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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개혁 도마 위에 오를 6대 재벌은 어디?

재벌개혁‧법인세‧최저임금, 문재인 정부 3대 경제 키워드가 재계에 몰고 올 후폭풍

2017.05.10(Wed) 00:53:50

[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 10년 만에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계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인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새 정권의 국정운영이야 예단하기 어렵지만 공약집과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적어도 상위 대기업들에 대한 잣대는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재벌 총수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벌그룹 관계자들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재벌은 개혁되어야 한다(4월 25일)”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의 폐단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만큼 출범 초기에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요 ‘타깃’은 6개 대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도입 등 상법을 개정해 삼성·현대차·LG·SK·CJ·롯데, 6개 대기업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봐주기’를 뿌리 뽑기 위해 전속고발권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대기업들은 이런 공약들이 경영 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등 상법을 개정하면 해외 투기자본들이 차익만 챙기고 떠날 수 있다”며 “기업들이 경영권방어에 힘을 쓰느라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을 한 사람이나 몇 명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중소·중견 기업들에서는 ​이 같은 공약이 전반적인 ‘기업규제’가 아닌 ‘재벌개혁’에 가깝다며 ​​반기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문 대통령의 경제공약 마련에 참여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결론적으로 경제계가 가장 싫어하는 환경은 불확실성”이라며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하되 4대, 10대 상위 재벌에 집중해 현행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식으로 경제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무조건 몸집이 크다고 때리는 재벌개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상조 교수와 함께 문재인 경제공약을 담당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일부 재벌과 대기업을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것이고, 정상적으로 열심히 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부당 내부거래 등 이른바 재벌의 ‘갑질’을 규제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사후적 규제도 기업의 총수를 구속하는 등 형사처벌보다는 막대한 과징금 부과나 인사제재 등 합리적인 쪽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9일 오후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재벌개혁 외에 관심이 쏠린 또 하나의 공약은 법인세 인상 여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안을 발표하자 재계에선 ‘우리만 세계적인 흐름과 거꾸로 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복지 재원이 부족하면 법인세로 충당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선 기존의 공제나 감면 제도부터 축소시켜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올리고, 그래도 부족하면 세법상 명목세율을 높이겠다며 법인세 인상을 에둘러 피해갔다. 실제 공약집에도 구체적인 실효세율과 명목세율 인상 수준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세금 인상은 가장 마지막 카드라고 보면 된다”며 “다만 선진국처럼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시급 1만 원 공약도 무시 못 할 요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연평균 16% 인상이다. 특히 내수 침체와 온라인 시장의 확산으로 사실상 성장이 멈춘 대형마트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직원의 절반가량이 시급 7000원이 조금 못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앞으로 성장률이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이 낮은 만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는 ‘의무휴업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2회 의무휴일 대상에 넣겠다는 것인데 업계에선 반발이 심하다.

 

국내 대형 유통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마트가 쉰다고 주변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소비자들의 편익도 존중돼야 한다”며 “무조건 마트나 쇼핑몰 문을 닫으라고 규제하는 것보다 대형 유통기업과 소상공인, 전통시장이 공생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이나 상권 주변 주민들도 이 같은 유통업계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의무휴업제 확대나 점포 규제 강화 등의 법안은 빠른 시일 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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