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 서울 여의도. 그중에서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는 초고층의 압도적 외관으로 수년간 여의도 랜드마크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상징성과는 반대로 IFC에 입주한 금융 관련 회사들은 잇따라 악재에 휘말려 악명을 떨치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목적으로 2012년 개장한 IFC는 연면적 50만 5236㎡ 규모로 3개의 프라임 오피스빌딩과 복합쇼핑몰인 IFC몰, 5성급호텔 콘래드서울로 이뤄져 있다.
금융허브를 꿈꾼 만큼 IFC에는 그간 많은 금융 관련 회사들이 입주해왔다. 대표적으로 호주계 맥쿼리투신운용(옛 ING운용), 일본계 스팍스자산운용, 최근 대주주의 교체로 사명이 바뀐 코레이트운용(옛 마이애셋운용) 등이 있다.
이들은 IFC 입주 전까지 승승장구했지만, 공교롭게도 IFC로 둥지를 옮기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호주계 최대 금융사 맥쿼리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맥쿼리투신운용은 IFC 입주 이후 2014년 채권파킹 거래로 기관과 개인고객의 신뢰를 잃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태료 부과와 영업정지 제재를 당하는 굴욕도 겪었다.
채권파킹이란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매수한 채권을 바로 장부에 올리지 않고 중개인(증권사)에 잠시 맡긴 뒤 일정시간이 지난 다음 결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금리변동에 따라 추가 수익 및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변칙거래로 분류된다.
맥쿼리투신은 불법 채권파킹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ING생명에 120억 원을 비롯해 삼성생명, 국민연금 등 투자일임 고객들에게 거액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스팍스자산운용도 IFC로 이전한 뒤 영업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스팍스자산운용은 기관투자자 중심의 일임 자금 강자로 명성을 쌓아왔지만, 국민연금이 2015년 7~9월 한시적으로 실시한 일명 ‘일일 평가 시스템’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스팍스자산운용은 수천억 원 규모의 국민연금 위탁자금을 회수당하고, 한국인 경영진도 일본인으로 급히 교체했다. 사옥은 올해 1월 IFC에서 종각 종로타워로 이전했다.
스팍스자산운용 관계자는 “IFC에서 일하는 동안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IFC라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사옥을 옮긴 것도 최근 금융사들이 시내로 이전을 많이 하는 트렌드에 따른 면이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통 액티브펀드 강자로, 작지만 강한 운용사를 지향해 온 마이에셋운용은 기존 사무실이 있던 교직원공제회 건물의 리모델링으로 2014년 IFC로 이전했다. 입주 이후 수탁고 감소로 인한 성과 부진과 인력 이탈로 경영위기를 겪다 지난해 4월 한국토지신탁에 매각돼 사명이 코레이트운용으로 교체됐다.
코레이트운용 관계자는 “IFC 괴담은 처음 듣는다. IFC에 금융사가 얼마나 많은데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며 “코레이트운용의 경우 기존 독립 자산운용사에서 한국토지신탁이라는 대주주가 생겨 직원들 입장에서 좋아진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 한국토지신탁에 매각돼 한국토지신탁이 있는 강남으로 사옥을 옮길 계획이었지만, IFC 사무실 임대기간이 남아 이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FC 괴담’은 금융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도 피해가지 못했다. 국내 빅4 회계법인으로 승승장구해온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부실감사 여파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12개월 업무정지(신규 감사계약 금지)’ 징계를 의결, 확정했다. 딜로이트안진은 내년 4월 4일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상장사와 증권선물위원회 감사인 지정회사, 금융회사 등과 새로운 감사업무 계약을 맺을 수 없다.
금융당국의 딜로이트안진 징계 확정으로 회계업계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맡고 있는 상장사 220여 곳 중 3분의 1 정도가 감사인 교체 대상으로 추정되며, 일부 대기업은 이미 새로운 감사인 선정을 경쟁입찰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세제회사 옥시 역시 IFC에 입주해 있었다.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국정조사에 이어 시민단체의 불매운동도 이어져, 한국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곤두박질 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의도가 기가 센 터로 유명하지만 공교롭게도 IFC에 입주한 일부 운용사들이 풍파를 겪었다”며 “업계에서는 IFC만큼은 입주하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IFC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거둔 금융사도 있다. 미국계 보험사 AIG그룹이다. 2006년 IFC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AIG 측에 99년간 사업부지를 빌려주고, 이후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AIG는 지난해 11월 IFC를 영국의 글로벌 대체 투자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2조 5500억 원으로, AIG 측은 이번 거래로 89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
AIG는 서울시로부터 토지 임대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았지만, 조건으로 내건 해외 금융사 유치 목표에는 실패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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