 1000만 원 이상이었는데, 올해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심사에서 탈락해 동대문야시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월 매출이 200만~300만 원 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 손님을 상대해야만 하는 사업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B 씨의 설명이다. 

 

B 씨는 “7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보니 폐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5월부터 매출이 좋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지난주까지 일 매출이 10만 원 안팎이었다”며 “7월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이 많아질 거라는 전망에 폐업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덜어내긴 했으나 여전히 불안하다. 내년에 다시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참가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참가한 푸드트럭의 지난해 평균 일 매출은 117만 원이다. B 씨의 매출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열리고, 비오는 날에는 개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월 매출은 800만 원 안팎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7만 5000원 받던 참가비(자릿세)를 10만~20만 원으로 높였다. 참가비는 여의도한강공원이 20만 원, 청계천과 청계천광장, 동대문DDP가 각 15만 원, 반포한강공원이 10만 원이다. 참가비를 지불하고 나면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참가 푸드트럭의 순이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사실이나, 푸드트럭이 제대로 된 영업을 하기에는 관련 법의 맹점이 많다”면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가 푸드트럭에 지원하는 예산이 너무 많아 푸드트럭 운영자들의 동의를 얻어 참가비를 올렸다”며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푸드트럭상인단체 및 개별 운영자들과의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고, 다양한 지원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운영을 위해 지원한 예산은 20억 7800만 원이다. 

 

 

“커피·샌드위치·스테이크 피하라” 

[인터뷰] 푸드트럭 성공 창업자가 전하는 팁 

 

지난해 6월 서른아홉 살 노총각 세 명이 함께 창업한 ‘비따비’는 동대문야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으로 소문나 있다. 월 매출 최대 1200만 원을 기록한 비따비의 푸드트럭 창업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이종성 사장을 만나 미니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대문야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비따비 푸드트럭. 동대문야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비따비 푸드트럭.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식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음식점이 성공하려면 맛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채끝등심 대신 육즙이 많은 토시살을 비따비만의 조리법으로 구워내 육향을 그대로 스테이크에 담아냈고, 힘줄과 근막을 제거함으로써 스테이크의 부드러운 육감도 살렸다. 스테이크의 양이 많고 가지, 버섯, 양파, 그린콩 등의 야채를 특제소스로 구워내 선보임으로써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다만 마진이 너무 적게 남아서 한우가 아닌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한다.”

 

─맛 이외에 성공 비결을 꼽자면.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썼다. 푸드트럭 제작에만 약 3500만 원을 들였다.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분도 있다. 주 1회 휴무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니 인근 상인들로부터 근면성도 인정받았다. 푸드트럭 장사에 단골이 생기기가 쉽지 않은데, 비따비 단골은 꽤 된다.”


─창업 준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커피와 샌드위치, 스테이크 메뉴는 피하길 바란다. 커피 푸드트럭이 매출 부진으로 폐업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샌드위치는 야채로 인해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없고,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판매가에 비해 손에 너무 많이 간다는 단점도 있다. 스테이크 푸드트럭은 이미 포화상태다. 푸드트럭 5대 중 3대꼴로 스테이크를 판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푸드트럭 창업 희망자에게 조언 한마디.

“대출 받아 창업할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3000만 원 이상 여윳돈이 있는 분들만 창업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비따비는 직장이 있는 세 명의 동갑내기 친구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여윳돈을 모아 만든 푸드트럭이다. 소액 대출이 들어가긴 했으나,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돈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매출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이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만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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