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 서린 영월의 장릉 습지에서 만난 ‘거센털꽃마리’이다. 예쁜 우리말 꽃 이름을 지니고 있는 ‘꽃마리’. 꽃망울이 줄기 끝에 돌돌 말려 있어서 ‘꽃말이’라 했던 것이 ‘꽃마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꽃마리에 덧붙여 순수 우리말 ‘거센털’이 붙었다. 거센털꽃마리는 참꽃마리를 그대로 닮았다. 다만 줄기, 잎자루, 꽃자루 그리고 잎 뒤에 거센 털이 빽빽이 나 있어 털이 없어 매끈한 참꽃마리와 구분이 된다. 매끈한 줄기에 연한 하늘색이 감도는 하얀 꽃을 피우는 참꽃마리가 어찌하여 이곳에서는 털북숭이가 되었을까? 깜찍하고 청초한 꽃인데도 푸른 빛 감도는 하얀 꽃에 애절함이 묻어나는 것은 이 꽃을 만난 장소의 역사적 사연 때문일 것이다.
장릉은 조선 6대 왕 단종(재위 1452∼1455)의 무덤이다. 아버지 문종이 재위 2년 만에 승하하자 12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지만,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3년 만에 왕위를 빼앗겼다. 그 후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삼면이 깊은 강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은 험준한 절벽으로 막힌 육지의 섬과 같은 평창강의 청령포에 유배되었다가 결국 죽임을 당했다. 단종이 죽자 후환이 두려워 그 시신조차 거두는 사람이 없어 방치된 것을 영월호장 엄홍도가 남몰래 시신을 거두어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 후 230년이 지난 숙종 7년에 이르러 노산군을 노산대군으로, 다시 숙종 24년(1698)에는 왕으로 복위시켜 비로소 장릉이라 하였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숙부에게 죽임당하고 나서 방치된 무덤이 2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장릉이 되었으니 그 한이 오죽하겠는가? 유별나게도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장릉 습지에서 거센 털로 빽빽하게 뒤덮인 거센털꽃마리를 만났다. 여리고 순박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 많은 사연 탓에 거센 털로 무장한 채 피어난 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센털꽃마리는 잎은 어긋나고 긴 달걀모양이며 끝이 둥글거나 뾰족하고 밑 부분은 둥글거나 얕은 심장저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줄기는 곧게 자라다가 점차 길어져 땅으로 눕는다. 꽃은 4~5월에 하늘빛 감도는 하얀색으로 피는데 줄기 윗부분의 잎과 잎 사이 겨드랑이에서 하나씩 차례대로 피어난다.
비슷한 종으로 참꽃마리와 덩굴참꽃마리가 있다. 참꽃마리와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잎과 줄기, 잎자루와 꽃자루에 거센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 점이 다르다. 꽃차례는 서로 같다. 그러나 덩굴꽃마리는 꽃차례가 다르다. 참꽃마리나 거센털꽃마리는 잎과 잎 사이에서 꽃이 하나씩 피어나지만, 덩굴꽃마리는 줄기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5∼9송이 꽃이 핀다.
중부 이북에 주로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과 어린이의 적백이질(赤白痢疾)에 약으로 사용했다. 어린잎과 순은 나물로 식용하기도 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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