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1일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 상품을 자사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스마트 주택금융’을 통해 판매를 개시했다. 이전까지는 은행창구에서 신청할 때만 이용 가능했으나, 이번 시행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은 기존에 시행하고 있던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대출’에 ‘책임한정형’이라는 옵션을 붙인 것이다. 디딤돌대출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상품으로 시중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은 1억 원 넘는 거액을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출기간은 짧게는 5년에서 20년 내지 30년까지 길어지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 꼬박꼬박 원리금을 상환하면 좋겠지만, 기간이 긴 만큼 실직, 사업 실패, 가족의 병치료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상환을 못 할 수 있다.
대출상환이 일정기간 되지 않으면, 금융기관은 주택을 경매에 부친 뒤 낙찰된 금액으로 대출금을 회수한다. 낙찰금액이 잔여 대출금에 모자라는 경우에는 대출자가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대출자 수중에 여유자금이 없어 대출 상환을 못 한 것인 만큼, 차액까지 갚을 능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은 담보를 처분한 뒤 잔여 대출금에 모자라는 경우에도 대출자가 그 차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대출상품이다. 대출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집만 포기하면 추가 금액을 더 내지 않아도 된다. 일반 금융기관이 손해를 감수하고 이런 상품을 출시할 리는 없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의 대출자격은 일반형 디딤돌대출보다 까다롭다. 일반형 디딤돌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생애 최초 주택 구매인 경우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라야 가능하다.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다. 그 외 조건은 일반형 디딤돌대출과 동일하다.
이번 변화로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앱 포함)를 통해 신청 가능해지며 접근성은 좋아진 편이나, 금융기관 상담 없이 대출자가 직접 신청을 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
만약 대출자가 자격 조건에 부합한다면 디딤돌대출 신청 시 무조건 책임한정형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책임한정형으로 승인되면 좋고, 불가할 경우 일반형 디딤돌대출 신청절차를 계속 진행하면 된다.
문제는 디딤돌대출 신청자 스스로 책임한정형 옵션이 가능할지 불가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는 ‘담보주택에 따른 심사평가점수에 따라 아래와 같이 책임한정형 여부 결정’이라고 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심사점수 50점 이상: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LTV 70%까지 가능. LTV는 주택가격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 심사점수 40점 이상 50점 미만: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LTV 60%까지 가능) 또는 일반형 디딤돌대출, 심사점수 40점 미만: 일반형 디딤돌대출’이라고 표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점수를 산정하는 평가기준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하자 “주택마다 상황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이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주택의 입지, 노후도, 면적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수긍할 만한 부분이지만, 신청자는 자신이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 대상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대출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은 뒤에야 알 수 있다.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심사점수에 따라 LTV가 70%가 될 수도 있고, 60%가 될 수도 있다. 대출자는 집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자금원을 동원하는데, LTV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으므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신청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홈페이지에 제시된 심사평가 점수 기준에 대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하고 의미 없는 답변을 받은 뒤 다시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점수 기준표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 안내문의 문제점에 대해 취재가 들어가자 급히 점수표를 삭제한 듯하다. 홍보팀의 무성의한 답변과 신속한 내부 조치가 대조적이다.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부 합산 연소득 3000만 원 이하’가 자격이기 때문이다. 일반형 디딤돌대출에선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6000만 원 이하인 것과 비교된다.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인 부부가 빚을 내어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책임한정형 디딤돌대출을 신청하려 해도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심사기준을 밝히지 않는 것을 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손해가 갈 가능성이 있는 주택은 책임한정형 가입을 거부해도 대출신청자가 항의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주거안정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라고 꼬집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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