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자본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한 캠프 내 주요 경제계 인사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이후 불어 닥칠 주요 금융권 수장들의 도미노 인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 측 자본시장 인맥으로 널리 알려진 이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기획예산처 장관과 대통령정책 실장을 지낸 변양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 이영탁 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이정환 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등이 꼽힌다.
문 대통령과 같은 학연으로 묶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도 주목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고 출신.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금융권 인사 중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25회 졸업),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29회 졸업) 등이 동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선이 마무리된 만큼 당장 정책과 자본시장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한국거래소 등 주요 금융·증권 유관기관들의 수장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관련 기관들의 수장으로 선임된 만큼, 대선 캠프나 문 대통령과 지연이든 학연이든 연관이 있는 금융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변동성이 극심했던 자본시장에도 문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려 온기가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주춤했던 대기업들도 투자에 본격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과거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닥 위주로 증시도 상승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직전과 직후 한 달 동안 코스닥지수는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출범 첫해 4월과 6월까지는 통상 코스닥 지수가 12.6% 상승했다. 새 정부 이후 본격적인 증시 상승은 두 달 이후부터인 셈이다.
현재 탄력 받은 증시 대세상승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리서치센터 역시 차기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은 내수주, 중소형주의 반등이 쌍끌이를 하며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인 지난 8일 코스피가 장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지 자본시장 육성책을 발표하고 세몰이를 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재정비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한편, 한 개의 통장으로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비과세 계좌인 ISA의 문턱을 낮춰 가입대상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간 구설수에 시달렸던 산업은행의 역할론도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이미 과거 정권에서 대우조선해양사태로 개인투자자와 채권단의 희생이 담보된 만큼,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정책금융기관의 환골탈태를 주문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주요 기업들의 채권단으로서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그간 정부 입김이 큰 인사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현 이동걸 회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표적인 금융인”이라면서 “문 대통령 브레인들이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과 구조조정 부문을 분리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심도 있는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건설 매각과 현재 중국계 자본인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될 주요 ‘딜’로 꼽힌다. M&A(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대선후보들이 금호타이어의 중국계 자본 인수를 극구 반대한 만큼 금호타이어 딜이 완료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업계 내부적으론 야당 대표주자이자 5060세대 고용 안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M&A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기업을 사고파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전문 사모펀드들은 기업 인수나 매각을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 등에 돌입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공약대로 고령 노동자들의 정년이 보장될 경우 효과적인 구조조정에 다소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는 “바이아웃 전문 하우스 입장에선 강성 노조가 늘 걸림돌인 상황이었는데, 문 대통령 공약대로라면 구조조정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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