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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창간 3주년 특집] 4차 산업혁명, 누구냐 넌③ 안전지대는 없다?

단순직·아르바이트 당장 사라질 수도…안전한 일자리는 없어

2017.05.19(Fri) 14:50:29

[비즈한국] ​지난해 알파고 쇼크와 올해 대선을 거치며 ‘4차 산업혁명’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장밋빛 혹은 잿빛 전망만 있을 뿐 정작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명확히 짚어주는 글은 많지 않다. ‘비즈한국’이 창간 3주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짚는 특집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빼앗아 많은 사람들이 실직자로 내몰리는 현상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산업혁명기에 전통적 직업군이 사라지는 현상은 되풀이돼 오기도 했다. 1차 산업혁명 시대 증기기관에 석탄을 투입하는 직업은 석유나 전기를 활용한 내연기관이 도입된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졌다. 전통적 직업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일자리 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 국가의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는 대신, 4차 산업혁명을 통해 2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 ‘알바천국’은 없다

 

노동강도가 높지 않으면서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대표적 아르바이트 직종이 ‘편의점 알바’다. 전국 편의점 수는 약 3만 개. 하나의 편의점에서 평균 3명 정도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9만 개의 파트타임 일자리가 있는 셈이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잠실 롯데월드 31층에 최첨단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오픈했다. 이곳에는 여러 가지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정맥을 활용한 바이오 인증 시스템으로 결제까지 한꺼번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도난을 막기 위한 스마트 CCTV와 출입하는 사람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바이오 인증 게이트, 판매를 촉진하고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디지털 샤이니지와 디지털 담배자판기도 함께 설치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생체 인식 결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이날 개점식에서 한 직원이 정맥의 굵기와 모양을 레이저로 인식하는 ‘​핸드페이(Hand Pay)’​ 시스템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인점포 시도는 세븐일레븐이 최초가 아니다. 미국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은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 잡화점 ‘아마존 고’의 콘셉트 영상을 지난해 공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마존 고는 소비자가 충분히 장을 보고 결제 행위 없이 매장을 빠져나오면 센서를 통해 은행계좌나 신용카드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혁신을 예고했다. 2017년 오픈 예정인 가운데 몇 가지 기술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무인매장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뉴데이즈, 5대 편의점이 2025년까지 소비자가 직접 계산을 할 수 있는 셀프 계산대를 모든 점포에 도입하기로 했다. 나아가 아예 계산 보조원이 없는 무인점포 설치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혁신은 편의성을 높여 더 많은 사람이 매장을 찾게 하고, 계산을 위해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동일한 시간 내에 더 많은 사람이 점포를 이용하도록 해준다. 장기적으로 인건비도 아낄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각은 상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 20대 혹은 은퇴한 장년층 아르바이트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하루 빨리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챗봇 서비스 ‘채티피플’.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한 상품 주문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객 응대를 인공지능이 대신 해준다. 사진=채티피플 홈페이지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단순 노무직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기업이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제로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 서비스 기업들은 전화 고객 응대를 영어권 개발도상국가인 필리핀이나 인도에 하청했다. 

 

이제는 ‘챗봇’이 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챗봇’은 기업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24시간 대기하며 소비자를 응대한다. 정해진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입력한 말에 따라 유연하고 똑똑하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음성 비서 서비스처럼 말이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전화응대 일자리 수십 만 개를 빼앗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 좋은 일자리 개념이 달라진다

 

세대별로 좋은 일자리는 늘 정해져 있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 사회는 판·검사, 의사, 공무원과 같은 장원급제형 직업이 인기를 끌었다. 또 금융, 교육,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이후 IMF를 겪으며 계속 이어졌다. 여기에 고소득 전문직과 연예인 등이 추가된다.

 

4차 산업혁명에선 이러한 직업을 계속 좋은 일자리로 확신하기 어렵다. 의료나 금융 분야는 이미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당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인공지능이 의사들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은 ‘핀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 금융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에서는 이미 점포가 없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 성업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영업을 개시했다. 점포가 없다는 것은 창구에서 일할 인력을 더 이상 뽑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계 인터넷 은행인 ‘피도르’는 설립 7년 만에 총 예금액이 3200억 원을 넘었지만 당시 직원 수는 40명에 불과했다. 사진=피도르 은행 홈페이지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번역가는 학습형 인공지능 번역서비스로 인해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머신러닝’으로 알려진 학습형 인공지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기 마련이다. 마치 알파고가 대국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나아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안심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다. 실제 사람이 아니어도 대중이 열광할 수 있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예시로 보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안드로이드 보컬 시스템 ‘하츠네 미쿠’가 좋은 예다. 영화배우 하나 없이 오로지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2시간짜리 영화가 제작되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안심할 수 없다. 이미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이 가동 중이다. 아직까지는 수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경기 또는 증시 기사만 가능하지만, 언젠가 로봇이 기획기사나 특종을 써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안전한 일자리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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