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입차가 부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억대 가격의 자동차는 서민이 타기 힘들다. 그러나 수입차 브랜드와 가격대가 다양해지고 국산차와의 가격차도 줄면서, 수입차는 부를 과시하는 도구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굳어진 외제차라는 말 대신 수입차라는 용어를 권장하면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애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20%에 육박하고 있다. 판매되는 자동차 5대 중 1대는 수입차라는 뜻이다. 더 이상 부자들만 타는 차가 아님은 확실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남자들은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남자’에게 있어서 가장 즐거운 고민은 역시 첫 차에 관한 것이다. 마음 같아선 매끈한 스포츠카나 육중한 덩치의 고급 SUV를 사고 싶지만, 보통남자가 한 달에 지불할 수 있는 할부 한도는 높지 않다. 그렇다고 남들 다 타는 국산 세단에서 지루한 출퇴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수입 소형차다.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객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소형차 모델을 개발하며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한다. 소형차로 브랜드에 입문한 고객이 커리어를 쌓으며 중형, 대형 모델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성과 실용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수입 소형차 열풍에 한몫했다. 뒷자리에 사람 태울 일도 없으면서 크기에 집착하는 사람은 구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 소형차의 가격은 3000만 원대 중후반에 형성 돼 있다. 국산 준대형 세단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수입 소형차 사느니 국산 준대형 산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보통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수입 소형차는 모두 3대다. BMW 1시리즈, 아우디 A3, 그리고 인피니티 Q30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해치백 스타일이다. 소형차라는 한계 안에서 최상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선 해치백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BMW는 국내에 118d를 판매하고 있다. 2000cc급 디젤 엔진이 150마력의 출력을 낸다. 숫자만 보면 힘이 약하지 않을까 의심되지만, ZF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BMW의 디젤 엔진은 시내 주행에서 답답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BMW 특유의 롱 노즈 숏 데크 디자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뭉툭해 보이던 디자인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연비는 동급 최강 수준으로 유명하다.
1년 넘게 118d를 소유했지만, 단 한번도 구매를 후회한 적이 없다. 118d는 허세를 덜어낸 실용성을 추구하지만, 품위를 포기하지 않은 모델이다. 3000만 원 후반대지만, 비공식 딜러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실 구매가는 3000만 원 중반대다. 해치백의 베스트셀러인 폭스바겐 골프의 실구매가와 비슷하다. 이만하면 무조건 BMW 118d를 선택해야 한다.
아우디 A3는 방금 언급한 폭스바겐 골프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껍데기만 다를 뿐, 비싼 골프가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 중요한 건 폭스바겐 골프가 엄청나게 훌륭한 자동차라는 사실이다. 골프의 기본기와 실용성에 아우디 특유의 모던한 디자인과 간결한 인테리어, 꼭 필요한 옵션을 덧붙인 모델이 A3 해치백이다.
다 좋은데 해치백은 끌리지 않는다면, A3는 세단으로도 나온다. 해치백과 세단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다. 아우디는 콰트로라는 4륜구동으로 유명하지만, 전륜구동을 만드는 노하우도 탁월하다. 4계절 기후 변화가 심하고,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국내 도로 사정에는 후륜구동인 BMW 1시리즈보다 전륜구동인 아우디 A3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모델은 인피니티 Q30이다. 왜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가 아니냐고? 이유가 있다. 인피니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파워트레인을 빌려 쓴다. 그런데 가격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저렴하고, 퀄리티는 메르세데스-벤츠 뺨친다.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마감은 꼼꼼하고, 내구성과 유지의 편리성 또한 보증할 수 있다.
무엇보다 A클래스의 디자인은 아무리 메르세데스-벤츠라고 해도 옹호해주기 힘들 정도로 어정쩡하다. 그에 비해 Q30은 최신 모델답게 도시적 스타일이 살아있다. 뒷좌석 역시 동급 대비 넉넉하고, 211마력의 가솔린 터보 엔진은 디젤 일색인 독일 브랜드의 소형차와 대비를 이룬다. 디젤에 비해 연비는 떨어지지만, 공인연비 11.1km/l는 나쁜 편이 아니다. 사이즈는 작지만 고속도로에서 덩치 큰 세단들을 따돌릴 실력을 갖췄다.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수입차 타령이야’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명색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시대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부담스러운 할부금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기에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작고 실용적이면서 개성 넘치는 수입 소형차는 인생을 즐기는데 제법 도움을 줄 것이다.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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