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4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를 항공기에서 강제로 끌어내리면서 항공사의 오버부킹(초과예약)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오버부킹은 고객의 급작스런 노쇼(예약부도)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궁여지책이다. 항공사들은 승객이 넘치면 어떻게 하려고 이런 위험한 조치를 취하는 걸까. 오버부킹 문제는 어째서 여태껏 문제가 안 된 걸까.
모든 관행과 제도에는 이유와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항공권 예매는 주로 승객의 의뢰를 받아 여행사들이 대행한다. 여행상품을 예약할 때 승객이 따로 항공권 예약을 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여행사들이 많은 좌석을 선점하려 경쟁적으로 예약을 밀어 넣다 보니 노쇼가 실제 탑승객보다 많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여행사들로서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항공기 좌석을 잡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다 보니 항공사들의 손실이 막심했다. 이에 도입한 것이 오버부킹이다.
실제 좌석보다 많은 승객이 탑승하는 경우 1등석이나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줘 오버부킹으로 일부 승객이 탑승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방지해왔다. 이코노미 좌석을 예약했음에도 상위 등급의 좌석을 앉게 되는 행운이 생기는 이유다.
좌석을 업그레이드 했음에도 좌석이 부족한 경우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승객의 여행 일정이 늦어지는 만큼 금전적 보상과 숙박권 등 편의를 항공사가 제공한다. 노쇼로 발생하는 피해보다 오버부킹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오버부킹 때문에 승객이 자신이 예약한 때에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항공품질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오버부킹으로 승객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사례는 10만 명당 1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항공기 정원이 300명이라고 가정하면 항공기 333편당 1명꼴로 미탑승객이 발생하는 셈이다.
미국 항공사 중에서는 알래스카에어라인이 0.4명으로 가장 낮고, 익스프레스제트에어라인이 1.51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나이티드항공은 0.43명으로 두 번째로 낮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버부킹이 이번 유나이티드항공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고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오버부킹 문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이미 오버부킹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논란이 확산됐다. 실제 공항 카운터의 입력 시스템은 극장의 좌석 입력과 유사한 형태다. 이미 발권이 된 좌석은 색상이 바뀌어 입력이 되지 않는다. 시스템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소리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승무원 4명이 미처 탑승하지 못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실수이든 아니든 승무원 좌석을 미리 잡아두지 못한 발권 담당자나 지각 탑승한 승무원, 고객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하지 못한 항공사의 서비스 태도를 탓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국내에 취항 중인 한 외국계 항공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승무원은 고객 좌석에 앉지 않는다. 늦게 탑승한 승무원들은 해당 항공기가 아닌 다음 항로나 경유지의 다른 항공기 승무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오버부킹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최근 항공업계에 오버부킹 폐지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고객 불편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새로운 노쇼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오버부킹을 없앴다가는 항공 운임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노쇼로 발생하는 손실을 운임 인상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낮은 유가와 저가항공(LCC)의 등장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항공사들이 오버부킹을 없애겠다는 것은 이를 빌미로 항공 운임을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항공사들은 이코노미를 좁혀 좌석을 늘리는 식의 대안을 강구 중이다. 유나이티드항공 같은 상황을 막으려 무작정 오버부킹을 폐지한다고 승객의 편의나 경제적 이익이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버부킹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승객의 편의와 합리적인 여행을 보장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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