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국내 유입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인천국제공항 입점 면세점의 일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5월 황금연휴 기간(4월 29일~5월 9일) 동안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리하게 면세담배를 판매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일 괌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롯데면세점을 찾은 A 씨(30·여)와 B 씨(29·여)는 괌 입국 시의 개인 면세 한도보다 많은 면세담배를 구매했다. A 씨가 12보루(33만 9000원), B 씨가 3보루(8만 4750원)를 구매한 것. A 씨와 B 씨가 면세담배를 구매한 지난 2일의 면세담배 판매가는 25달러(2만 8250원)였다. 괌 개인 면세담배 한도는 개인당 2보루로 제한돼 있다.
비흡연자이자 괌 여행이 처음인 A, B 씨는 면세점 방문 전까지 면세 한도에 대해 알지 못했다. 흡연자인 가족 및 지인들에게 면세담배를 선물하고자 면세점을 찾은 두 사람은 판매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개인당 2보루로 구매가 제한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면세담배 초과 반입으로 세금 폭탄을 맞을 것을 우려해 2보루의 면세담배만 구매할 계획이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판매사원은 괌 개인 면세담배 한도보다 많은 양의 면세담배를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 A 씨가 면세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한 지인에게 연락해 “2보루 밖에 살 수 없다”고 말하고 있을 때, 롯데면세점 판매사원이 다가와 “12보루까지 판매 가능하다”고 제안했다는 것. 수화기 너머로 판매사원의 제안을 들은 지인은 12보루 구매 의사를 밝혔고, A 씨는 12보루를 모두 구매했다.
아버지에게 선물할 면세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A 씨의 뒤에 서있던 B 씨도 판매사원에게 “3보루 이상 살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판매사원이 “성수기라 세관 단속이 소홀하다. 절대 적발될 리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원하는 만큼 사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B 씨는 괌국제공항과 입국 시 인천공항세관 단속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3보루만 구매했다.
A 씨는 “판매사원이 ‘걱정할 필요 없다’며 안심시키지 않았다면 2보루만 구매했을 것”이라며 “당시 10보루 이상 사간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대다수가 3~5보루씩 사갔다. 면세점 앞에 잔뜩 쌓인 면세담배 30여 박스가 금방 동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B 씨도 “매년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을 가는데, 면세담배를 개인 한도보다 많게 사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혹시라도 세관에 적발되면 면세담배 구입가의 10배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어야하기 때문에 1보루만 더 샀다”고 말했다.
A, B 씨는 괌 입국 시 세관에 적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4박 5일 여행 동안 귀국 시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될까봐 걱정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두 사람은 또 다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면세담배 초과 반입에 대한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데다, 입국장 앞에 세관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다음 해외여행 때는 면세담배 초과반입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행 내내 불안해서 즐겁게 보낼 수가 없었다”며 “출국 때 구매한 면세담배를 그대로 들고 입국할 걸 알면서 고객에게 불법을 독려한 면세점 판매사원이 원망스럽다”고 지적했다.
B 씨도 “세금폭탄을 우려해 1보루만 추가 구매했지만 A 씨처럼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며 “불법인 줄 알면서 한도를 초과해 면세담배를 구매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판매사원도 문제라 생각한다. 출국 시에도 국내면세점처럼 판매에 제한을 둔다면 초과 반입이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잘못을 인정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세관에 적발돼 폭탄 세금을 맞았다면 판매사원의 책임도 따른다”며 “사드 배치 이후 면세점 매출이 하락하면서 영업사원이 이같이 행동했던 것 같다. 면세점 판매사원의 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유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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