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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절치부심? '분스' 접고 '부츠'로 드러그스토어 재도전

1호점 오픈 예정…로드숍보다 비싼 가격, 소비자 선호와 다른 구성은 약점

2017.05.16(Tue) 18:53:45

[비즈한국] 헬스앤드뷰티 스토어 시장이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수익을 내는 업체는 선두인 CJ그룹 정도다. 치열한 경쟁 속에 최근 코오롱의 ‘W스토어’와 GS리테일의 ‘왓슨스’는 적자행진 중이다. ‘분스(Boons)’로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글로벌 브랜드 ‘부츠(Boots)’​를 통해 헬스앤드뷰티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15일 국내 최초 부츠 매장인 고속터미널점에 다녀왔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영국 최대의 헬스앤드뷰티 스토어 브랜드 부츠로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박혜리 기자

 

부츠는 1849년 영국에서 시작한 헬스앤드뷰티 브랜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드러그 스토어다. 이마트는 지난해 ‘월그린 부츠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와의 계약을 통해 부츠의 독점 운영권을 따냈다. 동시에 2012년 이마트가 첫선을 보인 자체 헬스앤드뷰티 브랜드 분스를 점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온라인 쇼핑몰 운영이 중단된 분스의 오프라인 매장은 폐쇄되거나 부츠 매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헬스앤드뷰티 사업은 신세계로선 재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분야다. 헬스앤드뷰티 업계의 독보적 1등인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1조 4390억 원으로 CJ그룹의 최대 캐시카우가 됐다. 반면 분스는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등에 밀려 고전했다. 이마트가 분스처럼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부츠로 시장에 뛰어든 점은 본격적으로 드러그 스토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재도전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겐 패션·뷰티 사업을 맡은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과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통해 먼저 시장에 진입한 정유경 총괄사장은 지난해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이마트 자체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론칭한 데 이어 부츠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부츠 운영에 대한 의지가 큰 만큼 신세계가 가진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 오픈 예정인 부츠 1호점(신세계는 강남 고속터미널보다 늦게 문을 여는 스타필드점을 1호점으로 명명한다) 역시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에 문을 연다.

 

이마트는 지난 4월 28일 판매동향 파악을 위해 고속터미널점에 부츠 시범점포를 개점했다. 정식 오픈 매장이 아니어서인지 기자가 방문해보니 매장 크기는 일반적인 헬스앤드뷰티 스토어보다 작은 규모였다. 전반적인 입점 브랜드와 품목 구성은 다른 헬스앤드뷰티 스토어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부츠 자체 브랜드 비중이 높고, 미용제품에 초점이 맞춰진 다른 헬스앤드뷰티 스토어에 비해 건강 관련 상품이 많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띄었다. 

 

부츠 내에는 건강기능식품 판매대만 있는 다른 헬스앤드뷰티 스토어와 달리 약국 코너가 있다. 계산대 역시 두 곳에 있어 일반 제품과 약국에서 구매한 제품을 별도로 해야 한다. 약국에는 ‘피부건강’, ‘가족건강’, ‘여행 상비약’, ‘구강건강’ 등 제품이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 있었다. 

 

이마트는 부츠 내 약국 코너는 임대약국의 형태이므로 운영은 전적으로 약국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속터미널점에는 약국이 입점해 있지만 다른 부츠 매장에는 없을 수 있다”며 “약국이 부츠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부츠의 최대 강점으로 풍부한 자체 브랜드를 꼽는다. 사진=박혜리 기자

 

부츠는 자체 브랜드 ‘​넘버세븐(No7)’​, ‘​솝앤글로리’​, ‘​보타닉스’​, ‘​티트리 앤 위치하젤’​과 부츠에서 만든 미용 소품, 팩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품군도 스킨케어부터 헤어, 바디, 색조 등 다양해 자체 상품이 브러시, 화장솜 등 미용 소품 정도에 그치는 다른 헬스앤드뷰티 스토어와 차이가 있다. 반면 다른 색조 브랜드는 루나, 아임미미, 키스미, 부르조아만이 따로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시범점포임을 고려하더라도 비중이 작았다.

 

다양한 자체 브랜드는 부츠의 큰 강점이지만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일단 가격대가 애매하다. 부츠 브랜드는 영국에서 국내의 로드숍 브랜드와 유사한 합리적 가격대로 알려진다. 그러나 국내 출시 가격은 백화점 화장품보다는 낮지만 로드숍 화장품보다는 훨씬 높다. 영국 공식 홈페이지 가격이 9.95유로(한화 1만 2000원 대)인 넘버세븐​의 립스틱은 2만 원, 9유로(1만 1000원 대)인 립스틱은 1만 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K-뷰티 열풍을 불러일으킨 국내 로드숍 브랜드의 성능을 능가하지 않는 이상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생소했던 ‘​라로슈포제’​, ‘​비쉬’​, ‘​유리아쥬’​ 등의 더마코스메틱(민감성 화장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헬스앤드뷰티 스토어의 효자상품이 됐듯, 스킨케어 제품이 큰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넘버세븐​을 포함한 부츠 자체 브랜드의 고기능성 스킨케어 라인은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앤드뷰티 매장에 입점한 색조 브랜드는 국내와 일본 브랜드가 강세라는 점도 자체 브랜드를 강점으로 내세운 부츠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여성들은 서양처럼 다양한 색조를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추구한다. 올리브영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메이크업 제품 중 네일 제품을 제외하고 인기순으로 정리해보니, 상위 42개 제품 중 6개를 제외하곤 모두 국내·일본 브랜드 제품이었다. 스킨케어 제품도 더마 화장품이나 국내 화장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마트는 분스와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부츠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영국의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가 신세계를 선택한 이유는 우수한 유통 파워 때문”이라며 “부츠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브랜드가 입점할 것인지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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