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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세상은 왜 그렇게 불안정할까?

정보의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불안정성…경제에서 쉬운 해결책은 없다

2017.05.22(Mon) 10:45:21

[비즈한국] 시장경제 출범 이후 인류의 삶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하루 1.9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절대빈곤인구의 비중은 1980년 세계인의 44%에서, 2015년에는 1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노출될수록 점점 더 불확실성, 특히 경기의 급격한 하강과 위축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혹은 2011년의 사례만 떠올려도, 별 탈 없이 잘 흘러가던 경제가 갑작스럽게 수많은 문제에 봉착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2008년에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고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으며, AIG와 시티 등 유수의 금융기관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뉴욕에 있던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리먼 브라더스는 결국 파산했고, 미국발 신용위기는 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진=위키미디어코먼스


2011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세계 모든 사람에게 찬사를 받았던 ‘유로화’가 문제의 주범이었다. 그리스부터 시작해 아일랜드와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로 끝없이 이어진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미쳤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한국 조선업의 불황도 그 근원을 찾아보면 2011년 유럽 재정위기까지 이어진다. 배를 가장 많이 만들고 또 자금을 조달해주던 유럽 기업과 금융기관이 빚에 쪼들리며, 한국 조선업도 고난의 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다음과 같은 한탄을 내뱉게 된다. “왜 이렇게 세상은 예측하기 어려울까?”

 

이에 대해 독일의 수학자이자 컨설턴트인 군터 뒤크는 그의 책 ‘호황 vs 불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때문에 세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970년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는 ‘레몬시장의 불확실한 품질과 시장 작동구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중략) 애커로프의 논문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 공급자는 자신이 공급하는 중고차의 품질을 정확하게 아는 반면, 구매자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시장에 있는 중고차 중 절반은 제대로 된 좋은 자동차이고 나머지 절반은 보기에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구매자는 이런 비율을 알고 두려움에 떨면서 중고차를 사러 간다. 

 

그들은 미국식 표현으로 ‘레몬’을 잡을까 봐, 즉 잘못된 자동차를 사게 될까 봐 두려워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구매한다. 하지만 어쩌다 레몬을 선택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렇게 때문에 소비자들은 좋은 자동차도 무자비하게 가격을 깎는다. 왜냐하면 좋은 자동차를 평균적인 시세보다 싸게 산다면 전에 사기 당해서 본 손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77~78쪽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정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친 경험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 ‘특화된 정보’를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년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결국 ‘역선택’이라는 시장의 실패를 낳게 된다.

 

애커로프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는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했다.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지배하면 좋은 상품 공급자들은 시장을 떠난다. 찰스 다윈 식으로 표현하자면, 나쁜 품질이 좋은 품질을 도태시키는 셈이다.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는가?

 

찰스 다윈은 ‘진화론’에서 우수한 종이 그렇지 못한 종을 도태시킨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쟁이 발전을 이끈다고 말한다. “경쟁이 사업을 활성화시킨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잘하게 된다” 등등. 당신도 이런 말을 매일 듣는가?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짓과 사기가 횡행하게 된다. -본문 79쪽

 

경쟁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셈이다. 특히 정보가 비대칭적인 환경에서 가해지는 압박은 오히려 더 경쟁을 제약하고 정보를 숨기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은 2008년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전야를 떠올리게 한다. 실적의 압박에서, 그리고 금방 부자가 되기 위해 꼼수를 부렸던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망가졌던 그때 말이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나?”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시그널링(Signaling, 신호 보내기): 좋은 품질의 상품 공급자는 정말로 자신이 믿을 만하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즉,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 기준을 확정하는 것이다.

 

스크리닝(Screening, 심사): 좋은 품질을 찾는 고객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셀프셀렉션(Self-selection, 자기 선택):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는 저질의 공급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에 대한 2년 보증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본문 85쪽

 

친환경농산물 인증 마크 등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이미 이 비슷한 일이 주변에 대단히 많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회계법인의 감사, 대학입학 시험, 직업의 자격증 등이 이런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더 나아가 이런 대책의 빈틈을 노리는 다양한 노력이 발생하는 것 역시 막을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에 손쉬운 해답은 없다.”

 

세상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더 나아가 아주 손쉬운 해결책이 있다고 단정짓는 사람일수록 ‘정보 비대칭’과 같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니, 당장의 해결책은 될지 모르지만 또 다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은 모두 ‘정치적’이다. 누군가는 손실을 보며, 또 누군가는 이익을 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낳을 수 있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며, 또 이런 최선의 선택조차 해당 시기의 정보 제약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Max Roser and Esteban Ortiz-Ospina(2017), “Global Extreme Poverty”

**노컷뉴스(2017.5.17), “반대로만 가는 개인, 사상 최고치는 ‘외국인만의 리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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