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59·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부자 중 한 명이다. 물려받은 재산 없이 맨손으로 부를 일군 까닭에 ‘일본 IT계의 신화’로도 통한다. 그리고 형 못지않은 아우가 있다. 손정의 회장의 막냇동생인 손태장(44·일본명 손 타이조).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손태장은 23세 때 야후재팬 설립에 참가하면서 일찌감치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온라인 게임회사인 겅호(GungHo)를 창립해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고, 현재는 스타트업 투자·육성 회사인 미슬토우의 CEO를 맡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형제가 나란히 자수성가로 대부호가 되다니. 손정의 손태장 형제는 과연 부모에게서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이와 관련, 일본 경제지 ‘주간다이아몬드’는 ‘손 씨 집안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 비결을 공개했다.
#상식을 의심하라
손태장은 “어릴 적 아버지가 곧잘 하시던 말씀이 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40세가 지난 지금 비로소 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오늘은 뭘 배웠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태장은 “분수의 덧셈을 배웠다”며 의기양양 대답했다. 아버지는 “그것 참 즐거웠겠구나”하며 맞장구를 쳐준 뒤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지. 태장아, 학교 선생님들은 때때로 거짓도 가르친단다. 전부 믿지는 말거라.”
당시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훌륭한 분인데…. 아버지는 어째서 그런 말을 할까.’ 덕분에 이 말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세월이 흘러 자신이 부모 세대가 되자, 태장은 아버지가 전하고자 했던 의미를 알게 됐다. 요컨대 아버지는 “상식을 의심하는 비판적 사고, 남을 모방만 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지혜를 짜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손태장은 “다만 어린 아들에게 평범한 이야기로 들려주면 잊어버릴 게 뻔하니, 꽤나 강한 말로 전한 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로 작은 사업을 하던 아버지는 직접 부딪쳐 깨닫는 걸 중시했다. 가령, 친구가 ‘회사를 관두고 돈코쓰(돼지뼈 국물) 라멘 가게를 열고 싶다’며 상담을 해왔다고 하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흔히 “유명 음식점에서 견습하거나 조리학원부터 다녀라”고 충고할 것이다. 그러나 손태장은 “우리 집안이라면 당장 돼지뼈부터 삶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돈코쓰 라멘을 만드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배워서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원조를 뛰어넘을 수 없다. 반면 직접 부딪칠 경우 돼지뼈 냄새가 역해서 어쩔 수 없이 국물을 버리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 냄새를 잡기 위해 야채를 넣어본다든지 닭고기로 육수를 내어 섞어본다든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이고, 마침내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이노베이션으로 연결될지 모른다.
손태장은 “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손정의 또한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각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들의 제안을 들어도 ‘뭔가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므로 전문가에게 맡길 법도 한데 ‘정석’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때까지 추체험(追體驗,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낌)으로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손태장은 이어 “형이 최종 방안을 뒤집을 때도 많다. 휘둘리는 사원 쪽에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형은 최후의 순간까지 제로베이스에 놓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칭찬하고 또 칭찬하라
손태장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로부터 ‘어릴 적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손 씨 집안의 교육법은 참으로 심플하다’고 얘기한다. 다름 아니라 칭찬하고 또 칭찬하는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태장이 초등학교에서 드릴 사용법을 배운 후 쪽지시험을 치렀다. 거의 모두가 10점 만점 중 10점을 받을 만큼 간단한 테스트. 그러나 아버지는 태장의 시험지를 보며 “와, 너는 천재다” 하며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가끔 8점이나 9점을 받은 날에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면서 “너의 천재적인 솜씨는 변함없다”고 아버지는 격려해줬다.
형인 손정의 회장도 “늘 아버지의 칭찬을 들으며 자랐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버지의 ‘세뇌교육’은 형제들의 자아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결국 그들을 성공한 기업가로 이끌었다.
#책임을 부여하라
손태장이 열 살 때 아버지는 대형 파친코를 새로 출점하게 됐다. 꽤 거금을 투자한 사업으로, 돌이켜보면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전단지가 필요했는데 당시 인쇄소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놀랍게도 아버지는 “태장아, 네가 그림을 잘 그리니 직접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그린 전단지에 가족의 생활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 나름대로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손태장은 “아버지와 의논하면 ‘어쨌든 구슬이 쏟아지는 이미지로. 나머지는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했다. 광고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싫은 부류의 클라이언트였다(웃음)”며 추억을 들려줬다. 점포 오픈 당일, 두근두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으로 전단지를 든 손님들이 쇄도했단다. “네가 그렸다면서?” “어떤 전단지보다 눈이 가더구나” 등 칭찬이 줄을 이었다. ‘아버지께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에 대해, 손태장은 “보통이라면 무리라고 생각할 일도 이렇듯 성공한 체험이 있으면 ‘혹시 나라면 가능할지 몰라’ 하고 여기게 된다. 흔히 ‘혁신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체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분야에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무언가 책임을 지고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경우 아버지가 그 기회를 준 것이다. 사실 기업가의 삶이란 수라장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나라면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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