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늘 2013년 5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동양은 “당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일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나 현재까지 결정되거나 확정된 바는 없다”며 “당사는 BW(신주인수권주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 않음을 알린다”고 공시했다.
2013년은 동양그룹과 수많은 피해자에게 악몽 같은 해였다. 동양증권은 오래 전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양그룹의 상황을 뻔히 알고도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4만여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판매했다. 그러다 2013년 9~10월 동양을 포함한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 5개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른바 ‘동양사태’가 터지게 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1조 원대의 손실을 보았고, 자살하는 투자자가 속출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동양은 건재·건설·플랜트·섬유 부문을 담당하는 동양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다. 그러나 동양 역시 그룹 위기 여파로 몇 년째 적자행진 중이었고, 2012년에는 1440억 원대의 순손실이 났다. 건축재인 콘크리트파일 사업 매각은 이러한 상황에서 동양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제3자에게 매각할 계획이었던 동양은 가격조정 실패 후 또 한 번의 매각을 예고하며 2013년 8월 동양시멘트의 종속회사인 ‘동양파일’에 파일사업부를 1200억 원에 양도했다.
동양파일은 이듬해인 2014년 동양시멘트에서 한림건설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현재 동양파일 지분의 40%는 한림건설이, 20%는 한림건설 관계사인 ‘케이에이치디’가 소유하고 있다.
그 공시 후 4년이 지났다. 2014년 3월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인가를 받은 동양은 지난해 2월에야 기나긴 회생절차를 마무리했다.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동양은 매각한 콘크리트파일 사업 인수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구성을 높이는 건축재인 콘크리트파일은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내진설계 기준이 강화된 데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입찰경쟁이 만만찮은 품목이다.
동양은 2016년 초 삼부토건의 계열사이자 콘크리트파일 제조업체인 ‘삼부건설공업’ 입찰에 단독 참여했으나 가격을 너무 낮게 제시해 결렬됐다. 삼부건설공업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흑자를 내며 재무상태가 건전한 편이고 고강도 파일을 취급하고 있어 눈독 들이는 기업이 많았다. 동양은 몇 달 뒤 다시 본입찰에 참여했으나 결국 삼부건설공업은 지난해 12월 KCC그룹 계열사 ‘코리아오토글라스’ 품으로 돌아갔다.
몇 번의 좌절이 있었지만, 동양이 앞으로도 콘크리트파일 사업에 관심을 둘 이유는 충분하다. 일단 현재 동양 매출의 절반 이상은 레미콘과 건설업에서 나오고 있어 콘크리트파일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지난 2015년 동양이 동양시멘트를 삼표그룹에 매각하면서 챙긴 현금도 충분히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3월 22일 그동안 11개 중앙행정기관에서 제정한 31종의 시설별 내진설계 기준이 서로 다르게 적용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진·화산방재정책심의회’를 개최, 내진 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을 심의·확정했다. 확정된 내진 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은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내진설계 기준이 무방비에 가까웠던 국내도 본격적인 대비를 시작한 것이다.
다만 콘크리트파일 시장 전체가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건축업 불황으로 일반 콘크리트파일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과거 일본처럼 초고강도 파일 시장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시장에서 초고강도 파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대림C&S, 아이에스동서, 동양파일 등 초고강도 파일을 취급하는 기업의 미래는 이러한 이유로 긍정적인 편이다.
한편 초고강도 파일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며 지난해 건설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초고강도 파일 업계 ‘빅3’ 중 대림C&S와 동양파일 두 곳이 코스닥에 신규 상장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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