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이 출범한 지 60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과거 외환은행 직원들은 하나은행 직원들에 비해 복지나 상여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5년 9월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병한 KEB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출신 직원들은 한 지붕 생활을 하게 됐다. 하지만 합병 전 두 회사는 인사·임금·복지제도가 달라, 합병 후에도 직원들 사이에 급여와 복지에 차이가 났다.
이에 노사는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 협의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하나의 새로운 통합 제도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 전까지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각각 기존에 체결한 단협과 취업규칙을 적용해 이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사측이 합의와 달리 외환은행 출신의 직원들의 기존 상여나 복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발생했다. 과거 외환은행은 매년 4월 말 가정의달과 노동절을 기념해 직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통상임금 50%에 20만 원을 더한 수준으로, 총액 약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KEB하나은행은 정기상여금을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에게 입금하지 않았다.
또한 기존 하나은행 출신 직원들은 합병 이전 ‘복지카드’라는, 용도에 상관없이 돈을 쓰고 이후 회사에 청구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카드를 지급받아 사용해왔다. 반면 외환은행은 직원들이 학원수강료나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시설 가입비 등의 영수증을 제출하면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복지혜택을 줬다. 그러나 합병 이후 사측은 지난해부터 외환은행 직원들이 학원수강료나 체력단련비에 대해 영수증을 제출해도 지원금 지급을 안 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환은행 출신 한 직원은 “흡수합병 이후 매년 나오던 정기상여금이나 복지 지원이 끊기니까, ‘기존 하나은행 직원들과 차별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노조 관계자도 “기존에 받았던 권리들을 못 받고 있으니 정서적으로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김정한·이진용 공동위원장)가 행동에 나섰다. 지난 3월 ‘학원수강료 및 체력단련비 미지급분 문제’에 대해 KEB하나은행 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일에는 정기상여급 미지급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회사를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금 체불이자 단협 위반의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노조의 문제제기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노사가 합의서를 작성하며 복리후생제도를 하나은행으로 통일하기로 해 외환은행에만 있는 정기상여금은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기상여금 대신 지난달 기존 하나은행에만 있던 PS(프로핏 셰어링)를 100%씩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에게도 줬다”며 “왜 받은 것은 거론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노조에서는 사측이 주장하는 노사합의서가 정말로 체결됐는지 알 수 없고, 존재한다 해도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주장하는 노사합의서는 전임 노조와 작성한 것으로, 현 노조가 보여 달라고 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또한 실제 사측과 전임 노조가 합의서를 체결했다 해도 그 시점은 전임 노조가 해산한 때라 효력이 없어 원천무효”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복리후생제도를 하나은행으로 통일해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왜 ‘복지카드 지급’은 제공해주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통합된 KEB하나은행의 인사·임금·복지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두 개의 제도를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지금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고 적응 과정을 거치면 안정화될 것”이라며 “노조가 고발장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노사 간에 계속 대화가 오가는 중이다. 이 문제도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차별 등은 합병 당시부터 지적됐던 내용들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12년 1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했는데, 약속을 깨고 충분한 준비 없이 통합을 결정했다. 당시 하나금융 측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더 나은 경영을 위해 빠르게 합병한 것”이라며 “은행도 영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우선 경쟁력을 높이고 인사나 직급체계 등은 차츰 해결해 나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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