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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법조인이 문재인‧홍준표를 '롤모델' 삼는 까닭

입법‧조사 능력 인정…최근 정치 도전 위해 법조계 입문하는 경우도 눈에 띄어

2017.05.09(Tue) 08:33:35

[비즈한국]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한 번쯤 정치는 해보고 싶습니다. 만일 불러주면 안 갈 사람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기에는 검사를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술자리에서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가 내뱉은 솔직한 희망사항이다. 동기들 사이에서 선두권으로 분류되는 그는 현재 검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평소에도 ‘정치판’이 돌아가는데 관심이 많았던 그다. “나중에 국회로 가서 뜻을 펼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넘겨 묻자, 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많이 도와달라”며 야망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저녁 제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광화문 광장에서 마지막 거리유세를 펼쳤다. 사진=이종현 기자


오늘 치르는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 ‘빅3’ 중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각각 변호사와 검사, 즉 사법시험 출신이다. 둘 중 한 명이 당선된다면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사시를 패스한, 법조인이 대통령이 되는 기록이 세워진다. 앞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5년 만이다. 

 

과거 유력 대통령 후보들 중에서도 법조인은 여럿 있다. 1997년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를 비롯, 이인제 의원도 판사 출신이다. 

 

국회의원까지 영역을 넓혀보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난다. 지난 4월 치러진 4‧13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검사 출신 김재원 의원까지, 국회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 300명 중 무려 50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국회의원 6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법조인 출신 중에는 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또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은 검사장 출신이다. 종합편성채널에 자주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역시 광주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은데, 특히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떨친 박주민 의원도 활발한 입법 활동으로 네티즌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법조인들은 어떻게 이처럼 ‘정치인’으로 옷을 쉽게 바꿔 입을 수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입법을 할 때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가장 잘 아는 게 법조인”이라며 “그런 부분이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또 재판 과정에서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증거’를 찾는 능력도, 의정활동에 유리하다는 평이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당시 청문회에서 이름을 떨쳤듯,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감사에서도 검사 출신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등이 증거를 앞세운 송곳 같은 질문으로 높은 평을 받은 바 있다. “국정감사와 같은 자리에서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증거를 앞세워 얘기를 하다 보니, 유권자들에게 전문성이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정치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서초동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판‧검사, 변호사들이 정치에 꿈을 갖고 있는데, 법조인들이 정치판에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복귀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법조인을 선택했다고 스스로 밝힌 법조인 A 씨는 “변호사를 하면 사건 한두 개만 잘 수임해도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고, 무엇보다 사건 수와 근무 시간을 조정해 가며 변호사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구 관리나 각종 정치 행사에 얼굴을 내비치기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폴리패서라고 해서 교수들이 갈수록 국회의원에 도전하기 힘들어진 반면, 총선에 출마를 했다가 낙선하더라도 변호사는 라이선스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돌아올 직업이 있지 않느냐”며 “종편에서 얼굴을 비치며 활동했던 변호사가 정치인이 되면서 ‘법조인-종편 패널-총선 출마’라는 일종의 코스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0명 안팎으로 뽑던 사시가 폐지되고 매년 2000명이 넘는 로스쿨 출신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정치인을 최종 목적으로 선택한 로스쿨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 

 

최근 변호사가 된 한 로스쿨생은 “원래 내 꿈은 정치인이었는데 돈도 벌고 정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로스쿨에 지원했고 변호사가 됐다”며 “여러 인권 사건들을 맡아 이름을 알린 뒤 정치인에 도전해 볼 생각인데, 주변에서도 이런 뜻을 품고 로스쿨에 들어온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생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자연스레 이런 양상은 국회의원 보좌진에 변호사들이 포진하게 된 흐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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